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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이 간다]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입문반 체험기
경기도콘텐츠진흥원의 ‘1인 크리에이터 아카데미’ 입문반 수강생이 지난 5일 서울 성수동 ‘트레져헌터’ 교육장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강사는 유튜브에서 ‘효기심’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최영효씨다. [김경록 기자]

경기도콘텐츠진흥원의 ‘1인 크리에이터 아카데미’ 입문반 수강생이 지난 5일 서울 성수동 ‘트레져헌터’ 교육장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강사는 유튜브에서 ‘효기심’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최영효씨다. [김경록 기자]

요즘 사람 여럿 모이는 자리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대화 소재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아파트값이고, 다른 하나는 유튜브다. 장년층이 마주한 곳에서는 “아이들이 궁금한 게 생기면 네이버로 검색하지 않고 유튜브 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더라” “나도 유튜브 보는 재미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20, 30대가 주축인 자리에서는 한 해에 10억원 넘게 번다는 유튜버들이 화제로 떠오르고, 이내 “나도 뭔가 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성공한 유튜버들이 등장하는 JTBC 프로그램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이 방영된 이후 이런 분위기가 더 퍼졌다. 그래서 유튜버가 되는 길을 탐색해 봤다.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을 안고 초보자 교실에도 가 봤다.
 
① 단계: 책을 읽다
 
종이에 글을 실어 독자들에게 정보·주장·논평을 전달하는 게 주업인 신문사에도 이미 유튜브 태풍이 상륙했다. ‘월드 와이드 웹’(WWW) 열풍이 불던 1990년대 중·후반에 인터넷의 위력을 과소평가했다가 신생 포털 사이트에 미디어 업 영역의 상당 부분을 내준 경험 때문에 더욱 긴장하며 사태를 주시한다. 온라인 뉴스는 글·사진·그래픽 정보를 종이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지만,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미디어들은 신문사 주력 생산물과는 판이한 영상 콘텐트를 유통시킨다. 그런 측면에서 신문사는 더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
 
거센 바람은 중앙일보의 풍경도 바꾸고 있다. 칼럼니스트인 선배는 몇 달 전에 1인 방송(‘전영기방송’)을 시작했고, 한 편집국 후배는 가욋일이 아닌 회사 공식 업무로 유튜브 채널(‘어이:어디에나 있는 이야기’)을 운영하고 있다. 편집국에서 1인 방송 콘텐트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책 두 권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유튜브사 경영에 참여했던 로버트 킨슬의 『유튜브 레볼루션』과 구독자 수 한국 14위(지난달 말 기준)의 유튜버인 ‘대도서관’이 쓴 『유튜브의 신』이다. 앞의 책엔 유튜브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더 바꿀 것인지가 쓰여 있다. 킨슬은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가장 영향력 있으며, 가장 힙한 곳’이라고 유튜브를 정의했다. “공부 안 하면 낙오자 된다”며 학생에게 겁주는 선생님 같았다. 대도서관은 그에 비해 훨씬 친절했다. 서문에 ‘그 누구라도 유튜브 세계는 환영한다. … 누구한테나 대박 콘텐트 하나씩은 있는 법이다. 내가 남보다 손톱만큼이라도 더 잘 알거나 잘하는 분야, 또는 열광하는 분야가 있다면 누구라도 유튜브의 신이 될 수 있다’고 써 놓았다.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따듯한 말이다. 그는 유튜버가 되려는 사람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팁을 줬다. ‘생방송 말고 편집 방송으로 시작하되, 내가 관심 있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지속 가능한 콘셉트로 기획해 일주일에 최소 두 편씩 꾸준히 업로드하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② 단계: 교육 프로그램을 찾다
 
책 다음은 역시 교습소다. 뭔가를 배울 때 늘 거쳐온 방식이다. ‘단기 속성’을 앞세운 민간 업체 프로그램과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있었다. 경기도콘텐츠진흥원(경콘진)에서는 지난해부터 초보자들을 위한 ‘1인 크리에이터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었다. 지난 4일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경콘진에 갔다. ‘입문반’ 4기 수업이 다음 날부터 시작이었다. 20명 정원에 230명이 지원해 11.5대 1의 경쟁이 있었다고 했다. 유튜브 바람은 이 수치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수업은 한 주에 두 차례씩, 8주 동안 진행된다. 수업료로 10만원을 내야 하지만 수업의 70% 이상 출석하면 되돌려 준다. 경기도 외의 지역 주민도 지원할 수 있다. “나처럼 쉰 살 언저리에 있는 사람이 배우러 온 경우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 프로그램 운영 실무자인 이은형 영상산업팀 매니저가 “지난번 수업 때 50세 수강생이 있었고, 이번 수업에도 49세 등 세 명의 40대 수강생이 있다”고 대답했다. 유튜브는 그렇게 이미 연령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③ 단계: 초보자 교실에 가다
 
다음 날 경콘진의 1인 크리에이터 아카데미 입문반 수업이 열리는 서울 성수동의 트레져헌터 본사로 갔다. 경콘진이 수업을 위탁한 이 회사는 크리에이터 교육·육성 사업을 하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업체다. MCN은 유튜브 업계에서 연예기획사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트레져헌터의 허락을 받아 개강 수업을 청강했다. 온종일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도 수강생 20명 중 19명이 출석했다.
 
자기소개 시간. “내 갈 길 찾고자 왔다”는 고3 수험생 어머니, “두 달 뒤에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나는데 그 전에 내 경험을 공유할 콘텐트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20대 청년 등이 자신의 포부와 계획을 소개했다. 대부분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해 본 경험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준비를 소홀히 했다가 싸늘한 시청자 반응으로 아픔을 겪었다는 이가 적지 않았다. 원하는 유튜버 분야는 책·교육·노래·음식 등 다양했다.
 
이어 첫 강사가 나타났다. ‘효기심’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28세 청년 최영효씨였다. 그는 이 수업 1기 교육생이었다. 지난해 9월에 시작해 1년 만에 구독자 26만 명을 보유하게 된, 꽤 유명한 유튜버다. 그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품을 만한 소재를 골라 궁금증을 풀어주는 콘텐트를 생산한다. ‘지역감정이 생긴 이유’ ‘화투 그림의 정체’가 대표작이다.
 
수강생들은 그에게 유튜버가 되면 먹고 살 수 있나, 저작권 있는 사진은 어떻게 써야 하나, 기획은 어떻게 하는가, 라이브를 꼭 해야 하나 등의 질문을 던졌다. “저작권 문제로 채널 운영이 정지되는 사례가 많다. 유료 사진 제공 사이트에 가입하는 게 좋다” 등의 답이 있었다. 수입에 대해서는 “먹고 살 수 있다”고만 대답했다. 수업 뒤 따로 물으니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들 수입의 두 배 정도 번다”고 했다.
 
그는 수업에서 “나는 반년 정도 준비하고 시작했다”며 “일단 해 보라는 식의 조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시작하는 것은 장사 경험이 없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식당을 개업하는 것과 같다”고 하기도 했다. 기획·촬영·편집·유통에 대한 고민·지식·기술·훈련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수업 전에 만난 트레져헌터의 하채원 교육팀장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랜선라이프’ 시청자는 유튜버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기 쉽다. 그 프로그램에서 유명 유튜버가 남다른 노력을 해왔다는 것을 조금 더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인기와 수입이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또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조금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수도 있다. 그래도 기본은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골목식당’(SBS 프로그램)에서 본 ‘개념 없는’ 식당 주인처럼 무모하고 무책임한, 그래서 시청자의 외면이 예견되는 유튜버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입문 과정 탐색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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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