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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어디서 발생하나...국내 연구진 '고해상도 뇌혈류지도' 그리다

내비게이션은 살아있는 지도다. 위성과 교통 카메라가 관찰한 차량 흐름을 표준화된 지도에 중첩해, 실시간으로 교통상황을 체크하고 판단할 수 있는 도구 역할을 한다.
 
뇌혈류지도는 특정 대뇌혈관이 막혔을 때 뇌의 어떤 부위에 뇌경색이 생기는지 조각별로 역학적(epidemiologic)인 확률을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반 뇌지도다. 각각의 대뇌혈관이 혈류공급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색으로 구분했다. 적색은 중대뇌동맥이, 녹색은 전대뇌동맥이, 청색은 후대뇌동맥이 혈류를 공급한다. [사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뇌혈류지도는 특정 대뇌혈관이 막혔을 때 뇌의 어떤 부위에 뇌경색이 생기는지 조각별로 역학적(epidemiologic)인 확률을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반 뇌지도다. 각각의 대뇌혈관이 혈류공급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색으로 구분했다. 적색은 중대뇌동맥이, 녹색은 전대뇌동맥이, 청색은 후대뇌동맥이 혈류를 공급한다. [사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7일 한국표준연구원(KRISS) 국가참조표준센터와 동국대 일산병원 김동억 교수 공동연구진은 내비게이션처럼 뇌 혈류의 정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고해상도 뇌 혈류 지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뇌 조직이 혈류를 공급받지 못해 괴사하는 ‘뇌경색’이 뇌 혈류의 정체로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한 진단과 치료방법 결정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3대 임상 저널 중 하나로 불리는 '자마 뉴롤로지(JAMA Neur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1000명 이상의 뇌 MRI 분석해, 뇌 혈류 막힌 곳 찾아낸다 
 
연구진은 먼저 뇌경색의 발생 원인을 고려해, 혈류를 공급받는 혈관을 기준으로 뇌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눴다. 연구를 진행한 김동억 교수는 "뇌경색은 뇌에 혈류를 공급하는 중대뇌동맥ㆍ후대뇌동맥ㆍ전대뇌동맥 혈관 중 한 곳 이상이 막혀 발생한다"며 "대뇌동맥 혈관 중 한 곳이 막혔는지, 두 곳 이상이 막혔는지에 따라 검사 방법, 처방 약의 종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혈관계의 정확한 파악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동국대 김동억 교수가 뇌경색 환자 진료에 뇌혈류지도를 활용하고 있다. 뇌혈류지도는 혈류공급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각기 다른 색으로 표시했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환자의 뇌 영상 사진과 비교해 손쉽게 막힌 혈관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동국대 김동억 교수가 뇌경색 환자 진료에 뇌혈류지도를 활용하고 있다. 뇌혈류지도는 혈류공급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각기 다른 색으로 표시했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환자의 뇌 영상 사진과 비교해 손쉽게 막힌 혈관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진은 뇌경색의 원인 부위를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뇌혈류지도의 '해상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연구진은 전국 11개 대학병원의 뇌경색 환자 1160명의 뇌 영상 데이터(MRIㆍMRA)를 수집했다. 기존 뇌 혈류 지도가 20~100여명의 적은 표본을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해상도가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후 약 1200cc 뇌를 1.5cc 크기의 800개 미세 조각들로 나눠, 특정 뇌동맥이 막혔을 때 뇌의 어떤 부위에 뇌경색이 발생하는지 더 세밀하게 알 수 있도록 했다. 김 교수는 "기존 뇌혈류지도를 근거로 하면 '중대뇌동맥 혹은 후대뇌동맥이 막혔을 수 있다'는 식의 애매한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고 특히 각 영역의 경계부위에서 뇌경색이 발병했을 때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다"며 "이번 개발한 뇌혈류지도는 MRI 영상과 비교해 발생부위를 정확한 확률(%)로 나타낼 수 있다"고 밝혔다. 
 
뇌출혈 환자 사진(왼쪽)과 뇌경색 환자 사진(오른쪽). 기존 뇌혈류지도는 약 20~100여명 정도의 사체나 피험자를 대상으로 수행된 과거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해상도의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낮다.[사진 분당서울대병원]

뇌출혈 환자 사진(왼쪽)과 뇌경색 환자 사진(오른쪽). 기존 뇌혈류지도는 약 20~100여명 정도의 사체나 피험자를 대상으로 수행된 과거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해상도의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낮다.[사진 분당서울대병원]

환자 입장에서는 보다 정밀한 진단과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뇌동맥 세 곳 중 한 곳에만 뇌경색이 발생할 경우 '항혈전제'를 사용해 혈류의 응고를 막지만, 두 곳 이상에 문제가 생기면 출혈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피를 더욱 묽게 만드는 '항응고치료'를 실시하는 등 치료법이 상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각각인 환자의 두뇌 지도, 표준화 거쳐 일선 병원으로
 
고해상도 뇌혈류지도는 기존 10~20배가 넘는 환자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됐지만, 개인마다 두뇌의 크기와 모양이 완전히 달라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표준화를 통해 머리 크기를 똑같이 맞추고, 막힌 혈관 데이터를 중첩해 통계를 냈다.
 
동국대 김동억 교수가 뇌경색 환자 진료에 뇌혈류지도를 활용하고 있다. MRI 영상(왼쪽 모니터)과 뇌혈류지도(오른쪽 모니터)를 대조해 어떤 대뇌동맥 혈관계가 막혀서 뇌경색이 발생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사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동국대 김동억 교수가 뇌경색 환자 진료에 뇌혈류지도를 활용하고 있다. MRI 영상(왼쪽 모니터)과 뇌혈류지도(오른쪽 모니터)를 대조해 어떤 대뇌동맥 혈관계가 막혀서 뇌경색이 발생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사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KRISS 국가참조표준센터 최종오 센터장은 "1만 개 이상의 영상슬라이스를 생산단계부터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해 완성한 참조표준"이라며 "표준화된 의료 빅데이터는 일반 진료는 물론 인공지능(AI) 진료의 신뢰성 또한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문에 대해 뇌졸중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호주 멜버른대 제프리 도난(Geoffrey Donnan)교수는 "탁월한 업적이며 앞으로 고전(classic)이 될 논문이다"고 평가했다. 한편 고해상도 뇌혈류지도는 진료실에 걸어두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판 형태로 제작돼, 연내에 일선 병원에 무료로 배포될 예정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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