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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잔디 깎기의 즐거움

기자
권대욱 사진 권대욱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13)
달빛 선연한 산막의 새벽, 잔디 깎기를 위해 동트기를 기다린다. 대략 서너 시간 걸릴 힘든 일이나 깎은 후의 충만함을 위해 수고를 준비한다. 새벽의 잔디 깎기는 이슬로 인한 과부하 때문에 잘 안 하는 편이지만 잔디가 많이 길지 않고 기계 성능도 충분하여 시행한다. 먼지가 안 나는 장점도 있다. 날이 선선하여 잔디 깎기 좋은 날씨다.
 
흰색 작업복을 입고 밀짚모자 쓰고 장화 신고 장갑 끼고 기계와 씨름하다 보면 어느새 이마엔 땀방울이 맺힌다. 한여름의 작업에 비하면 신선놀음이 다름 아니다. 서당개도 10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산막 잔디 깎기 역사도 어언 10여년을 넘어서니 어딜 가도 잔디 깎기에 관한한 할말이 있다.
 
밀짚모자에 장화까지. 복장은 꼼꼼히. [사진 권대욱]

밀짚모자에 장화까지. 복장은 꼼꼼히. [사진 권대욱]

 
9월의 마지막 날, 낼모레 이곳에서 함께 할 회사 식구들을 위해 새벽 잔디를 깎으며 나의 잔디 깎기 역사를 추억한다. 처음엔 잔디도 듬성듬성하고 뭣도 모를 때라 홈쇼핑에서 파는 배터리 충전식 잔디 기계를 샀었는데 한마디로 물건이 아니었다. 몇 번 쓰고 바로 폐기했고, 그다음엔 전기 구동식 잔디 깎기였는데 그건 제법 몇 년 썼던 듯하다.
 
어느 비 오는 날 잔디를 깎다가 과부하에 걸려 아주 돌아가신 이후론 엔진 구동식 잔디 기계를 쓴다. 처음에는 비자주식으로 썼었는데 몇 번이나 바꿨는지 모른다. 관리가 부실한 탓도 있고 워낙 험하게 쓴 면도 있었는데 지금은 자주식을 사용한다.
 
먼저 엔진 시동을 거는데 이번 것은 예비 주유가 필요 없이 바로 채면 부르릉하고 시동이 걸려 편하고 자주식이라 언덕길 비탈길에도 힘이 반도 들지 않는다. 포집망 성능 또한 뛰어나서 전체를 깎는데 한 번씩만 비워주면 된다. 포집망은 비워 모깃불로 쓰면 오래 타고 연기도 적당하고 아주 좋다.
 
기계를 사용할 때는 주의를 놓지 말자. [사진 권대욱]

기계를 사용할 때는 주의를 놓지 말자. [사진 권대욱]

 
잔디 깎기는 이층집 앞마당부터 시작하여 아랫집 앞을 지나 뒷마당과 원두막 옆을 차례로 깎고 밭 기운 데와 물탱크 쪽 잔디, 도로 소나무 아래쪽을 깎고 잠시 쉰다. 대략 쉬지 않고 하면 두어 시간 정도 걸린다. 냉동실에 넣어 얼린 페트병 물을 쉴새 없이 마셔주고 잠시 쉰 후 위쪽으로 기계를 옮기는데 중량이 제법 나가고 계단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엔진이 달아있을 땐 자칫 데일 염려도 있어 특히 주의한다. 직선구간은 시계방향으로 외각부터 직각 직각으로 좁혀 깎는 것이 요령이다.
 
문제는 비탈진 경사면인데 요령이 많이 필요하다. 속도 강약을 잘 조절해야 하고 높낮이 조절도 잘해야지 아니면 땅까지 파고 만다. 돌부리 등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회전 날이 부러질 수도 있고 잘못 튀면 다칠 수도 있는데 지금은 어디쯤 뭐가 있는지 훤하니 걱정은 없다.
 
독서당 쪽을 먼저하고 옹벽 위쪽을 깎고 다시 내려와 수돗가를 깎고 위쪽 오두막 앞을 깎는다. 집집마다 난로 연통이 있어 자칫 부딪히기 쉽고 가끔 벌집도 있어 주의한다. 그리고 반드시 밀짚모자를 쓴다.
 
잔디가 잘 깎인 마당길. [사진 권대욱]

잔디가 잘 깎인 마당길. [사진 권대욱]

 
이쪽은 거의 직선구간이라 큰 어려움은 없지만, 법면 쪽은 아무래도 힘이 좀 든다. 특히 집 뒤쪽은 쇄석을 깔아놓은 관계로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위쪽을 다 정리하는 데 대략 한 시간쯤 걸린다. 언젠가 놀러 온 친구에게 깎아보라 하니 같은 시간에 반도 못하는 걸 보면 나는 숙련공인 셈이다. 자랑할 게 하도 없어 잔디 깎는 자랑을 다 한다. ㅎㅎㅎ
 
이제 잔디 깎는 기술 하나만 가지고도 밥 굶을 일은 없을 듯하다.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이제 아래쪽이 다 끝났다. 차가 서 있는 자리 빼곤.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나 보다. 아침 먹고 윗부분만 깎으면 이제 끝이다. 대략 1시간 작업이다.
 
아마도 이번 잔디 깎기가 금년의 마지막이 아닌가 싶다. 한편으론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론 섭섭하다. 잔디 다 깎고 찬물에 샤워하며 잘 깎여진 파아란 잔디를 보며 흐뭇해하던 즐거움은 내년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잔디 깎기 후 정갈해진 산막. [사진 권대욱]

잔디 깎기 후 정갈해진 산막. [사진 권대욱]

 
그것까진 좋은데, 그 즐거움을 앞으론 무얼로 대체할까? 아무래도 장작 패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권대욱 ㈜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otwkwon@hu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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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