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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눈치본 택시요금 … 최저임금 타고 4000원으로

지난해 10월 19일 오후 서울시는 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조금 전 끝난 택시정책위원회에선 택시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지만, 요금 인상이 확정된 건 아니다”는 내용이었다. 하루 전날인 18일 서울시가 택시요금 인상을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는 취지도 있었다. 
 
하지만 시는 그 후 요금 인상 수순을 차곡차곡 밟아나갔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요금 인상을 기정사실로 했다. 같은 해 11월 초쯤에는 ‘택시 노사민전정(택시노사·시민·전문가·정부)협의체’를 꾸렸다. 당시 시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해 구체적인 인상폭과 시기를 정하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협의체는 택시업계 관계자, 시민단체, 교통 전문가, 공무원 등 40여 명으로 구성됐다. 첫 회의는 지난해 11월 29일 열렸다. 이때만 해도 시는 “구체적인 인상폭 등 결론을 6개월 후에 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결론은 그 보다 5개월이나 늦어진 지난 2일에 났다. 
 
일각에선 이렇게 늦어진 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눈치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3월 택시요금 인상 시위에 참여한 한 택시기사는 “시에서 ‘지방선거 끝나면 요금을 올려주겠다’고 달래 시위를 멈추고 기다려왔다”고 주장했다.
일부 택시 기사들이 지난 3월 택시 요금 인상을 요구하며 주행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택시 기사들이 지난 3월 택시 요금 인상을 요구하며 주행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요금 인상을 추진하기 전인 지난해 4월, 시는 “요금을 인상할 요인이 없다”고 했다. “연료비와 운송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6개월 만인 같은 해 10월 ‘요금 인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는 “열악한 택시기사 처우와 최저임금 상승”을 이유로 들었다. 택시요금은 2013년 10월 기본요금이 2400원에서 3000원으로 600원 오른 이후 5년 동안 동결 상태였다. 
  
시가 1년 가까이 끌어온 노사민전정협의체는 지난 2일 ‘기본요금 4000원’(33% 인상)으로 결론냈다. 심야 할증 시간은 한 시간 당겨진 오후 11시부터 적용된다. 기본요금 4000원은 시가 원가 상승, 내년 서울시 생활임금(시간당 1만148원) 등을 반영해 계산한 액수다. 시에 따르면 기본요금이 4000원은 되어야, 서울 법인 택시기사의 월평균 소득이 285만원이 된다. 현재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217만원이다. 버스기사의 396만원(22일 근무)보다 179만원이 적다. 택시 기본요금은 이 액수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시민 토론회, 시의회 의견 청취, 택시정책위원회, 물가대책위원회 등의 절차를 밟아 확정된다.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추진 일지
2017년   
10월: 기본요금 인상안 8000원, 3500원 검토      
10월 19일: 택시정책위원회 개최 및 “요금 인상 확정 아니다”발표  
11월 29일: 인상폭 시기 결정 위한‘택시 노사민전정협의체’ 첫 회의 
12월 4일: 승차거부 줄이기 위한 택시 호출앱 ‘지브로’ 출시  
 
2018년 
2월 26일: 노사민전정협의체서 인상안 4500원, 3900원 검토  
10월 2일: 협의체 마지막 회의서 기본요금 인상 4000원 결정
‘기본요금 4000원’이 본지 보도(10월 3일자 12면)로 공개된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요금 인상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상당수 시민은 “승차거부·불친절과 같은 서비스 개선 없이 요금만 올린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지난 4일 택시업계가 카카오의 카풀(출퇴근 승차 공유) 시장 진출을 반대하자 요금 인상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아졌다. “택시 요금은 오르는데, 승객의 선택권마저 막는다”는 것이다.  

시가 지난 1년간 검토한 기본요금 인상폭은 몇 차례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택시정책위가 열리기 전 검토한 인상액은 1안 3500원, 2안 8000원이었다. 8000원은 택시기사의 월평균 소득을 버스기사의 월평균 임금(당시 303만원)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한 요금이라고 했다. 하지만 협의체를 통해 지난 2월 26일엔 4500원과 3900원 안을 만들었다.

지난 2일 협의체의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시 관계자는 “2일 사실상 인상액이 확정될 것이다. 협의체에서 나온 결론이 달라진 적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상액에 대한 비판이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자 시는 1년에 걸친 협의를 통해 얻은 인상액을 두고 조금씩 말을 바꾸고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구체적인 요금 수준이나 내용(인상 시기 등)을 결정한 바 없다”, “4000원 확정 안했다”고 말했다. 시의 입장이 담긴 이 같은 보도에는 ‘시민을 대상으로 간 보기를 하느냐’ ‘비판이 일자 발을 빼느냐’는 댓글들이 달렸다. 시가 인상안을 제출하는 시 의회 의견 청취, 시민 토론회 절차는 이달 안에 있을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행 요금(달린 거리에 따라 받는 요금) 등에 따라 기본요금 인상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택시 노사 4개 단체로 구성된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 1]

지난 4일 택시 노사 4개 단체로 구성된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 1]

이번 택시요금 인상을 두고 일부 택시기사와 승객 양측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기사들이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면서 한 달에 200만원 정도 손에 쥐는 상황인데, 시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요금 인상을 정례화하지 않고, 한 꺼번에 대폭 올리다보니, 승객에겐 거부감을 주고 택시업계만 손가락질 받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46)씨는 “한국 택시요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싸고, 기사 처우도 열악해 어느 정도 요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서비스는 그대로인데, 요금만 올라가는 데 불만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의 교통공학과 교수는 “시가 시민·택시업계와 충분히 소통하고, 정책을 소신있게 추진해야 하는데, 갈팡질팡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시측은 “승차 거부가 한 번만 적발돼도 운행정지 이상의 처분을 내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등 승객을 위한 서비스 강화에도 애쓰겠다”고 밝혔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요금 인상에 대한 시민의 충격을 완화하려면, 정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을 검토하고 택시 요금에 조금씩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요금 인상을 하려면 카풀과 같은 서비스를 도입해 승객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이 개입해서 택시 서비스가 나아지긴 어렵지 않았느냐. 택시가 시장 경쟁 속에서 자연스럽게 서비스가 좋아지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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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