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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에 홍콩 등 터져…중국 벗어나는 홍콩기업들

30여 년 전, 개혁개방의 큰 물결을 타고 중국 본토로 이주했던 홍콩의 제조업체들이 다시 한번 이삿짐을 싸고 있다.
중국 밖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다. 장난감, 전자 제품, 의류 등 제조 품목도 다양하다. 이들 업체는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 지역, 말레이시아, 베트남 쪽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홍콩 청년 기업인 협회의 대표이자 이기홀딩스 대표인 클라라 찬은 27일자 사우스모닝차이나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내 인건비가 오르고 각종 제약이 많아지면서 중국을 떠나 다른 곳으로 공장을 옮기는 회사들이 많다.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격화되며 이 현상이 더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기홀딩스는 찬의 고조할아버지가 1947년에 세운 회사다. 전기도금용 화학 약품을 공급하고 아연, 니켈, 알루미늄 등 스마트폰과 장난감, 자동차에 쓰이는 금속 물질을 수입하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아연 합금의 70% 이상을 이 회사에서 공급한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이 회사의 1200개 고객사는 대부분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미중 무역 전쟁이 계속되며 창사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미국 수출용 금속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찬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계속되면서 관세 부과 품목이 장난감, 패션 의류, 플라스틱 용품 등으로 확대된다면 홍콩 기업들은 모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기업이 이들 품목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미 이전을 추진 중인 기업들도 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페낭이나 다른 동남아 국가들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또 다른 기업가 이안 찬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페낭에 생산 설비 설치가 가능할지를 알아보기 위해 매주 일요일 말레이시아에 머무르며 관련 업무를 도와줄 현지 업체를 물색 중이다. 그의 회사는 미국에 사물인터넷 관련 기기를 판매하고 있는데 제조 공장 두 곳이 중국 선전과 충칭에 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최근 몇 년 새 많은 공장이 중국 밖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해야겠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하지만 절차가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이전한 사례는 드물다"고 이안은 말했다. 새로운 공장 부지를 마련하고 직원을 뽑아 실제로 가동하기까지 3~6개월은 족히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많은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홍콩과 중국의 많은 기업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 백업용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이들 기업이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을 가장 먼저 후보군에 두는 이유는 이 두 곳에 숙련된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찬은 "미·중 무역 전쟁의 승자는 아마도 말레이시아가 아닐까 싶다"며 "우리 회사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중국에 있는 생산 기지를 옮길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백업용 생산 기지를 말레이시아나 베트남에 설치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무역 전쟁으로 인해 우려되는 점은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의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이른바 '경쟁적 통화 평가 절하'를 단행하는 것이다. 홍콩 청년 기업인 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폴 타이 룬은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많은 기업이 불확실성에 노출돼있다"며 "이것은 우리 산업에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무역 전쟁이 시작된 6월 중순 이후로 위안화의 가치는 1년 전보다 6%나 떨어졌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업자들은 득을 보겠지만, 미국은 보복 차원에서 높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이는 기업인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찬은 홍콩의 기업인들이 미·중 무역 전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비용 절감과 효율 향상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단 생산 기지 이전뿐만 아니라 좀 더 혁신적인 제조 방식을 고민하거나 인공지능(AI), 로봇 기술 등을 도입하는 것도 제안했다.
 
또 수출 대신 중국 시장을 겨냥하는 것도 또 다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역 전쟁으로 힘들어진 기업인들은 중국과 주변 지역 대도시에서 판매량을 늘려야만 한다. 상하이의 인구는 2000만 명가량이지만 중국 광둥(廣東)성과 홍콩, 마카오를 아우르는 이른바 '대만구(大灣區)'는 6800만의 인구가 있다"며 "이들 내수 지역의 소비자들은 국제 무역으로 인한 손실을 상쇄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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