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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 매치 국가 대항전, 상대 교란 시키는 ‘게임스맨십 게임’

[성호준의 주말 골프인사이드] UL인터내셔널크라운 누가 웃을까
박성현이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UL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박성현은 대회 첫 날 파4인 14번 홀에서 1온에 성공해 이글을 잡아냈다. [UL인터내셔널 크라운 제공]

박성현이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UL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박성현은 대회 첫 날 파4인 14번 홀에서 1온에 성공해 이글을 잡아냈다. [UL인터내셔널 크라운 제공]

매치플레이의 계절이다.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 이어 한국을 비롯한 여자골프 8개국이 참가하는 국가 대항 매치플레이인 UL인터내셔널 크라운이 4일 시작됐다.
 
라이더컵은 세 가지(포볼·포섬·싱글) 매치를 쓴다.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두 가지(포볼·싱글)다. 싱글매치는 1-1 경기다. 포볼(four ball)은 말 그대로 공이 4개라는 얘기다. 2-2 경기로 각자 공을 하나씩 가지고 쳐 팀 중 좋은 스코어로 겨룬다. 포섬(foursome)은 4명이라는 뜻이다. 2-2로 경기하지만 공은 팀당 하나씩만 쓴다.
 
극단적인 개인 경기인 골프가 2-2의 팀 매치가 되면 선수들은 전혀 다른 압박감을 느낀다.
 
포볼은 버디가 많이 나오는 화려한 경기다. 한 명이 안전하게 파를 노리고, 다른 한 명은 공격적으로 버디나 이글을 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같은 팀 선수끼리는 누가 먼저 쳐도 상관없다. 잭 니클라우스는 “먼 거리 퍼트를 꼭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팀에서 6m 버디 퍼트와 2m 파 퍼트를 남겨 뒀다고 하자. 버디 퍼트가 어려우면 먼저 버디 퍼트를 홀에 붙여 2개의 파 기회를 잡아야 한다. 버디 퍼트가 어렵지 않다면 2m 퍼트를 먼저 해 파를 확보하고 적극적으로 버디를 노려야 한다”고 했다. 호수를 건너는 티샷 같은 압박감이 심한 상황에서 경험 많은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 중 누가 먼저 치느냐 등도 선택할 수 있다.
 
한국 대표팀 유소연·전인지·김인경·박성현(왼쪽부터). [UL인터내셔널 크라운 제공]

한국 대표팀 유소연·전인지·김인경·박성현(왼쪽부터). [UL인터내셔널 크라운 제공]

포섬은 두 선수가 한 몸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변수가 많고 가장 고차원적인 팀워크의 게임이다. 한 팀의 두 선수는 각각 짝수 홀과 홀수 홀에서 티샷을 한다. 공 하나를 교대로 쳐야 하는데 파트너와 티샷 거리가 달라 익숙하지 않은 거리에서 어프로치샷을 해야 할 때가 많다. 동료를 믿지 못하면, 혹은 동료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면 무리한 공략을 하기도 한다.
 
순서는 장타자가 파 5홀이나 긴 파 4홀에서 가능한 많은 티샷을 할 수 있도록 짠다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라이더컵 등 최고 수준의 경기에서는 아이언 잘 치는 선수가 홀 공략을 많이 하는 쪽이 더 선호된다.
 
공은 미묘하다. 라이더컵에서 미국 선수들 12명은 8가지 공을 썼다. 타이틀리스트 프로V1을 쓰는 선수는 8명이었는데 여기에도 4가지 타입이 있었다. 필 미켈슨은 “드라이버는 어떤 공으로 쳐도 상관없는데 정교해야 하는 아이언샷은 거리, 탄도가 다르면 문제가 된다. 아이언을 칠 때 자신의 공을 칠 수 있도록 전략을 짠다”고 말했다.
 
UL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참가한 8개국 선수들. 한국(오른쪽 파란색 유니폼)이 1번 시드, 미국(오른쪽 빨간색 유니폼)이 2번시드다. [UL인터내셔널 크라운 제공]

UL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참가한 8개국 선수들. 한국(오른쪽 파란색 유니폼)이 1번 시드, 미국(오른쪽 빨간색 유니폼)이 2번시드다. [UL인터내셔널 크라운 제공]

라이더컵에서는 한 가지 종류의 공을 써야 한다는 1볼 룰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매 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김경태는 “매치플레이 한·일전에서 아이언샷보다는 퍼트감이 중요해 첫 번째 퍼트를 내 공으로 하는 쪽으로 순서를 짰다”고 했다.
 
UL인터내셔널 크라운은 홈팀의 코스 어드밴티지가 없다. 코스 세팅을 중립적인 LPGA 경기위원회에서 한다. 그러나 라이더컵과 프레지던츠컵은 홈팀이 전장, 러프 길이, 페어웨이 넓이, 그린 스피드, 핀 포지션 등을 정한다. 2016년 대회에서 홈팀 미국은 러프를 다 자르고 핀을 그린 가운데에 꽂아 유럽 선수들이 “프로암 대회에 온 것 같다”고 불평했다. 티샷이 불안한 미국의 장타자들을 배려한 것이다. 반면 올해 대회에서 유럽은 물 많고 좁은 코스를 택해 러프를 기르고 홀 반대방향으로 눕혀 불안한 미국 장타자들의 티샷을 확실히 응징했다.
 
골프를 “코스와의 승부”라고 하는데 상대를 컨트롤할 수 없는 스트로크 경기에 해당되는 말이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 모두를 이겨야 하는 스트로크 대회와 달리 매치플레이는 함께 경기하는 선수에게만 승리하면 된다. 따라서 상대의 상황을 보고 전략을 바꾸며 신경전도 거세다. ‘룰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상대의 주의를 흩뜨리는 등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는 말과 행동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예술’ 게임스맨십(gamesmanship)을 쓰는 경우가 많다.
 
골프는 멘탈 비중이 크고 상대와 바짝 붙어 있기 때문에 잘 먹힌다. 타이거 우즈는 『나는 어떻게 골프를 하나: HOW I Play Golf』에서 “당신이 상대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매치를 끝내는 데 유리하다. 나는 마인드 게임을 좋아하며 그것은 골프라는 게임의 일부”라고 썼다. 우즈를 가르쳤던 부치 하먼은 우즈가 짧은 거리에서 가능하면 상대보다 먼저 퍼트를 해 홀아웃한다고 했다. 우즈가 홀아웃하면 그를 따르는 갤러리가 대거 자리를 움직여 남은 선수는 소란 속에서 퍼트를 해야 한다.
 
우즈는 느린 플레이어와 경기할 때는 빨리 걷고 빠른 플레이어와 할 때는 일부러 천천히 걷는다고 하먼은 지적했다. 상대가 자신의 리듬대로 편하게 경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레그 노먼은 “내가 티샷을 두 번째로 할 때 당연히 드라이버를 잡아야 할 아주 긴 홀에서 1번 아이언을 꺼내 든다. 상대는 ‘듣던 것보다 노먼이 훨씬 더 장타자네’라고 생각해 드라이버를 힘껏 치다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선수들은 일부러 과장된 세리머니를 한다. 라이더컵에서 버디 퍼트를 넣고 가슴을 두드리며 우두머리 수컷처럼 과시하는 이언 폴터의 행동은 계산된 것이다. 라이더컵 포볼과 포섬 경기에서는 한 팀 두 선수 간의 쇼 비슷한 장면도 자주 나온다. 또 컨시드를 주느냐 안 주느냐, 준다면 팀원 중 굿 가이가 주느냐 배드 가이가 주느냐 등도 일종의 심리전이다.
 
존슨·켑카 주먹다짐까지 할 뻔 … 궁합 안 맞은 라이더컵 미국팀
궁합 안 맞은 라이더컵 미국팀. [AP=연합뉴스]

궁합 안 맞은 라이더컵 미국팀. [AP=연합뉴스]

2008년 라이더컵 미국 캡틴인 폴 에이징어는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의 포즈(pods) 시스템을 도입해 승리했다. pod는 완두콩 꼬투리를 말한다. 그 꼬투리에 있는 콩들처럼 3~6명의 작은 조직으로 팀을 나눠 함께 먹고, 자고 함께 훈련한다.
 
이전까지 미국의 경기 페어링은 ‘장타자+면돗날 퍼터’식으로 기술적으로 경기력을 극대화할 조합을 만들었다. 그러나 반드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드라이브샷 거리가 짧지만 정교해 두 번째 샷을 대부분 페어웨이에서 롱아이언으로 치던 선수가 장타자와 함께 경기해 익숙하지 않은 러프에서 웨지샷을 하면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 경기력의 궁합이 맞더라도 성격, 정보 처리 방식, 커뮤니케이션 방법,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행동 방식이 다르면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기 어렵다. 예를 들어 위기 상황에서 어떤 선수는 말을 해야 풀리고 어떤 선수는 말을 하지 않아야 좋아진다면 두 선수는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2008년 이후 미국은 선수의 기술이 아니라 선수의 마음이 페어링의 기본이 됐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라이더컵 직전 트러블이 있었던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사진 오른쪽)과 3위 브룩스 켑카(왼쪽)를 한 조에 묶어 경기해 패했으며 주먹다짐 일보 직전까지 갔다.
 
성호준 기자·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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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