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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스캔 영상 읽는 AI, 당신의 생각도 알아챈다

조현욱의 빅 히스토리 
“마음을 읽는 장치가 인공지능을 이용해 당신의 생각과 꿈에 접근할 수 있다.” 지난달 26일자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의 기사 제목이다. 꿈을 일부 해독할 수 있고 사람들이 목격한 얼굴의 이미지들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다. 뇌를 스캔한 영상을 해독하는 인공지능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덕분이다.
 
뇌는 인체에서 가장 복잡한 기관이다.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가 각각 수천, 수만 개의 다른 뉴런과 연결될 수 있다. 매초 100만 개의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지며 그 패턴과 강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현재까지 다른 사람의 생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내는 방법은 뇌 스캔뿐이었다.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되면 뇌의 관련 영역으로 혈액이 쏟아져 들어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 같은 혈류의 증가는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 스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당사자가 어떤 종류의 생각을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의 내용은 여전히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15가지 사진 중 뭘 보는지 50% 맞춰
 
사진을 보고 있는 사람의 뇌 스캔 영상을 보여 주면 인공지능은 그로부터 원래의 사진을 재구성할 수 있다. 맨 윗줄은 원래 이미지, 아래는 3명의 스캔으로부터 재구성한 사진. [사진 일본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

사진을 보고 있는 사람의 뇌 스캔 영상을 보여 주면 인공지능은 그로부터 원래의 사진을 재구성할 수 있다. 맨 윗줄은 원래 이미지, 아래는 3명의 스캔으로부터 재구성한 사진. [사진 일본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

인공지능(AI)이 등장하는 것은 이 지점이다. 뇌 스캔처럼 복잡한 데이터 세트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천 장의 뇌 스캔 이미지를 보여 주고 촬영 당시 뇌가 하고 있던 활동을 상세하게 알려 주면 된다. 그리고 양자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기계 스스로 패턴을 찾아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 퍼듀대학의 종밍 류가 이끄는 연구팀의 과제다. 이들의 인공지능은 피험자가 15가지의 다른 사진 중 어느 것을 보고 있는지를 뇌 스캔 영상을 보고 알 수 있다. 사진은 새, 비행기, 사람들이 운동하는 모습, 인물 등이 있으며 정답률은 50%였다. 무작위 선택이라면 6.7%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보다 깊이 들어간 것이 미국 UC 버클리의 잭 갈란트 팀이다. 이들은 인공지능에게 유튜브의 비디오 클립에 나오는 수백 만 개의 장면(프레임)과 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뇌 스캔을 제공했다. 그리고 다른 유튜브 비디오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뇌 스캔을 보여 주었다. 인공지능은 그 사람이 보고 있다고 추정되는 영화를 새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 결과는 원본의 괴상한 윤곽이지만 여전히 알아볼 수 있다.
 
심지어 자는 동안의 뇌 스캔으로 마음을 읽는 것까지도 가능하다. 2013년 일본 ‘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ATRI)’의 유키야수 카미타니는 사람의 꿈의 내용을 탐지하도록 인공지능을 훈련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꿈에 등장하는 것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물체라면 어떤 것인지, 전체 풍경의 세부 사항은 어떤지 같은 것을 기본적 용어로 서술하게 했다. 그 정확도는 60%가량이었다. 그 뒤 연구팀은 갈란트와 비슷한 방법을 개발했다. 이것으로 뇌의 내용을 영화로 재상영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이제 그것을 꿈에 적용하려고 한다. 깨어난 다음에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 시스템은 주요 대목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줄지 모른다.
 
하지만 MRI 기계는 수억원이나 하는 데다 덩치도 엄청나다. 그 대안이 두피에 전극을 부착해 뇌파를 읽는 모자다. 뇌파란 뇌 신경 사이에 신호가 전달될 때 생기는 전기의 흐름을 말한다. 이를 측정하면 어느 부위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휠체어, 드론, 인간형 로봇을 통제하는 데 쓰여 왔다.
 
뇌파도 역시 뇌 스캔 비슷하게 활용할 수 있다. 여기서 앞서가는 것은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에이드리언 네스터다. 그는 13명의 사람이 100명의 얼굴 이미지를 볼 때의 뇌파 데이터를 제공해 인공지능을 훈련시켰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16명의 새 얼굴을 볼 때의 뇌파도를 제시했다. 인공지능은 자신이 파악한 패턴을 기반으로 새 얼굴을 그려 냈다. 70%의 경우, 그 결과는 데이터 세트에 있는 다른 어느 얼굴보다 실제와 닮았다는 판정을 받았다.
 
 
MS·페이스북·테슬라 등 앞다퉈 경쟁
 
영화 ‘프로페서X’의 한 장면. [사진 20세기 폭스]

영화 ‘프로페서X’의 한 장면. [사진 20세기 폭스]

이는 값싸고 착용 가능한 기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인공지능 분야의 가장 큰손들이 생각을 판독하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뇌파도로 측정하는 뇌의 신호를 이용해 앱을 열고 제어하는 장치의 특허를 받았다.
 
페이스북은 두피 근처에 장착하는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기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 빛은 피부와 조직, 뼈를 거의 투명하게 뚫고 지나가지만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은 그렇지 않다. 근적외선의 흡수 정도를 분석하면 뇌에서 피의 흐름, 따라서 뇌 활동을 알 수 있다. 그 목적은 착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다. “이를 이용하면 말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과 같은 속도로 단어를 타이프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한 대변인이 뉴사이언티스트 기사에서 한 말이다.
 
좀 더 야심찬 것은 지난해 미국 방위고등계획국이 발주한 프로젝트 ‘신경공학시스템디자인(NESD)’이다. 최대 10만 개의 뉴런을 선택적으로 동시에 자극하는 100만 개의 전극을 이용해 뇌와 신호를 주고받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뉴럴링크(Neuralink)라는 벤처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극도로 얇은 그물을 두피 밑에 이식해 기계와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뇌에 아주 가까이 전극을 두면 거기서 나오는 신호를 이해하기가 쉬워진다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그 시사점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구글과 세계 여러 대학의 전문가 그룹(Morningside Group) 27명은 공동으로 경고를 발표했다. 인공지능 시대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회사나 해커, 정부, 혹은 누구에게나 사람들을 착취하고 조종할 새로운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보호수단으로서 유엔의 세계인권선언에 “신경 권리도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먼 미래의 일 같지만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서울대 졸업. 중앙일보 논설위원, 객원 과학전문기자,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역임. 2011~2013년 중앙일보에 ‘조현욱의 과학산책’ 칼럼을 연재했다. 빅 히스토리와 관련한 저술과 강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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