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漢字, 세상을 말하다] 打落水狗<타락수구>

정당한 대결, 영어 페어플레이의 순화어다. 뜻이 마음에 들었는지 중국에 의역 대신 ‘페이-어-보-라이(費厄潑賴·비액발뢰)’라는 말까지 생겼다. 번역가로 활약한 루쉰(魯迅)의 친동생 저우쭤런(周作人)이 1925년 만들었다. 문학동인지 『어사(語絲)』에 “‘페어플레이’에 있어 우리는 어떤 서양신사나 학자와도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했다.
 
유머의 수필가 린위탕(林語堂)이 동감했다. “중국에 ‘플레이’ 정신은 드물다. 하물며 ‘페어’는 말할 것도 없다”며 “우물에 빠진 사람에 돌 던지지(下井投石·하정투석) 않을 정도면 페어”라고 했다.
 
루쉰의 명 구절 “물에 빠진 개는 두들겨 패라(打落水狗·타락수구)”가 이때 나왔다.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는 글로 동생과 린위탕을 논박했다.
 
『논어(論語)』의 “남이 내게 잘못해도 따지지 않는다(犯而不校·범이불교)”는 관용의 도[恕道·서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곧음의 도[直道·직도]이다. 중국에 흔한 것은 삐뚤어진 도[枉道·왕도]다. 물에 빠진 개를 때리지 않으면 되레 개에게 물린다. 루쉰의 논리는 거침이 없었다.
 
루쉰의 글은 최근 미·중 정세에도 적용된다. 그는 “중국은 나라 사정이 특별해 외국의 평등·자유 등을 적용할 수 없다”며 “일률적으로 페어플레이를 적용해 남이 당신에게 페어하지 않은데 당신만 그에게 페어하면 손해”라고 했다. 지금은 ‘내 편은 돕고 다른 파는 토벌할(黨同伐異·당동벌이)’ 때라고 했다. 미국이 관세 몽둥이로 때리자 중국은 자유무역을 외친다. 타락수구와 비액발뢰가 역설적으로 뒤집힌다.
 
루쉰의 결론은 개혁이었다. “반(反)개혁가들의 개혁가에 대한 악랄한 박해는 한 번도 미뤄진 적이 없으며, 수단의 악랄함 역시 이미 극에 달했다.” 린위탕도 동조했다. 물에 빠진 발발이(叭兒狗)를 막대로 때리는 루쉰을 손수 그렸다. ‘타락수구론’을 따라 북양 군벌을 비판했다.
 
한반도에도 최근 물에 빠진 발발이가 여럿 보인다. 비액(費厄·fair)할지 때릴지는 양식 있는 민의(民意)가 결정할 터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