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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사이클론에 14만명 사망···선진국 책임져야"

'환경 노벨상' 골드만상 받은 미얀마 쥬재단 설립자 민쪼 인터뷰
2008년 5월 미얀마를 덮친 사이클론 나르기스. 이 사이클론으로 인해 미얀마에서는 14만 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진 미 항공우주국(NASA)]

2008년 5월 미얀마를 덮친 사이클론 나르기스. 이 사이클론으로 인해 미얀마에서는 14만 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진 미 항공우주국(NASA)]

 “미얀마는 세계 두 번째로 기후변화 피해가 심각한 나라입니다. 가뭄과 사막화에다 폭풍과 사이클론, 홍수 피해도 자주 발생합니다.”
 
미얀마의 쥬 재단 설립자인 민 쪼(Myint Zaw·45)는 지난 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회의실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얀마는 방글라데시에 이어 두 번째로 기후변화 피해가 심하다”고 말했다.
 
10년 전인 2008년 5월 사이클론 나르기스(Nargis)가 들이닥치면서 당시 14만 명 가까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쥬 재단 설립자이자 골드만상 수상자인 미얀마의 민 쪼. 강찬수 기자

미얀마 쥬 재단 설립자이자 골드만상 수상자인 미얀마의 민 쪼. 강찬수 기자

민 쪼는 “기후변화는 선진국들 책임이 크지만, 그들은 자국만 챙긴다”며 “선진국들은 개도국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5년 환경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골드만상을 받았다. 중국 기업이 미얀마 이라와디 강에서 추진하던 밋손 댐 건설을 막아낸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댐 건설을 막기 위해 그는 팸플릿과 DVD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리고, 사진전도 꾸준히 열었다.
 
환경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제6회 그린 아시아 포럼’에서 다른 골드만상 수상자들과 함께 주제 발표에 나선다. 한국에서 골드만 환경상을 수상한 사람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유일하다.
환경재단 회의실에서 포즈를 취한 민 쪼. 강찬수 기자

환경재단 회의실에서 포즈를 취한 민 쪼. 강찬수 기자

골드만상을 받았던 3년 전에는 미얀마의 ‘일레븐 뉴스 저널’ 편집인이었는데, 현재 상황은.
“편집장은 그만두고 개인 재단을 설립했다. 거기서 환경 관련 자료를 출판하고, 전시회도 개최하면서 시민들의 환경 의식을 제고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 ‘브릿지’라는 단체에서 자문 역할도 하고 있다. 브릿지는 미얀마 전역의 200여 개 시민단체의 연합체, 네트워크다.”
이라와디 강에서 짓기로 했던 밋손 댐은 완전히 취소됐나.
“2011년 당시 정부는 댐 건설 중단을 선언했는데, 여전히 유보 상태다. 2015년 대통령선거 후 출범한 신정부는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출범했고, 위원회는 댐에 대해 연구와 조사를 진행했다. 위원회는 정부에 댐 건설을 완전히 중단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보고서를 정식으로 출간하지 않고 있고, 최종 결정도 내리지 않고 있다. 중국 측도 다른 비즈니스 기회를 얻는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댐 건설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라와디강

이라와디강

이라와디강의 모습 [위키피디아]

이라와디강의 모습 [위키피디아]

댐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는?. 물 부족 해소나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나.
“댐에서 생산한 전력 대부분은 협약을 통해 중국으로 가게 된다. 반면 댐을 건설하면 댐 하류를 포함해 강 생태계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강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수백만 명의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한다. 미얀마 중부지역 일부를 제외하고는 물 부족을 경험하고 있지 않다. 댐이 생기면 건기에는 발전을 위해 물을 가둬두게 되고, 우기에는 댐을 방류해 범람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밋손 댐 외에도 중국 자본이 건설을 시도하는 댐이 있나.
“미얀마 내에 여러 개가 있다. 이라와디 강과 비슷한 세루인 강에도 댐을 건설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중국 내에서도 댐 건설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규제가 늘면서 중국 건설회사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고, 미얀마를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전력이 남아돌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영리 추구가 목적이다.”
인터뷰 중인 민 쪼. 강찬수 기자

인터뷰 중인 민 쪼. 강찬수 기자

메콩강 등 동남아지역의 개발 사업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이 주도하는 신실크로드 전략 구상)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대형 도로·댐·화력발전소 등 인프라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지원하고 투자한다. 미얀마에도 중국 자본이 들어와 지방정부에 투자를 제안한다. 지방정부는 시민과 사전 협의 없이 그저 받아들이는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결국 환경파괴로 이어진다. 지속가능성이나 주민의 삶, 과학적 연구 결과를 무시하고 진행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라오스 댐 붕괴 사고 당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 중인 주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월 라오스 댐 붕괴 사고 당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 중인 주민들. [로이터=연합뉴스]

라오스 댐 붕괴 사고를 어떻게 보나.
 (지난 7월 23일 SK건설이 라오스 아타프주에서 시공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이 무너지면서 5억㎥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댐 하류 지역 마을이 수몰됐다. 140여 명의 실종·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나 이상 기상 측면에서 보면 전부터 대형 댐 사업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지진과 기후변화 등 위험성이 증가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라오스 사고가 주는 교훈은 기후변화나 이상기후 때문에 현재는 댐 건설하기에 위험한 시기라는 것이다. 신규 댐뿐만 아니라 기존 댐들도 위험하다. 라오스에 진출하는 한국이나 중국, 태국 기업들은 라오스 정부와 사업 협상하는 게 너무 쉽다. 주민이나 이해 관계자 소통 없이 정부와 협력이 잘 되면 사업 따내는 게 어렵지 않다. 관료에게 뇌물을 준다면 안전 조치가 미비해도 넘길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라오스에서 여러 가지 사전 경고가 있었는데도 무시됐다. 그래서 이런 비극이 발생했다.”
미얀마의 기후변화 상황은 얼마나 심각한가.
“미얀마는 기후변화 피해에서 2위다. 중부 평야지대는 가뭄과 사막화가 나타난다. 남부와 강 주변에서는 심각한 홍수도 발생한다. 몬순 영향도 심각하다. 인도양의 강력한 폭풍이나 사이클론 피해도 크다. 매년 홍수와 가뭄, 몬순을 보면서 심각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목도하고 있다.”
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개막식. [뉴스1]

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개막식. [뉴스1]

기후변화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보는가.
(현재 인천에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48차 총회가 열리고 있다. IPCC는 오는 8일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묶자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대부분의 책임은 선진국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과거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발생한다. 그 때문에 미얀마 같은 작은 나라들이 기후변화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발도상국이든, 가난한 나라도 대응 노력에 동참해야 하지만, 선진국이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문제는 선진국들이 지금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자국만 챙기고, 개도국을 소외시킨다. 이런 불균형은 부정의(不正義)를 초래한다. 이런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 계속되면 평화란 있을 수 없고 분쟁이 계속될 뿐이다. 부정의를 해결하고, 정의를 모색해야 평화가, 지속가능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8월 방글라데시 난민촌의 울타리 앞에 모인 로힝야 난민들. [EPA=연합뉴스]

지난 8월 방글라데시 난민촌의 울타리 앞에 모인 로힝야 난민들. [EPA=연합뉴스]

미얀마에서 벌어진 로힝야족 학살 문제를 내부에서는 어떻게 보나.
(지난해 8월 미얀마에서는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학살과 강간이 벌어져 2만5000여명이 숨졌고, 이웃 방글라데시로 70만 명이 피신했다.) 
“로힝야족 문제는 굉장히 복잡한 이슈다. 미얀마 북부 라카인 주 지역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이것이 민족 말살 정책이라고, 반인륜적 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책임져야 할 주체가 여럿 있지만, 가장 중요한 책임은 군부나 경찰 등 안보 관련 부처다. 강제이주나 살상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이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데, 미얀마 국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존재한다. 군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권 침해에 목소리를 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군부 등에 있다.”
지난 8월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한국시민단체 회원들이 로힝야족 학살 1주기를 맞아 미얀마 정부의 학살인정, 난민 귀환 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한국시민단체 회원들이 로힝야족 학살 1주기를 맞아 미얀마 정부의 학살인정, 난민 귀환 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로힝야족이 돌아온다면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보는가.
“라카인족과 로힝야족은 모든 면은 아니지만, 함께 수행한 비즈니스 영역도 있어서 함께 어울릴 수 있다. 다만 정치적 조작이 없어야 한다.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나 군부에서 로힝야 족과 관련해 두려움을 조작하는 활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긴장을 유발하는 활동을 했다. 이런 게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먼저 상호 권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이나 군부, 경찰이 분쟁을 조작하는 활동으로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민 쪼는 “4대 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질문할 줄 알았는데…”며 슬쩍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래서 짧게 그의 견해를 물었다. 그는 “한강 등 4대 강을 실제 방문한 적은 없지만, 한국의 4대 강 사업에 대해 알고는 있다”며 “자연을 파괴하면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서식지를 파괴하고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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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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