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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리 칼럼] 절대로 사라져서는 안 되는 일자리들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새로운 디지털 기기의 출현으로 우리는 소비와 생산, 학습과 여가 활동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시대에 들어섰다. 좋아서 혼자 하던 일인데도 돈을 벌게 되기도 하고, 돈 내고 사서 고생하는 일도 많아졌다. 개념이 뒤섞이는 시기다. 이 혼돈 속에서 새로운 기술들은 그에 따르는 새로운 일자리들을 만들어낼 것이고, 노동시간 감소가 촉진되며 노동과 소비 사이의 경계 역시 흐려질 것이다.
 

AI·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해도
문명 지속을 위한 것 보호해야
어린이·자연을 보호하는 일과
자유를 위한 일들은 지켜내야

이러한 추세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집적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기술 발전 탓으로 자동화의 위협을 받는 일자리들이나 그와 함께 소멸하게 될 관련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가고 있다. 비서 또는 조립 라인의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자동화될 것이라는 가설은 그럴듯하다. 편지를 배달하는 집배원, 은행이나 기차역 창구 직원들도 필요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그런 직종 종사자들이 가치 있는 다른 일을 수행하기 위해 재교육을 받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이 일자리들의 종말이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존립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반면, 우리 문명의 생존 조건을 구성하는 일들이기에 절대적 보호가 필요하고 나아가 해당 직업의 지위와 보수에 대한 개선이 수반되어야 하는, 그런데도 사라질 위험에 처한 일자리들에 대한 논의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소멸 위험이 증가하는 순서대로 보자면, 어린이와 자연 그리고 자유를 보호하는 직군이 있다.
 
아탈리 칼럼 10/05

아탈리 칼럼 10/05

1. 어린이 보호 직군은 그 영역이 의료든 교육이든 당장에 사라질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당한 국가들에서, 심지어 프랑스에서조차 이 일자리들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직군 유지를 위해 확보되어야 하는 예산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데다가, 그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세금 징수 역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발전된 기술이 이 일자리들이 없어진 자리를 채워줄 수 있다고 해도, 보살피고 가르치는 데 필요한 인간 존재를 대신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이 일자리들을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 특히 산부인과·어린이집·유치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부당하게도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와 다른 부분이 있는 이들을 위한 지원도 포함된다.
 
2. 자연 보호 직군을 살펴보자. 자연을 보호해야 할 필요에 관해 주장하는 목소리는 유례없이 높아졌지만, 자연 보호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거의 모든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고, 농촌 지역과 마을이 버려지면서 농업에 종사하려는 사람들과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살려는 이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되는 날이 되면, 과연 그 누가 환경보호를 두고 나오는 저 근사한 담화들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인가? 환경 보호를 위해 농촌 지역 및 지역을 살리는 관련 일자리 진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3. 변호사, 판사, 기자, 문학·역사·철학 교수처럼 자유를 수호하는 직군은 사라질 위험이 다른 두 직군보다 특히 더 높다. 법조 업무는 판례 해석 자동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언론계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사 작성의 도전을 받고 있다. 위험에 처해 있기로는 인문교육계도 마찬가지다. 인문학은 생활에 직접적인 필요가 덜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자유와 고통과 죽음 더 나아가서는 인간 조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자리를 성찰하기 위해 그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인간의 모든 행위를 윤리의 이름으로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면에서 필요한 학문임에도 그렇다. 배우, 음악가, 조형예술가처럼 인공지능이 대체에 도전할 수 있어 보이는 예술 직군의 일자리들도 비슷한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한 사회가 어떤 권위를 제거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실제 행동은 권위를 대표하는 것들의 가치를 빼앗는 일에서 시작된다. 이를 위해 그 사회는 뻔뻔하게도 활용이 용이한 여성 인력들을 해당 직업에 종사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직군의 활동 분야에서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사회는 해당 직군의 인기 하락을 부추긴다. 오늘날에는 자유 수호 직군에서 이런 상황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현상은 나머지 두 직군에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인간 사회는 이 문제 때문에 멸망할 것이다. 유사 이래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근간을 구성했던 일들을 보호하고,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장려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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