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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과학상에 여성 2명 … “유리천장에 겨우 실금”

올해 노벨과학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여성 과학자의 약진’이다. 지난 1일 노벨생리의학상 발표에서 시작해 2일 물리학상, 3일 화학상을 끝으로 올해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마무리됐다. 생리의학상 2명·물리학상 3명·화학상 3명으로 총 8명의 과학자가 새로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 중 두 명(물리학·화학)이 여성이다.
 

작년까지 117년간 여성은 3%뿐
퀴리 부인도 처음엔 후보 탈락
공동 연구자 중 남성만 받기도
“노벨위원회 보수성이 걸림돌”

도나 스트릭랜드(左), 프랜시스 아널드(右)

도나 스트릭랜드(左), 프랜시스 아널드(右)

과학 분야에서 두 명 이상의 여성 수상자가 나온 것은 2009년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미국의 엘리자베스 블랙번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캐럴 그레이더 존스홉킨스의대 교수가 생리의학상을, 이스라엘의 아다 요나스 와이즈만연구소 교수가 화학상을 받아 총 3명의 수상자가 나온 바 있다. 올해는 프랜시스 아널드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교수와 도나 스트릭랜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가 각각 화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자가 됐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간 노벨과학상은 ‘유리천장’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여성 과학자들에게 보수적이었다. 1901년 노벨상이 생긴 이후 2017년까지 117년간 배출된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총 599명. 이 중 여성수상자는 17명으로 전체의 3%밖에 안된다. 특히 물리학상은 1903년 마리 퀴리와 1963년 마리아 괴페르트 마이어 이후 올해가 세 번째일 정도로 여성 과학자들의 성과가 주목받지 못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 연구재단(NRF)은 그 원인을 노벨위원회의 보수적인 태도에서 찾았다. 연구재단은 지난달 발간한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를 통해 “노벨위원회는 과거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여성과학자에게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1903년 남편인 피에르 퀴리와 함께 방사성 물질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가 된 마리 퀴리(1867~1934)는 1911년 순수 라듐을 발견한 공로로 두 번의 노벨상을 받았지만, 처음에는 노벨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1903년 노벨위원회는 남편인 피에르 퀴리와 앙리 베크렐만 수상자로 올렸다. 당시 본인의 단독 수상 소식에 놀란 피에르 퀴리의 적극적 요구로 마리 퀴리는 비로소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핵분열 현상을 발견해 독일의 마리 퀴리로 불리는 리제 마이트너(1878~1968)는 자신이 고용한 남성 연구원 오토 한에게 수상의 영광을 빼앗기기도 했다. 노벨상은 노벨위원회가 전 세계 연구자들로부터 받은 300~3000건의 추천을 수상자 선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당시 마이트너의 동료 과학자들은 후보로 그를 수차례 추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와 공동연구를 진행한 오토 한은 같은 연구성과로 1944년 노벨화학상을 받게 돼, 노벨위원회가 여성과학자에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노벨위원회의 이런 태도는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김해도 한국연구재단 정책연구팀장은 “전 세계 3000명의 연구자에게 받는 추천이 노벨상 수상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오랜 기간 남성들이 과학계를 장악하고 있다 보니 추천 역시 적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벨상은 핵심 연구를 시작해서 수상까지 평균 30년간, 한 분야에서의 장기적인 연구가 필수적인데 30년 전 여성과학자의 수가 현재보다 극히 적었던 것을 고려하면, 아직도 노벨상 수상자의 여성 비율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전 소장은 “노벨 유리천장에 실금이 가고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여성 수상자 수가) 너무 적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유명희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 회장은 “과거에는 육아 및 가정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여성 과학자가 국제공동연구에 참여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가정 내 남녀평등 인식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여성 과학자의 연구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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