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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컵에 뜨거운 물 넣어 마셔도 괜찮을까

기자
임종한 사진 임종한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8)
한국이 속을 끓이는 저출산 문제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저출산의 생물학적인 원인인 불임이다. 1년간 정상적인 성생활을 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불임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불임이 국내에서 또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 산부인과의 불임교실에 참가한 사람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가임 연령대 부부 가운데 약 12%가 불임 문제를 겪고 있다 한다. 최승식 기자

한 산부인과의 불임교실에 참가한 사람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가임 연령대 부부 가운데 약 12%가 불임 문제를 겪고 있다 한다. 최승식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가임 연령대 부부 가운데 약 12%가 불임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이 남성 불임이 원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1년 3만 9333명이던 국내 남성 불임 환자 수는 2015년 5만 2902명으로 4년 만에 1.5배가량으로 늘어났다. 여성만의 문제로 인식된 불임의 원인이 남성으로 확대하고 있다.
 
사람의 생식능력은 인체의 건강상태 및 질환과 연계될 수 있기 때문에 불임 원인은 다양하고 광범위할 수밖에 없다. 성호르몬 분비 장애와 선천적 이상으로 불임이 유발될 수 있으며 정류고환, 정계정맥류처럼 수술로 교정이 가능한 질병도 있다.
 
흔히 환경호르몬으로 불리는 내분비교란물질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인체에 축적돼 성 기능을 방해하거나 정자 형성을 억제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내분비선 이상, 나팔관 손상, 자궁근종 등이 불임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들어 주목받는 것은 성호르몬의 분비 및 기능을 방해하는 유해물질인 환경호르몬이다. 환경호르몬이란 사람의 몸에 들어가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교란하는 물질을 총칭하는 말로, 전문용어로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라고 한다. 
 
환경호르몬의 화학적 구조가 생체 호르몬과 비슷해 몸속에서 마치 천연 호르몬인 것처럼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이를 모방이라 하는데, 이 가짜 호르몬은 진짜 호르몬인 양 행세하면서 몸속 세포 물질과 결합해 비정상적인 생리작용을 부른다. 
 
심지어 진짜 호르몬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이 가짜 호르몬이 완전히 빼앗아 버리는 경우도 있다.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부작용으로는 생식기능의 이상, 성비균형 파괴, 호르몬 분비 불균형, 면역기능 저해, 유방암 전립선암 증가를 들 수 있다.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는 각종 세제
우리는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는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있다. 세제에 포함된 계면활성제 원료인 펜타노닐페놀은 세계 야생기금에서 정한 67종 환경호르몬 중 하나로 노출시 내분비 교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사진 pixabay]

우리는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는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있다. 세제에 포함된 계면활성제 원료인 펜타노닐페놀은 세계 야생기금에서 정한 67종 환경호르몬 중 하나로 노출시 내분비 교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사진 pixabay]

 
우리는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는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있다. 욕실을 보면 빨래용·청소용·목욕용 등 여러 종류의 세제가 있다. 세제에 포함된 계면활성제 원료인 펜타노닐페놀은 세계 야생기금에서 정한 67종 환경호르몬 중 하나로 노출시 내분비 교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노닐페놀은 저분해, 고농축성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노닐페놀은 대부분 25% 이상 함유된 제품 형태로 전량 수입되고 있다. 유럽에선 세척제나 화장품 등에 사용하는 것도 금지돼있다.
 
플라스틱은 환경호르몬의 중요 노출원이다. 플라스틱병에 더운물을 넣는다든가, 플라스틱 주걱을 넣고 끓인다든지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플라스틱에서 프탈레이트, 비스페놀 A는 생식 면역기능을 약화할 뿐 아니라 암 발생률을 높일 수 있고, 태울 경우 강력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까지 발생시킨다.
 
국내에선 코팅프라이팬 사용이 많은데, 이 코팅제에 과불화화합물이 함유돼 있다. 해외에서는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화학물질의 생산과 소비량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과불화옥탄산이 사람 몸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굉장히 다양하다. 동물실험 결과로는 간 독성, 발암성, 생식독성, 신경독성 같은 위험이 보고됐다. 
 
과불화옥탄산은 몸속에 쌓여 호르몬 교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놀라운 것은 남아가 태아 시기에 자궁을 통해 환경호르몬에 과다 노출되면, 성인이 되어 정자 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에서 밝혀졌다.
 
국내 산모의 모유에 포함된 과불화화합물의 농도는 프랑스 여성에 비해 적게는 9배, 많게는 3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분석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이 프랑스보다 프라이팬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열된 프라이팬을 통해 과불화화합물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주방에서 일하는 주부가 지속해서 노출되면 호르몬 교란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미국은 2015년부터 과불화화합물 성분의 코팅 프라이팬 유통을 금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규제 기준조차 없다. 코팅이 안 된 제품을 사용하고, 코팅제가 벗겨진 프라이팬은 즉시 폐기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에선 코팅프라이팬 사용이 많다. 이 코팅제에 과불화화합물이 함유돼 있는데 이는 사람 몸속에 쌓여 호르몬 교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코딩이 안 된 제품을 사용하고, 코팅제가 벗겨진 프라이팬은 즉시 폐기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 위키미디아 커먼]

국내에선 코팅프라이팬 사용이 많다. 이 코팅제에 과불화화합물이 함유돼 있는데 이는 사람 몸속에 쌓여 호르몬 교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코딩이 안 된 제품을 사용하고, 코팅제가 벗겨진 프라이팬은 즉시 폐기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 위키미디아 커먼]

 
향수나 샴푸, 컨디셔너, 헤어스프레이, 매니큐어 등 몸에 직접 닿는 생활용품에서도 환경호르몬에 검출된다. 향수에는 향기가 오랫동안 지속하도록 프탈레이트라는 화학물질이 첨가된 경우가 많다. 일부 프탈레이트의 경우 태아를 비롯한 성인 남성의 정자 품질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프탈레이트는 향수 샴푸 컨디셔너 헤어스프레이, 매니큐어 등 생활용품에서 어린이 장난감까지 각종 PVC 제품의 연화제로 사용된다. 되도록 사용을 자제하고 두피 등 피부에 직접 닿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임신부가 출산 전에 다이옥신과 같은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 이후에 태어난 남성은 남자다움이 줄고 여아는 반대로 남자다움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또 출산 전 엄마의 환경호르몬에 대한 노출이 그들 자녀의 놀이문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드러났는데 남자는 남자다운 놀이 모습이 줄고 여자아이는 남자다운 놀이 모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늦가을까지 모기가 극성을 부려 가정용 살충제를 많이 쓰게 된다. 이들 살충제도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는 것이 있다. 전기모기향, 매트식 살충제는 살충제를 함유한 매트를 열판 위에 올려놓고 가열해 유효성분을 공기 중에 날려 모기나 파리를 구제한다. 
 
매트식 살충제의 유효성분인 알레스린 프라메트린은 모두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로 매일 계속해 흡입하면 화학물질과민증에 걸릴 위험성이 크다. 특히 세계야생기금에서 정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저농도 노출 시에도 내분비 교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뇌 발달에 중요한 불포화지방산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물질은 수산물을 통해 얻을 수 있다. 플라스틱을 통해 환경호르몬의 노출은 이미 말한 대로 버리진 플라스틱이 땅에 매립되기도 하지만 일부는 강이나 배수구 등을 타고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3500만t에 이를 정도다. 2025년이면 해양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현재의 2배까지 폭증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장으로 변한 바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새. 위장에 플라스틱 병뚜껑 등의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중앙포토]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새. 위장에 플라스틱 병뚜껑 등의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중앙포토]

 
이로 인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해양생물이다. 바닷속에 사는 거대한 고래는 물론 상어, 가오리 등 생태계를 주도하는 생물들이 플랑크톤 등 작은 크기의 먹잇감과 함께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micro plastic)에 생존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 특히 고래와 돌고래의 경우 50% 이상이 플라스틱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래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 때문에 위가 파열돼 종종 죽은 채로 발견되기도 한다. 
 
문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거친 해류와 태양 자외선(UV)에 의해 점점 더 작은 조각으로 쪼개지면서 유해물질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바다가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장으로 바뀌고 있다. 바다가 이토록 오염되면, 우리 다음 세대는 생존의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전자조작식품(GMO)를 수입하는 나라다. 그런데 GMO 재배에서 사용하는 글리포세이트라는 살충제는 발암물질로 작용한다는 여러 증거가 보고되고 있으며, 호르몬 교란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리포세이트가 정자 수 감소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실 우리 생활이 얼마나 화학물질, 환경호르몬에 오염됐는지 모른다. 자세히 알고 보면 화학물질의 피해가 어린이, 또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에게 그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습관을 바꾸면 화학물질 노출을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외국에선 일회용품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을 퇴출하자는 움직임이 거세다. 우리도 일회용품으로 제공하는 플라스틱을 이제는 제공하지도 사용하지도 말자. 부모로서 우리 자녀와 다음 세대를 위해 지구를 위해 작은 실천을 시작하자.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ekeepe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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