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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남북 우발 충돌' 다음 줄에 천안함을 사례로 든 국방부

제1연평해전 직전 북한은 서해 NLL을 여러 차례 넘나들면서 도발을 했다. 1999년 6월 11일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속에 북한 경비정을 퇴각시킨 우리측 고속정. [중앙포토]

제1연평해전 직전 북한은 서해 NLL을 여러 차례 넘나들면서 도발을 했다. 1999년 6월 11일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속에 북한 경비정을 퇴각시킨 우리측 고속정. [중앙포토]

 국방부가 2010년 북한이 자행했던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우발적 무력충돌 사례’로 꼽은 자료를 내놔 논란을 자초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국방부 대북정책관실은 국회에 ‘9·19 군사합의 주요쟁점 Q&A’란 제목의 자료를 보냈다. 이 자료는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때 발표된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에 대한 주요 쟁점을 풀이하는 형식이다. 국방부는 자료에서 “(서해) 완충구역은 과거 서해 해상에서의 우발적 무력충돌 사례와 남북 군사력이 밀집된 구역을 고려하여 설정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바로 다음 줄에 “과거 서해상에서 제1ㆍ2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도발이 발생하여 총 54명의 전사자 발생”이라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북한 무력도발 사례를 들었다. 문맥으로 보면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은 북한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뒤 의도적으로 일으킨 무력도발이 아니라 남북간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충돌로 읽힌다. 
 
국방부가 국회에 보낸 '9.19 군사합의 주요쟁점 Q&A' 3페이지. 우발적 무력 충돌 사례로 서해 NLL 일대에서의 북한 무력도발을 꼽았다.

국방부가 국회에 보낸 '9.19 군사합의 주요쟁점 Q&A' 3페이지. 우발적 무력 충돌 사례로 서해 NLL 일대에서의 북한 무력도발을 꼽았다.

 
국방부는 평양 정상회담에서 군사분야 합의서가 조인된 지난달 19일 설명자료에서도 완충구역이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차단”한다며 서해 NLL 일대의 관련 사례를 이번 국회 자료와 똑같이 열거했다.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한 지난달 19일 국방부가 배포한 설명자료. 서해 완충구역이 천안함 피격ㆍ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의 도발이 우발적 무력충돌이라고 돼 있다.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한 지난달 19일 국방부가 배포한 설명자료. 서해 완충구역이 천안함 피격ㆍ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의 도발이 우발적 무력충돌이라고 돼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우발적 무력충돌의 사례를 적시한 게 아니라, (NLL) 일대에서의 무력 충돌의 사례를 단순 나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앞서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지난 1일 국회 대정부질의 답변 때 ‘우발적 충돌 사례’를 질문받고 “99년의 1차 연평해전 같은 경우”라고 답했다. 국방부가 서해에서 벌어진 북한의 각종 도발을 우발적 충돌로 간주하려 한다는 비판을 불렀다.
 
천안함 유가족들이 2015년 5주기를 맞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를 찾아 두 동강 난 천안함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천안함 유가족들이 2015년 5주기를 맞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를 찾아 두 동강 난 천안함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제1연평해전이 우발적 무력 충돌이 아니라 북한이 기획한 무력도발이라는 증거는 많다. 전직 정보당국자는 “제1연평해전 직전 서해 일대에서 북한군의 통신이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면서 “이는 북한군이 제1연평해전을 미리 계획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제1연평해전 교전 당일인 99년 6월 15일 당시 판문점에서 유엔사-조선인민군 장성급 회담장에 있었던 문성묵 한국전략문제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전 남북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은 “북한의 이찬복 대표가 갑자기 ‘지금 이 시각 서해에서 남측의 선제사격으로 교전이 일어났다’고 얘기했다. 우리는 그때까지 전혀 몰랐다”며 “북한은 당일 내내 ‘NLL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집요하게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상철 청와대 안보실 2차장도 저서 『북방한계선: 기원ㆍ위기ㆍ사수』에서 제1연평해전을 “북한은 NLL 일대에서 무력도발을 일으킨 후 이를 빌미로 유엔사-조선인민군 장성급 회담에서 새로운 해상 군사분계선을 설정하려고 시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2010년 11월 23일에는 북한이 연평도 군부대와 민가에 150여발의 포격했다. 연평도 포격 포격 도발 사건이다.. [연합뉴스]

2010년 11월 23일에는 북한이 연평도 군부대와 민가에 150여발의 포격했다. 연평도 포격 포격 도발 사건이다.. [연합뉴스]

남성욱 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서해 NLL 일대에서의 남북간 교전이 우발적 충돌이라는 인식은 6.25 전쟁이 북한의 남침이 아니라 남북한 내부갈등으로 발생했다는 논리와 비슷하다”며 “이런 인식으로 NLL 문제를 접근했다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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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