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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는 안오고 단기비자 중국인 몰려…공사장 일당 떨어졌다

유커 700만 시대, 외면받는 한국
지난해 3월 중국 당국의 한한령(限韓令) 이후 중국 단체관광객은 줄고 취업을 노린 입국자는 증가했다. 사진은 한국에서 구입한 물건을 싣기 위해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대기 중인 중국 보따리상. [연합뉴스]

지난해 3월 중국 당국의 한한령(限韓令) 이후 중국 단체관광객은 줄고 취업을 노린 입국자는 증가했다. 사진은 한국에서 구입한 물건을 싣기 위해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대기 중인 중국 보따리상. [연합뉴스]

700만 명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해외로 나간다는 중국 국경절(10월 1~7일)이 시작됐지만 국내 여행·유통업계는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지난해 3월 한한령(限韓令·한국 단체관광 금지) 이후 단체관광을 일부 허용한다는 중국 당국의 발표와 달리 한국을 찾는 유커 숫자는 회복될 조짐이 없다.  

관광 명목 들어와 불법 돈벌이
90일 있다 중국 공항 찍고 다시 와
8월 유커 48만명 발표는 허수
상당수가 관광객 아닌 취업 목적

 
또 최근 방문하는 유커 중에는 보따리상(다이궁·代工)이나 관광을 명목으로 들어왔다가 돈을 벌 목적으로 주저앉는 불법체류자가 많아 여행·유통업계가 기대하는 여행수요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커 전담 여행사들마저 개점 휴업 상태여서 유커를 유치할 장기적인 인프라마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관계자는 3일 “중국 국경절이라지만 한국을 찾는 유커 숫자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이전의 절반도 안 된다”며 “중국 당국은 한한령을 풀었다지만 실제론 거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커가 줄면서 150여 개에 달하던 중국 전담여행사 중 현재는 6~7곳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1~8월) 중국인 관광객은 30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가량 늘었다. 하지만 사드 이전인 지난 2016년(560만 명)과 비교하면 아직 절반 수준이다. 8월 한 달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 48만 명, 지난해 33만 명, 2016년 87만 명이다. 회복세에 있긴 하지만 아직 한한령 이전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여행업계는 이마저 “허수가 많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발표한 8월의 중국인 관광객 48만 명 중 유학생과 항공사 승무원 등은 제외하고, 관광 통과(B-2) 비자 입국객 6만 명과 단기방문(C-3) 비자로 입국한 30만 명 등 36만 명만 관광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관광업계는 36만 명 중에도 순수 관광객이 얼마나 되는지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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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행업계 관계자는 “사드 이후 유커가 줄고 싼커(散客, 단체가 아닌 개별관광객)가 다소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무늬만 관광객인 다이궁과 취업 목적 입국자가 더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하얼빈 출신의 저우(38)는 지난 2월 평창올림픽 당시엔 관광객이었지만, 지금은 건설현장 노동자다. 그는 지난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시행한 무사증 제도의 수혜자다. 20만원짜리 올림픽 티켓을 구매해 한국에서 경기를 관람한 후 중국으로 돌아가면 그 대가로 5년짜리 복수비자를 발급해주는 내용이었다.  
 
저우는 중국으로 간 후 한국영사관에서 5년짜리 복수비자(C-3)를 받아 지난 4월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C-3 비자는 한국에서 90일 동안 체류할 수 있지만, 취업은 불법이다. 그러나 중국인이 대부분은 건설현장에서 일자리를 얻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저우는 체류 기간 만료 전인 지난 7월에 하얼빈에 다녀왔다. 불법체류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무난하게 일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우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엔 유커 3명이 입국한 것으로 집계된다. 저우는 “중국 공항에 가면 나 같은 사람이 수두룩하다. 집에 안 들르고 공항에서 곧바로 되돌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C-3 비자로 일하는 중국인이 늘어난 경기 지역의 건설 현장에선 일용직 일당이 떨어지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을 관리하는 ‘팀장’ 경력 20년째인 김모씨는 “중국인이 늘면서 건설 잡부직의 일당이 지난해보다 1만~2만원 떨어진 11만~12만원 정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팀장인 성모씨는 “건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중국인들은 팀장들에게 접근해 ‘싼값에 인부를 대줄 테니 (불법) 취업시켜 달라’고 먼저 제안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을 드나드는 다이궁도 대부분 C-3 비자로 들어오지만 관광객이라기보다는 대리구매업자로 보는 게 현실적이다.  
 
관광가이드 출신의 중국 동포 황모(42)씨는 “5년짜리 복수 비자가 있는 다이궁들이 수시로 한국을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다. 다이궁들은 처음엔 한국 비자를 받기 어려워 단체 비자로 다섯 번 정도 방문하지만 그 후에는 한국영사관에서 5년짜리 C-3 개인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C-3 비자를 갖고 한국을 자주 오가는 왕모(28)씨는 “한 번 한국에 오면 5000위안(약 85만원) 정도 물건을 산 뒤 중국에 들어가 지인들이나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방문 기간 동안 서울에 거주하는 지인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유커가 방문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여행 수요, 즉 쇼핑이나 숙박 또는 식당 등의 매출을 올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왕씨는 “한국 복수비자가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대리구매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며 “전문적으로 하는 친구들은 다이궁으로 돈을 벌어 집을 산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가이드 출신의 황씨는 “여행이 아닌 돈 벌러 온 중국인들은 여행 단체비자만 있을 때는 면세점을 돌며 다이거우로 일해 일당 8만~9만원을 벌고, C-3 비자를 받은 후에는 일당이 높은 일용직이 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이궁들이 활개를 치면서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천항의 외국인 입국자 수는 올해 8월 4만1000명으로 지난해 8월(2만5000명)보다 60% 이상 늘었다.
 
이처럼 유커는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유커를 가장한 다이궁이나 불법체류자만 늘고 있지만 당국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 측은 “중국인을 포함한 불법체류자를 줄이기 위해 9월부터 단속인력 90명을 충원했다”며 “무사증 입국 불법체류자 발생 억제를 위해 입국심사와 브로커에 대한 기획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오순환 용인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 촉진을 위한 무비자 정책의 부작용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며 “하지만 득보다 실이 많다면 이를 막을 강력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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