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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일본도 소행성 탐사선 보냈다

‘태양광 패널을 펼친 날개 길이 6m, 몸체 길이 1.25m의 탐사선이 고도 20㎞에 상공에 떠 있다가 서서히 하강한다. 지상 60m까지 내려온 탐사선은 지름 18㎝, 높이 7㎝짜리 납작한 16각형 기둥 모양의 물체 2개를 토해 놓는다. 쌍둥이처럼 똑같은 두 물체는 거친 바위와 자갈로 가득한 지상을 통통 튀듯 구르며 사진을 찍는다.’
 
일본의 탐사선 하야부사2가 암석을 채취하기 위해 소행성 류구의 표면까지 내려오는 장면을 그린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사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일본의 탐사선 하야부사2가 암석을 채취하기 위해 소행성 류구의 표면까지 내려오는 장면을 그린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사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지난달 22일 지구와 화성 사이, 지구에서 2억8000만㎞ 떨어진 우주공간의 소행성 류구(龍宮)에서 벌어진 일이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지상 탐사로봇 미네르바Ⅱ 1A, 1B 로버를 성공적으로 내려놓은 것이다. 하야부사와 로버가 찍은 소행성 류구 표면의 사진과 동영상은 지구로 생생하게 전송됐다.
 
소행성 류구에 내린 지상 탐사로봇 미네르바Ⅱ 1A, 1B 로버. [AP=연합뉴스]

소행성 류구에 내린 지상 탐사로봇 미네르바Ⅱ 1A, 1B 로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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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2는 2014년 12월3일 일본 큐슈 남단 가고시마현에서도 40㎞ 떨어진 섬에 위치한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H-ⅡA 로켓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다. 지구궤도를 벗어난 하야부사2는 올 6월27일 지구와 화성 사이 궤도를 공전하고 있는 소행성 류구 상공에 도착했다. 지구를 떠난지 3년반, 공전궤도를 따라 32억㎞의 아득한 거리를 날아간 여정이었다. 하야부사2의 주 미션은 소행성 류구의 암석 채취. 지상까지 내려와 류구의 암석 샘플을 한줌 잽싸게 움켜쥔 뒤 2020년말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JAXA의 소행성 탐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에도 하야부사1이 지구를 떠나 20억km를 비행한 후, 수차례의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소행성 이토카와에 착륙해 시료를 채취하고 2010년 지구로 돌아왔다. 달이 아닌 다른 천체의 물질을 가져온 세계 최초의 기록이었다.
 
일본은 왜 소행성으로 달려가고 있을까. JAXA가 밝히고 있는 공식 이유는 순수과학이다. 소행성 탐사를 통해 45억년 전 태양계가 형성된 직후의 상황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행성은 지구와 같은 행성이 태어나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잔해이면서 변화를 가장 덜 겪은 천체다. 때문에 45억년 전의 화학적·열적 상태에 관해 중요한 단서를 전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 뿐 아니다. 우주 과학자들에 따르면 소행성 탐사에는 두 가지 목적이 더 있다. ‘지구 보호’와 ‘자원 확보’가 그것이다.
 
우선 ‘지구 보호’부터 풀어보자. 사실 태양계 내 소행성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은 화성과 목성 사이다. 100만 개가 넘는 소행성들이 무리를 이뤄 궤도를 돌고 있다. 이른바 ‘소행성대’로 불리는 곳이다. 또 한 곳, 지구 주위에서도 최근까지 약 1만9000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소행성들이 발견됐다. 이들은 지구 가까이 있다고 해서 ‘근(近)지구천체’라고도 불린다.
 
지난달 22일 하야부사2가 류구 상공 60m까지 내려와 찍은 류구 표면. [EPA=연합뉴스]

지난달 22일 하야부사2가 류구 상공 60m까지 내려와 찍은 류구 표면. [EPA=연합뉴스]

근지구 소행성의 고향은 바로 화성~목성 사이의 소행성대다. 소행성대를 돌던 이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궤도를 이탈해 지구 가까이 접근한 것이다. 이중 극히 일부는 지구상에 떨어져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 6500만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존재도 지구와 충돌한 소행성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조중현 한국천문연구원 위험감시센터장은 “지름 1㎞ 이상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멸종할 수 있고, 100m급이라 하더라도 한 나라가 사라질 정도”라며 “이 때문에 미국 등 우주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구 위협 소행성을 로켓으로 밀어내거나 핵폭탄으로 파괴하는 등의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행성은 ‘우주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지구 표면에는 이용가치가 높은 희귀금속이 거의 없지만, 소행성에는 이런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다. 지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철이나 니켈은 물론 백금과 같은 중금속의 대부분은 지구 중심 핵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반면 크기도 작고, 구(球) 모양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행성의 표면에는 희귀금속이 널려있다. 이런 자원을 지구로 가져올 수만 있다면 소위 ‘대박’일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과학기술로는 수송비도 감당하기 어려울 뿐더러 지구 대기권을 뚫고 대량의 자원을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우주과학자들은 향후 한 세대가 가기 전의 세월에 우주탐사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오면, 소행성의 광석과 얼음 등은 우주 상에서 가공해 탐사선과 우주기지의 자원과 에너지로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소행성

소행성

일본 만큼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미국도 소행성 탐사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국가다. 소행성에서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돌아온 것은 일본이 최초이지만, 탐사선의 소행성 착륙은 미국이 먼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96년 2월 소행성 탐사선 니어 슈메이커를 쏘아올렸으며, 5년 뒤인 2001년 2월 근지구소행성 중 하나인 에로스에 착륙시켰다. 인류의 우주탐사선이 소행성에 착륙한 최초의 기록이다. 에로스는 최대 직경 34.2㎞로, 근지구 소행성 중 둘째로 크다. NASA는 2016년 9월 소행성 탐사선 오시릭스-렉스도 쏘아 올렸다. 이 탐사선 역시 근지구소행성 중 하나인 지름 500m의 베누에 직접 착륙해 약 2㎏의 샘플을 채취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베누는 앞으로 1세기가 더 지난 뒤인 2135년엔 달과 지구 사이를 지나갈 것으로 계산돼,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근지구천체이기도 하다.
 
한국도 ‘선언’뿐이긴 하지만 소행성 탐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 2월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을 세웠다. 여기에는 달탐사 일정 뿐 아니라, 2035년을 목표로 소행성에서 암석을 채취해 오는 ‘소행성 귀환선’계획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소행성 탐사를 위한 인력과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2015년 소행성 관측과 이론 연구에 본격 착수했으며, 미래 소행성 탐사를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정도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구의 우주자원 채굴기업들은 2020년대 중반이면 지구 아닌 다른 천체의 자원추출 실험이 가능하고 2040년경이면 산업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과거 대향해시대가 시작될 때 앞선 나라들이 미지의 바다를 넘어 신대륙을 향해 도전에 나섰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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