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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반기지 않던 아내도 반했다, 이 것 넣어 끓였더니

기자
민국홍 사진 민국홍
[더,오래] 민국홍의 삼식이 레시피(7)
아내가 아침상에 차려진 국물을 맛보고는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는 연신 젓가락질을 하면서 “어쩜 이런 맛이 나올 수 있을까”라면서 음미를 거듭한다. 남은 국물에 밥을 조금 말아 흡입을 한 다음 아쉬운지 연신 입맛을 다신다.
 
내가 아침으로 한 개를 끓여 반씩 나눈 라면을 먹고 보인 반응이다. 아내가 원래 라면을 썩 좋아하지 않는데 이날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은 것은 일대 사건으로 감동을 주었다. 내가 우연히 라면 레시피를 발견하고 이것보다 더 맛있는 라면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어묵을 넣고 삶은 달걀을 얹은 바다라면. 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으며 내게 감동을 준 레시피이다. 라면의 명칭도 천상지미라고 붙였다. [사진 민국홍]

어묵을 넣고 삶은 달걀을 얹은 바다라면. 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으며 내게 감동을 준 레시피이다. 라면의 명칭도 천상지미라고 붙였다. [사진 민국홍]

 
내 나름 라면의 명칭도 천상지미(天上至味: 천상의 최고 맛)라고 부를 정도로 ‘자뻑’에 빠져있던 터에 아내가 맛을 보고 화답을 한 것이다. 라면 하나로 이런 행복감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날 아침은 황홀했을 정도다.
 
라면 하나로 여기까지 오기에는 40여년간의 라면 인생이 녹아있음은 물론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듯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끓여준 라면을 먹다가 직접 끓이기 시작한 것은 군대 가서부터였다. 3군 사령부에서 장군 당번병으로 근무했는데 어느 하루 야근을 하다가 고참병으로부터 라면을 끓여 안주 삼아 소주를 몰래 먹는 법을 배웠다.
 
취침 점호를 끝낸 뒤 장군실 올라가 야근을 마친 뒤 주전자에 라면을 끓여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면 너무도 좋았다. 군대 졸병 시절 나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확 풀 수 있었다. 유격훈련 들어가서는 야참으로 소나무 가지를 주워다 불을 붙이고 그 위에 반합을 올려 라면을 끓였는데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그 맛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사회인이 되어 애들을 키울 때도 라면을 내가 끓여 주었고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해보았다. 김치라면, 소시지라면도 그중 하나다. 달걀 푸는 것도 완숙이나 반숙 형태로 해보았다. 마지막에 참기름을 넣은 방법도 시도해보았다. 그러나 그게 그것이었다. 라면 업체가 추천하는 레시피대로 끓이는 것보다 큰 진전이 없었다.
 
어묵, 황태채, 청양고추 등 라면의 깊은 맛을 우려내는 재료. 지난해 봄 성묘를 갔다가 남겨온 북어포를 라면에 조금 넣었더니 맛이 훨씬 시원해졌다. [사진 민국홍]

어묵, 황태채, 청양고추 등 라면의 깊은 맛을 우려내는 재료. 지난해 봄 성묘를 갔다가 남겨온 북어포를 라면에 조금 넣었더니 맛이 훨씬 시원해졌다. [사진 민국홍]

 
그러다가 지난해 엄청난 진전을 보게 되었다. 라면만 먹으면 단백질이 부족해 소시지를 넣어 먹다가 소시지 대신 어묵을 넣어보니 맛이 한층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백질도 보충하면서 라면에 바다의 깊은 맛을 입힐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지난해 봄 작은아버지를 모시고 계룡산 근처의 선산에 성묘를 갔다가 남겨온 북어포를 활용할 방식을 생각하다 라면에 북어포를 조금 넣어봤는데 맛이 훨씬 시원해진다는 것도 느꼈다. 요리학원에서 배운 대로 대부분의 찌개 육수를 낼 때 하는 것처럼 다시마도 첨가했다.
 
다시마 1장과 어묵 1개 그리고 한 움큼의 황태 채를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다시마를 제거하고 나서 라면과 라면 수프와 건더기를 넣고 3분 30초만 끓이면 된다. 이 정도면 꽤 맛있는 라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던 차에 최고의 라면 맛을 안겨줄 결정적인 단서를 찾게 되었다. 한번은 딸네 집에 들러 내가 만든 떡볶이를 안주 삼아 얼큰하게 취할 정도로 자식과 맛있는 저녁을 했다. 다음 날 아침 사위가 해장 라면을 끓여 주었는데 머릿속이 번쩍할 정도로 맛이 있었다. 평범한 라면인데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다니 그 비법이 정말 궁금해 당장 레시피를 물어보았다.
 
사위는 집에 순한 맛밖에 없어 부득이 새로운 비법을 찾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린 손녀에게 라면 입문을 시키기 위해 라면 중에서 가장 덜 매운 순한 맛을 골랐다는 것이다. 손녀에게는 순한 맛을 그대로 끓여주고 딸과 자기는 너무 밍밍해 끓일 때 다진 마늘을 수프와 같이 넣어주고 거의 다 끓였을 때 청양고추 1개를 가늘게 슬라이스해 추가한다는 것이다.
 
일반 라면보다 물량을 620ml로 70ml 더 넣어야 한다. (왼쪽) 다시마 한 장과 황태채 한 움큼, 다진 마늘, 어묵 등 사위의 레시피가 접목된 바다라면 준비물. (오른쪽) [사진 민국홍]

일반 라면보다 물량을 620ml로 70ml 더 넣어야 한다. (왼쪽) 다시마 한 장과 황태채 한 움큼, 다진 마늘, 어묵 등 사위의 레시피가 접목된 바다라면 준비물. (오른쪽) [사진 민국홍]

 
당장 집에 돌아와 내가 하던 방식에다 사위의 레시피를 접목해보았다. 라면 업체가 권고하는 550mL보다 70mL 많은 620mL의 물을 준비한다. 어묵 한 개에서 염화나트륨이 나와 국물이 짜지는 것과 어묵이 불어 물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묘책이다.
 
다시마 한장과 황태채 한 움큼 그리고 어묵을 넣어 한소끔 끓인 뒤 라면, 수프, 건더기에 다진 마늘 1T를 넣고 3분간 끓이다 잘게 썬 청양고추 1개를 넣어 30초를 더 기다렸다.
 
진라면 순한맛에 내 바다라면 레시피와 사위의 레시피를 접목하여 완성한 바다라면. 달걀을 풀어 익히지 않고 삶은 달걀을 얹었다. 라면 인생 40여년 만에 최고의 라면 레시피를 발견했다. [사진 민국홍]

진라면 순한맛에 내 바다라면 레시피와 사위의 레시피를 접목하여 완성한 바다라면. 달걀을 풀어 익히지 않고 삶은 달걀을 얹었다. 라면 인생 40여년 만에 최고의 라면 레시피를 발견했다. [사진 민국홍]

 
너무 맛있어 눈물이 팽 돌 정도로 감동이었다. 유레카! 라면 인생 40여년 만에 라면의 최고 맛을 내는 레시피를 발견한 것이다. 그 뒤 식구와 집에 부른 처가댁 식구에게 라면을 끓여주었고 반응을 물어봤더니 다들 맛있다고 엄지 척이다.
 
바다의 깊고 싱싱한 맛이 기존 라면과 너무 잘 어울려 입에 척척 감길 정도로 엄청난 시너지효과가 난 것이다. 그리고 청양고추가 뒷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달걀을 푸는 것은 음식 맛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냉면처럼 삶은 달걀을 고명으로 얹는 것은 괜찮다.
 
나는 이 같은 라면 레시피가 이경규의 꼬꼬면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내 방식이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데다 모든 게 과학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고 시간도 그냥 라면 끓이는 것보다 많이 걸리지 않아 초간편 레시피이지만 라면을 고급 슬로우푸드로 승격시킨다고 할 수 있다. 내가 2011년 당시 남자의 자격에서 개최한 라면 대전에 이 라면을 내놓았다면 대상을 받았을 것이라는 자신이 든다.
 
삼계탕 육수로 끓인 라면. 맛은 있지만 시간이 너무 걸려 해 먹기가 쉽지 않다. [사진 민국홍]

삼계탕 육수로 끓인 라면. 맛은 있지만 시간이 너무 걸려 해 먹기가 쉽지 않다. [사진 민국홍]

 
가장 최근에는 닭 가슴살로 삼계탕을 하고 그 육수에다 라면을 끓여봤더니 너무 맛있었는데 이 레시피는 추천하지 않는다. 엄나무와 황기로 육수를 내는 데만 2시간이 걸리고 다시 삼계탕을 하는데 30분 이상이나 걸려 이 레시피를 추천했다가는 욕만 바가지로 먹을 것 같다.
 
추서: 농심 신라면과 삼양라면으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 만들어보았는데 진라면 순한 맛만큼 맛이 나지 않았다. 너구리는 이런 방식으로 끓여 보았더니 고급스러운 우동 맛을 가진 요리로 승화했다.
 
[정리] 바다라면 만드는 법
[재료]
물 620mL, 다시마 1장, 황태채, 어묵, 다진 마늘, 청양고추, 삶은 달걀
 
[조리순서]
1. 다시마 한 장과 황태채 한 움큼 그리고 어묵을 넣고 끓인다.
2. 한소금 끓으면 다시마를 제거하고 라면, 수프, 건더기와 다진 마늘 1T를 넣고 3분간 끓인다.
3. 3분이 지나면 잘게 썬 청양고추 1개를 넣어 30초를 더 기다린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minklpg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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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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