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적막하던 DMZ 가보니···지뢰제거 작업 시작으로 분주

지난 2일 육군 열쇠부대 장병들이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 수색로 일대에서 지뢰탐지 및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철원=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일 육군 열쇠부대 장병들이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 수색로 일대에서 지뢰탐지 및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철원=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일 강원 철원 화살머리고지. 9월 평양공동선언 군사 분야 합의에 따라 남북 공동유해발굴과 도로개설이 이뤄질 지역이다. 이미 사전 과제격인 지뢰제거 작업은 전날부터 실시됐다. 다음 달 말까지 이 작업이 끝나면 내년 4월부터는 남북 공동 유해발굴이 시작될 것이다. 합의 이행의 첫 번째 현장을 이날 오전 찾아갔다.
 
"DMZ는 정전협정 관할"…급파된 유엔사 군사정전위 군인들
 
현장은 일반전초(GOP)에서 시작됐다. 지뢰제거 작업이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정상 부근 감시초소(GP)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GOP는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남북 각각 2㎞로 설정된 DMZ의 관문이고, GP는 그 안에 있는 경비 주둔지다. 평소 적막함과 긴장감이 가득한, 말 그대로 최전방인 이곳에서 한 장병은 “(지뢰제거 작업으로) 모처럼 분주함과 활기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2일 화살머리고지에서 군인들이 지뢰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철원=사진공동취재단

2일 화살머리고지에서 군인들이 지뢰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철원=사진공동취재단

 
작업 개시의 흔적은 GOP부터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남북공동 유해발굴 완전 작전” “선배님들의 숭고한 희생, 우리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등의 문구를 담은 현수막이 붙어있었고 군용 차량이 세 겹의 철책으로 된 통문을 수시로 지나 DMZ로 향했다.  
 
통문 주변에서 GOP 장병의 보고를 받는 유엔사 군사정전위 소속군인 2명도 이번 작업을 알리는 존재들이었다. 지뢰제거 작업 기간 차출된 이들은 매일 나와 추가 조치를 확인하고 현장을 관리하고 감독한다고 한다. DMZ가 유엔사 관할로 정전협정의 관리 대상이라는 점을 새삼 증명하는 것이다. 정전협정에 초점을 맞추니 이곳 군인들이 달고 있는 ‘민정경찰’이라는 표식도 다시 보였다. 정전 체제에서는 DMZ로의 무기나 군사장비 반입이 금지돼있다. GOP와 GP 장병들은 엄밀히 말해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을 위한 목적’으로 DMZ를 출입하는 경찰이다.
 
지난 2일 태극기와 유엔기가 비무장지대 화살머리고지 GP에서 휘날리고 있다. 철원=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일 태극기와 유엔기가 비무장지대 화살머리고지 GP에서 휘날리고 있다. 철원=사진공동취재단

 
GOP 통문 앞에서 철모와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동쪽으로 백마고지 능선, 정면으로 화살머리고지와 정상의 GP가 시야에 들어왔다. GOP에서 1㎞ 정도 떨어진 이 GP는 이때까지만 해도 평온한 숲속 망루처럼 보였지만 8인승 소형전술차량에 탑승해 실제 올라갈 땐 느낌이 전혀 달랐다. 통문을 지나자마자 펼쳐진 폭 2m의 산악 비포장 길에서 7분 동안 차량 손잡이를 샅바처럼 붙들어야 했다.
 
6·25 전쟁 당시 격전지가 될 수밖에 없는 험준한 지형이었다. 국군과 유엔군은 중공군을 상대로 이곳에서 두 차례 치열한 방어 전쟁을 치렀다. 국방부는 국군 전사자 200여구와 미군과 프랑스군 등 유엔군 전사자 300여구가 화살머리고지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국제전 양상을 보인 6·25의 참상을 알리기에 적절한 장소”라며 “유해발굴을 향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안전이 최우선”… 4중 지뢰 확인
 
GP에 도착하니 북쪽 철책 밖에선 지뢰제거 작업이 실제 이뤄지고 있었다. 하루 동안 작업은 남북 합의에 따라 오전과 오후 각각 2시간씩 진행된다. 공병이 주축이 된 총 120명의 작업팀은 20명이 1개 조를 이뤄 15분씩 교대로 휴식과 작업을 반복한다. 모두 합쳐 5kg에 달하는 방탄조끼와 철모도 버거운데 각종 장비까지 더해져 장시간 작업이 쉽지 않아 보였다.
 
군은 이곳을 기점으로 지뢰제거 구간을 기존 수색로와 옛 교통호(병력이 이동할 수 있는 참호)로 나눠 임무에 돌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수색로 구간의 경우 총 길이 800m 구간을 4m 폭으로 확장하고, 옛 교통호 구간에선 500m 거리를 10m 폭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현지 부대 지휘관은 “기존에 계획적으로 설치된 지뢰지대를 개척하는 게 아니라 이미 확보된 통로를 확장해나가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겉에서 보는 것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이날 안전을 유독 강조했다. 통로 확장 작업 1개 조에 20명이 투입돼 4중 확인을 거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란다. 숀스테드(깊이 3m까지 탐지할 수 있는 지뢰탐지장비)가 지나간 자리를 예초기가 훑으면 민감도를 달리한 지뢰탐지기 2개, 공압기가 차례로 동원돼 미식별 물체 여부를 확인하는 식이다. 지뢰가 발견되면 현장에 상주하는 군 폭발물처리반(EOD)이 곧바로 수거해 후방 지정 지역에서 처리한다. 지난 이틀 간 아직 지뢰는 발견되지 않았다. 과거에 GP 수색대원들이 10개 미만의 지뢰를 발견한 적이 있다고 한다.  
 
뜨거운 남측 작업 열기에도…끝내 보이지 않은 북한군 움직임
 
군은 옛 교통호 구간에선 지뢰제거 작업 중에도 유해발굴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전투에서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시설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은 교통호 작업 구간을 좌우 폭 10m로 넓게 잡고, 국방부 유해발굴팀 13명을 상주하도록 했다.
 
군은 또 남측 DMZ 내 화살머리고지를 가로지르는 도로도 올해 안 개설한다. MDL까지 길이 1.7km, 폭 12m의 포장도로를 깔아 인근에 남북 유해발굴 공동사무소를 설치한 뒤 발굴 유해를 원활하게 수송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일 화살머리고지 풍경. 철원=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일 화살머리고지 풍경. 철원=사진공동취재단

 
북한도 이곳처럼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을까. 남측 GP 높은 곳에서 2km 이내 북한 GP 3개를 찾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군 관계자는 “북한도 지뢰제거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의 경우 남측을 향하는 작업 시작점이 화살머리고지 후사면에 있어 이곳에서 맨눈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군은 작전이 기상 상황 등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원활히 진행되면 11월 중순 지뢰제거 작업이 끝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지휘관은 “전체 인원의 40%를 차지하는 숙련된 간부들이 전면에 나서 작업을 하고 있다”며 “3개월 전부터 지형 정찰 등 만만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직접 현장을 찾은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이번 작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장병들의 '안전'"이라며, "남북한 군사적 신뢰형성과 평화구축을 위해 평화 구축자(Builder)로서 그 소명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2일 지뢰제거 작업 현장에서 장병들의 안전 관리를 점검하고 있다. 철원=사진공동취재단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2일 지뢰제거 작업 현장에서 장병들의 안전 관리를 점검하고 있다. 철원=사진공동취재단

철원=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