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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암수살인' 그 형사 "살인마와 금전거래 안해"

암수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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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수살인’은 예고편 첫 화면에서 ‘2010년 실화 스토리’라고 강조한다. 영화는 형사 김형민(김윤석 분)이 살인범 강태오(주지훈 분)가 저지른 살인사건 2건을 혼자 밝혀내는 과정을 그렸다. 김윤석은 주지훈의 자백을 끌어내기 위해 금전 거래도 마다치 않는다. 사비를 털어가며 사건 해결에 고군분투하는 우직한 형사를 정밀하게 묘사한다.  
 

실제 검거 형사는 부산 중부서 김치환 경위
칠성파 두목 검거해 영화 ‘친구’에도 등장

"영화처럼 살인마와 금전 거래한 적 없어
암수살인 보고 부패 경찰로 인식할까 걱정"

실화를 강조한 이 영화는 사실관계를 얼마나 정확히 그리고 있을까. 당시 사건을 맡았던 형사들은 한목소리로 “상당히 왜곡돼 있다”고 말한다. 지난 1일 사건의 배경이 된 부산경찰청과 중부서를 돌며 영화 속 실존 인물들을 만나 정확한 검거 과정을 들어봤다.
 
우선 사건을 수사한 형사가 실제와 다르다. 제작진은 김윤석의 실존 인물이 당시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 김정수(현재 부산 기장경찰서 근무) 형사라고 설명하다. 그러나 실제 살인범 이모 씨가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된 ‘대구 신순임 살인사건’을 파헤친 이는 당시 부산 서부서 김치환 형사였다. 김치환 형사는 전상엽 강력1팀장(현재 부산경찰청 강력계장)의 지휘 아래 고정수 형사(현재 부산 사상경찰서)와 함께 이씨를 검거했다. 검거에 공을 세운 서부서 강력1팀은 영화에서는 증거를 조작한 부패 경찰로 등장한다.
 
살인범을 검거하게 된 사건도 사실과 다르다. 영화에서 주지훈은 애인을 죽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다. 그러나 실제로는 2010년 9월 3일 부산 서구 충무동 ‘차차차 노래주점’에서 여종업원을 살해해 일주일 뒤인 9월 10일 경찰에 검거됐다. 
  
검거 이후 밝혀지는 추가 범죄는 여러 사건을 짜깁기했다. 영화에서 주지훈은 길을 가다 어깨가 부딪힌 남성을 살해한다. 하지만 실제로 살인범 이씨는 남성을 살해한 적이 없다. 이 사건은 2007년 부산 중앙동에서 발생한 미제 사건를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영화 속 등장 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때문에 이 사건으로 살해된 남성의 여동생은 영화 ‘암수살인’으로 2차 가해를 받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여동생은 서울중앙지법에 ‘암수살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제작사가 뒤늦게 사과하자 지난 1일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다.  
 
영화에서 김윤석과 주지훈은 금전 거래를 한다. 미제 해결을 위해 불가피한 행위라고 영화는 시종일관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경찰이 살인범의 진술을 듣기 위해 돈을 주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실제로 살인범 이씨는 김치환 형사에게 잡히자마자 금전 거래를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형사는 단번에 거절했다.  
영화 암수살인의 살인범을 실제로 검거한 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팀 김치환 형사. 이은지 기자

영화 암수살인의 살인범을 실제로 검거한 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팀 김치환 형사. 이은지 기자

김치환 형사의 설명에 따르면 2010년 9월 5일 부산 서부서에 ‘차차차 노래주점’ 여종업원 황씨의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김 형사는 실종된 황씨의 카드 내용에서 경남의 한 주유소에서 결제가 있었던 사실을 발견했다. 이 차량을 추적한 김 형사는 용의자를 특정했고, 이씨를 신고 접수 5일 만에 검거했다.    
 
김 형사는 이씨의 살해 증거를 찾기 위해 이씨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다고 한다. CC(폐쇄회로)TV에서 이씨가 황씨 살해 후 경남 쪽으로 차를 몰고가던 게 생각나서였다. 이씨는 마침 경남 함양이라고 대답했다. 이후 가족관계를 묻자 이씨는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형사는 “친동생 이야기가 나오자 이씨가 오열했다”며 “동생을 잘 돌봐줄 테니 자백하라고 하자 사체 유기 장소를 그림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부모님 산소가 있는 함양 야산에 사체를 유기했다. 현장에 도착하자 시신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고 한다. 여름 장마철이어서 시신은 일주일 만에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부패해 있었다.
 
김 형사는 이씨에게 여죄를 추궁했다. 이씨는 2003년 동거녀 신순임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이 외에도 5건의 추가 살인을 저질렀다며 거래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단서를 줄 때마다 영치금과 영치 물품을 달라는 거였다. 김 형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두 달 뒤인 2010년 11월, 이씨는 김정수 형사에게 똑같이 거래를 제안했다. 당시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 소속이었던 김정수 형사는 5개월 전 정보원을 통해 이씨를 만난 적이 있었다. 이 제안 이후 이씨는 김정수 형사만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바람에 김치환 형사는 신순임 씨의 토막난 사체를 발견하고도 이 사건에서 손을 떼야 했다. 2012년 사건을 넘겨 받은 김정수 형사는 사체를 담은 가방을 찾아냈다. 그해 10월 이씨는 검찰에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이씨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김치환 형사가 살인범 이씨가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를 읽어보고 있다. 이은지 기자

김치환 형사가 살인범 이씨가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를 읽어보고 있다. 이은지 기자

살인범 이씨는 2016년 10월 김치환 형사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내왔다. 이씨는 경찰과 돈 거래를 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이씨는 편지에서 ‘김치환 씨가 수사할 수 있게 협조했다면 지금의 마음고생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드네요.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라고 적었다. 살인범 이씨는 지난 7월 수감 중이던 부산교도소에서 자살했다.  
 
김치환 형사는 이씨가 저지른 5건의 추가 살인 범죄를 밝혀내지 못한 게 한이라고 했다. 그는 “이씨가 처음 말한 5건의 추가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며 “영화 암수살인이 미화한 금전 거래가 결과적으로 미제 사건 유가족에게는 피해로 돌아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영화 암수살인의 실제 살인범인 이모씨가 김치환 형사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 이은지 기자

영화 암수살인의 실제 살인범인 이모씨가 김치환 형사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 이은지 기자

김치환 형사는 앞서 다른 영화로도 곤욕을 치렀다. 1992년 경찰에 입직한 김치환 형사는 순경이던 1995년 12월 24일 칠성파 두목을 검거했다. 이 사건은 2001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의 모티브가 됐다. 이후 김 형사는 16년간 부산 서부경찰서 강력반에서 형사로 종횡무진으로 움직였다. 영화 친구로 유명세를 치른 터라 조폭과 경찰 중에 김 형사를 모르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이 유명세는 독이 돼 돌아왔다. 2012년 1월 부산지방청 폭력계 팀장으로 발령받은 김 형사는 이듬해 칠성파 2대 두목 한홍신에게 100만원을 받고, 도피를 도왔다는 음해를 받는다. 2014년 2월 검찰은 김 형사를 긴급체포했다. 지리한 법정 공방 끝에 김 형사는 2016년 1월 무죄를 선고 받았다. 김 형사는 2016년 2월 부산 중부서 사이버팀에 복직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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