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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자동차 생태계 잡고 있으면 모기업 철수 걱정 없어”

조아침 힌즈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 세아트 재무담당 부사장. [사진 세아트]

조아침 힌즈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 세아트 재무담당 부사장. [사진 세아트]

 
“지금 생각하면 스페인에게 경제위기는 오히려 기회였습니다. 위기가 찾아온 덕분에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조아침 힌즈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 세아트 재무담당 부사장

 
조아침 힌즈(44)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의 세아트 재무담당 부사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마르토렐 공장 5층 집무실에서 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2013년 1월, 스페인 통계청은 2012년 국가 실업률(26%)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스페인 정부는 일단 자동차 산업 전문가 의견부터 청취했다. 스페인 자동차 시장이 스페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에 달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다 탄력적(flexible)으로 노동 계약을 맺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존에는 완성차 제조사가 인력을 채용하면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갑자기 많은 인력이 필요할 때 단기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하고, 당장 인력이 필요 없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스페인 정부는 관련 제도를 상당히 정비했다.  
 
노동개혁은 스페인 경제 반등의 결정적 계기였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소한 정책만 내놔도 기업은 향후 경기 전망이 호전할 것으로 보고 신규 채용을 겁내지 않았다.
 
노동시장 개혁으로 기업 투자·고용 심리가 완화하자 일자리가 단시간에 증가했다. 근로자가 많아지면서 국민의 수입이 증가했고 지출도 늘었다. 내수 시장이 활성화하자 보다 많은 사람이 자동차를 살 수 있어서, 자동차 업계 실적도 호전했다. 재무실적이 좋아진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선순환을 낳았다. 실제로 스페인 실업률은 10%포인트 이상(2012년 12월의 26%→2018년 7월의 15.1%) 뚝 떨어졌다.  
 
아래는 스페인 정부의 노동개혁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조아침 힌즈 부사장과 일문일답.
 
본지와 인터뷰 중인 조아침 힌즈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 세아트 재무담당 부사장. 문희철 기자.

본지와 인터뷰 중인 조아침 힌즈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 세아트 재무담당 부사장. 문희철 기자.

 
-경제위기가 기회였다는 말이 잘 이해가 안 된다.=

A: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래 스페인은 2013년까지 경제 위기가 지속했다. 물론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위기가 오지 않았다면 결코 스페인이 할 수 없었던 개혁을 했다. 그중 하나가 노동시장 개혁이다.
 
 
당시 추진한 개혁의 방향은.  
A: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 입장에서 어떤 기간에 사람들이 특히 많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때 사람을 많이 뽑아서 공장을 돌려야 더 많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과거 법제도 상으로는 일감이 많다고 사람을 뽑으면 나중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해고가 사실상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당시 스페인 정부는 노동개혁을 하면서 노사가 근로계약을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이후 기업이 고용계약을 체결할 때 겁을 내지 않는다. 당장 일자리가 필요할 때 단기 계약을 과감히 늘린다. 경제가 조금만 좋아질 기미만 보여도 일단 채용부터 하고 본다. 때문에 정부가 경기 호전을 위한 작은 정책만 내놓아도 일자리가 대거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실제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었나.
A: 물론이다. 2012년 12월 스페인 실업률은 25%였다. 청년(16~24세)은 아예 절반 이상(55.1%)이 놀았다. 하지만 노동개혁 이후 (단기) 일자리가 급증하면서 사람들이 돈을 벌게 됐다. 기업 심리 완화 → 일자리 증가 → 근로자 수입 증가 → 내수 소비 증가 → 차량 구입 증가 → 일자리 확대의 선순환이 이어졌다.
 
 
왜 자동차 산업이 노동개혁의 중심이었나?
A: 스페인 자동차 산업은 스페인 경제에서 1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 세아트만 스페인 경제의 1%를 좌우한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이 축소하면 스페인 국가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또 자동차 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상대적으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한다. 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배경이다. 기업도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시민이다.  
 
조아침 힌즈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 세아트 재무담당 부사장. [사진 세아트]

조아침 힌즈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 세아트 재무담당 부사장. [사진 세아트]

 
‘대마불사(大馬不死·큰 말은 죽지 않는다)’라는 비판은 없었나?
A: 좋은 질문이다. 정부의 존재 목적은 국민이다. 국민이 어려울 때는 도와야 한다. 기업은 정부 입장에서 또 다른 형태의 국민이다. 만약 일시적으로 기업을 정부가 도와줘서, 결국 기업이 흥하면 국민도 돈을 벌고 경제도 활성화한다. 이런 측면에서 당시 정부가 기업을 위한 노동개혁을 추진한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전략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문제는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지금 이 시기에 또 다시 경제위기가 찾아온다면 정부가 똑같은 전략을 추진하진 않을 것 같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정해진 해답은 없지만, 당시로서는 합리적인 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노동개혁이 생산성 향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나?
A: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결정적인 판을 깔아 주었다. 덕분에 세아트는 위기를 넘기고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었다. 물론 회사의 이익 창출력은 정부가 아닌 기업의 역량이다. 세아트도 경영위기를 계기로 거의 모든 지출 프로세스를 혁신했다. 예컨대 외부계약은 사소한 것가지 재검토하고, 비용 절감 요인을 찾았다. 심지어 부품사와 협업이 필요한 경우, 어떤 경우 대면 미팅이 효율적이고 어떤 경우 컨퍼런스콜(conference call)이 합리적인지까지 연구했다. 정부가 합리적인 틀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전략 제대로 짜고 제품 제대로 생산하는 것은 결국 기업이다.  
 
 
한국에서는 타국 투자기업(제너럴모터스·GM)이 국내 공장(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논란이 됐다. 세아트도 비슷한 우려는 없었나? 본사가 타국(독일) 국적이라는 사실이 걱정되지는 않나?
본지와 인터뷰 중인 조아침 힌즈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 세아트 재무담당 부사장. 문희철 기자.

본지와 인터뷰 중인 조아침 힌즈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 세아트 재무담당 부사장. 문희철 기자.

A: 전혀 없다(Absolutely No). 우리는 기업 내·외부 모두에서 강력한 협의절차(consultation process)를 확보하고 있다. 세아트와 폴크스바겐그룹은 세아트 브랜드의 가치와 ‘바르셀로나산(made in Barcelona)’의 중요성을 상호 인정한다. 바르셀로나는 우리의 디자인이자 우리의 영혼이자 우리의 DNA다. 마르토렐공장은 단지 껍데기를 만드는게 아니라, 브랜드의 영혼을 만든다.
오히려 1986년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이 세아트를 인수한 이후 모기업 투자는 세아트에게 신모델을 개발하고 공장 설비를 늘릴 수 있는 계기였다. 덕분에 우리는 고객의 수요에 맞춰 가장 효율적으로 차량을 생산할 수 있었다.
또 위기 상황에서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의 지원이 도움이 됐다. 예컨대 우리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테카는 체코에 위치한 스코다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신형 SUV 타라고나는 독일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대신 아우디의 준중형 SUV Q3를 여기 마르토렐공장에서 생산한다. 또 아우디 소형세단 A1도 이곳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 덕분에 수요에 따라 언제든 생산라인·차종을 변경하면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수익성도 향상했다.
세아트는 그 동안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브랜드의 영혼은 바뀌지 않았다. 세아트 자동차는 예나 지금이나 바르셀로나에서 생산하며, 세아트는 디자인·마케팅·모델혁신에서 자치권을 유지한다. 이 부분이 아마 한국GM과 차이점일 것이다.
 
 
한국은 최근 10년 동안 자동차 공장이 하나도 신설되지 않았다. 반면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은 여전히 세아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A: 우리에겐 매우 숙련된 노동자가 있고, 매우 오래전부터 전문가를 키우는 도제학교가 있으며, 자동차를 가장 실용적으로 생산해온 ‘광범위한 생태계 시스템’이 있다. 세아트의 공급망(supply chain)은 주요 부품사를 지원하면서 함께 광범위한 자동차 생태계 시스템(ecosystem)을 형성했다. 이렇게 훌륭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는 전 세계에서 그리 많지 않다.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도 이 점을 감안했을 것이다.
 
 
향후 계획은.
A: 높은 노동생산성을 바탕으로 세아트는 대당 평균 제조시간을 크게 축소하는 프로젝트(패스트레인·Fast Lane Project)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오스트리아·스페인 고객이 자동차 매장에서 차량 주문서를 입력하는 순간부터 정확히 15일 이내에 차량을 생산해서 실제로 출고하는 프로젝트다. 세아트의 높은 노동경쟁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스페인)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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