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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 많은 새가 더 많은 암컷과 놀아난다...英 옥스포드대 연구 결과

 

"수줍음이 많은 수컷 새가 더 많은 암컷과 놀아난다(play the field). 반면 성격이 대담한 수컷은 미래 짝짓기 상대와 더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과 연구진은 1일(현지시간), 수컷 박새의 대담함-수줍음 성격차이에 따른 짝짓기 전략의 차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논문은 같은 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에 게재됐다. [중앙포토]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과 연구진은 1일(현지시간), 수컷 박새의 대담함-수줍음 성격차이에 따른 짝짓기 전략의 차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논문은 같은 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에 게재됐다. [중앙포토]

1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과 연구진이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성격이 대담한 수컷 새일수록 '미래 배우자'에 충실한 반면, 수줍음이 많은 수컷일수록 짝짓기 전 더 많은 암컷을 만난다는 것이죠. 연구팀은 같은 날 이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게재했습니다.
 
조류는 약 90%가 오랜 기간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자손을 많이 남기는 데도 유리하죠. 짝짓기 시기가 다가오면 수컷 새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거나, 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는 등 구애의 신호를 보냅니다. 물총새의 경우 수컷이 암컷에게 물고기를 잡아다 선물하는 특이한 행위를 하기도 하죠.
 
화려함을 자랑하는 수컷 공작새. 수컷의 꼬리가 길고 화려할수록 암컷의 짝짓기 선택을 받기에 유리하다고 한다. 화려한 꼬리는 수컷의 정력과 건강,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진정한 지표라는 것이다. 이처럼 수컷 새들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짝짓기 시기가 도래하기 전,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 [중앙포토]

화려함을 자랑하는 수컷 공작새. 수컷의 꼬리가 길고 화려할수록 암컷의 짝짓기 선택을 받기에 유리하다고 한다. 화려한 꼬리는 수컷의 정력과 건강,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진정한 지표라는 것이다. 이처럼 수컷 새들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짝짓기 시기가 도래하기 전,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 [중앙포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왜 같은 종 내에서도 개체마다 관계를 형성하는데 들이는 노력과 시간이 다를까 하는 것이었죠. 
 
연구를 진행한 조쉬 A. 퍼스 옥스퍼드대 박사는 "짝짓기 상대를 찾는 것은 새들을 비롯한 모든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 중 하나" 라며 "우리는 같은 종 내에서도, 개체마다 관계 형성에 들이는 노력이 왜, 그리고 얼마나 다른지 알고 싶었다"고 연구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같은 종 내에서 개체의 성격 차이에 따른 짝짓기 전략의 차이를 연구하게 위해 시작됐다. 연구는 옥스퍼드대가 1940년대부터 보유하고 있는 반원시자연림 '위담 우즈'에서 박새를 대상으로 3년 넘게 시행됐다. [중앙포토]

이번 연구는 같은 종 내에서 개체의 성격 차이에 따른 짝짓기 전략의 차이를 연구하게 위해 시작됐다. 연구는 옥스퍼드대가 1940년대부터 보유하고 있는 반원시자연림 '위담 우즈'에서 박새를 대상으로 3년 넘게 시행됐다. [중앙포토]

연구진은 먼저 옥스퍼드대가 보유하고 있는 약 122만 평의 반원시 자연림 '위담 우즈(Wytham Woods)'에 서식하는 수백 마리의 박새를 대상으로 성격 분류를 실시했습니다. 박새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몸길이 14㎝의 작고 귀여운 새죠. 연구진은 박새의 성격에 따라, 수줍음이 많을수록 낮은 점수를, 대담하고 적극적일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했습니다. 점수는 최하 -1.6점에서 최대 +1.6점이었습니다.
 
성격 테스트를 마친 연구진은 새들에게 '무선 주파수 추적기'를 부착해 새들의 사회관계망을 추적해봤습니다. 그리고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보니 결과를 한 눈에 알 수 있었죠. 수줍음이 많은 수컷(엷은 청색)이 훨씬 더 많은 암컷(녹색)과 선으로 연결돼 있었습니다. 성격이 대담한 수컷(진한 청색)은 빨간색 선으로 연결된 실제 배우자 외에, 다른 암컷을 만난 횟수가 더 적었습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공개한 연구 결과. 청색 원은 수컷, 녹색 원은 암컷을 나타내며 색이 진할수록 대담하고 적극적인 성격임을 나타낸다. 빨간색은 실제로 짝을 이뤘다는 것을 나타내며 그 외 연결된 선은 짝짓기 전 만난 암컷의 횟수를 나타낸다. 연구결과, 대담한 성격의 박새일수록 짝짓기 시기가 도래하기 훨씬 전에 배우자를 정하고 깊은 애착관계를 형성했다. 수줍은 새들은 짝짓기 전 많은 암컷을 만나는 전략을 택했다. [자료제공=Nature Ecology&Evolution]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공개한 연구 결과. 청색 원은 수컷, 녹색 원은 암컷을 나타내며 색이 진할수록 대담하고 적극적인 성격임을 나타낸다. 빨간색은 실제로 짝을 이뤘다는 것을 나타내며 그 외 연결된 선은 짝짓기 전 만난 암컷의 횟수를 나타낸다. 연구결과, 대담한 성격의 박새일수록 짝짓기 시기가 도래하기 훨씬 전에 배우자를 정하고 깊은 애착관계를 형성했다. 수줍은 새들은 짝짓기 전 많은 암컷을 만나는 전략을 택했다. [자료제공=Nature Ecology&Evolution]

또 성격이 대담한 수컷들은 짝짓기 계절이 당도하기 전, 일찌감치 배우자감을 정하고 오래 공을 들였지만, 상대적으로 수줍음이 많은 새는 짝짓기 직전까지도 많은 암컷을 만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래 배우자에 오래 공을 들인 수컷은 더 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도 드러났습니다.
 
이진원 경희대 동물생태학 박사는 "새들의 성격을 대담함(bold)과 수줍음(shy)으로 이원화하는 연구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시작됐다"며 "예를 들어 새장에 낯선 물건을 넣어두고 이에 반응하는 정도라든지, 횟대에서 횟대로 옮겨 다니는 횟수 등을 관찰해 적극성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연구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다른 동물에도 적용해, 개체의 성격이 동물의 사회관계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24일 제주시 연동의 한 감나무 위에 동박새 한마리가 날아와 홍시를 먹고 있는 모습. [사진 뉴시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다른 동물에도 적용해, 개체의 성격이 동물의 사회관계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24일 제주시 연동의 한 감나무 위에 동박새 한마리가 날아와 홍시를 먹고 있는 모습. [사진 뉴시스]

퍼스 박사는 "짝짓기 전략의 차이는 성격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대담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좋은 짝짓기 상대를 찾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박사는 그러나 "대담하게 행동하는 것은 짝을 찾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위험한 행동으로 생존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특정 성격이 무조건적인 개체의 우열을 나타내는 것은 아님을 밝혔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연구 결과를 다른 동물에도 적용해, 개체의 성격이 동물의 사회관계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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