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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이면 호텔 산다···가방에 현금 채워 北 가는 외국인들

평양 옥류관 앞 거리의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 옥류관 앞 거리의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에 현금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투자처를 물색하는 외국인들이 등장했다고 더타임스가 평양발로 소개했다. 약 7억원 정도면 평양 북부 경제특구의 방 20개짜리 호텔을 소유할 수 있는 등 북한 정권이 외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 제안을 하고 있어서다.
 
 평양 현지를 취재한 더타임스가 1일(현지시간) 보도한 데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기업 친화적이지 않은 나라인 북한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 사업가들에게 경제특구에 투자하라는 제안을 했다. 평양 북부 운종경제특구에선 53만5000파운드(약 7억7600만원)를 투자하면 호텔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북한 측은 투자자들에게 세금 감면과 다른 사업 인센티브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평양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는 북한 주민들 [AP=연합뉴스]

지난달 평양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는 북한 주민들 [AP=연합뉴스]

 다른 경제특구에 대한 투자 제안도 쏟아지고 있다. 평양 국제무역박람회에서 나눠주고 있는 투자 안내서에 따르면 원산-금강산 경제특구의 다양한 기반시설에 외국인 투자가 가능하다. 투자액은 신송하수처리장 2053만 달러(약 228억6000만원), 외국인 전용 통명응급병원 760만 달러, 원산 택시정류장 420만 달러, 기념품 가게 31만 달러 등이다.
 
 북한 투자를 상담해주는 컨설팅회사도 생겼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이 회사를 차린 파울 티아는 “북한은 세계화 시대의 한 일원이 됐다"며 “과거보다 외국인 투자와 무역을 끌어들이기 위해 매우 애쓴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이 여전히 도덕적으로 옹호하기 어렵고 국제적으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데다 국제 금융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아 외국인 투자는 쉽지 않다. 북한 측은 외국 투자자나 기관에 입출국 시 현금을 가방에 넣어 휴대하고 다니라고 요구한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북한 사회과학아카데미 소속 경제학자 손현솔은 경제특구의 경우 세금이 15%로 낮은데 인프라 등에 투자하면 더 낮아지며, 저임금 고숙련 노동력이 있다는 점을 투자 요인으로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회담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회담 모습 [AP=연합뉴스]

 북한 투자와 관련해 티아는 “다소 위험한 환경인 것은 사실이므로 모든 투자금을 북한에 넣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업을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한 후 기자들에게 “김정은에게 북한에 세계 최고의 호텔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관점에서 생각해보라. 북한은 한국과 중국 중간에 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평양 메기양식장을 방문한 뒤 김정은이 북한을 자본주의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북한에서 상상할 수 없던 자유 시장과 자본주의 개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양식장에선 공장 생산량을 팀별로 관리하고 있다. 과거 북한 농부나 공장 노동자 등은 생산품을 모두 정부에 주고 배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평양 양식장에선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이 양식장은 한 해 2500톤의 물고기를 생산하는데, 2000톤 초과 시 나머지는 양식장 자체에서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다. 양식장 관리자는 “물고기를 팔아 새 장비와 사료에 투자할 수도 있고,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은 매달 다르다. 팀별로 경쟁이 있고 우승자는 재정적인 보너스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평양 여명거리 일대의 고층 아파트 [평양공동사진취재단]

평양 여명거리 일대의 고층 아파트 [평양공동사진취재단]

 
 취재진을 안내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소속 김종훈은 “우리는 자본주의 요소를 소개할 것이다. 이로운 점이 있는데 왜 안 하겠는가"라고 말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북한을 연구하는 영국 학자 피터 워드는 “김 위원장은 1970년대 이후 북한이 겪어보지 못한 속도의 상당한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며 “시장이 성장하면서 제재의 효과가 상쇄됐고, 지금은 북한 주민들이 누리는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북한의 경제적 부흥이 값싼 전기와 석유 보조 등 중국의 ‘위장 지원'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더타임스는 경제 변화가 정치적 자유화를 동반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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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