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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골든아워 60분인데 환자 이송에 245분, 변한 게 없다”

늦은 시간 환자 이송을 위해 헬기장으로 나선 이국종 센터장. 수원=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늦은 시간 환자 이송을 위해 헬기장으로 나선 이국종 센터장. 수원=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지금으로부터 많은 세월이 지난 뒤 또 다른 정신 나간 의사가 이 분야(외상외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보자고 마음 먹는다면 우리의 기록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가 칼 대신 펜을 잡고 에세이집을 낸 동기다. 책 이름은 『골든아워』(흐름출판)다. 이 교수는 경기도 수원의 외상센터 한 켠에 의료용 침대를 두고 거기서 거의 숙식을 해결한다. 낡디낡은 대우 소형 탱크 냉장고, 그가 좋아하는 스피커, 출동용 헬멧, 오디오 등으로 꽉찬 그 곳에서 2년 반 동안 지우고 쓰기를 반복해 완성했다. 

외상외과 17년 경험 담은 책 펴내
“정신 나간 의사의 발버둥 흔적”

이국종 책 골든아워 표지

이국종 책 골든아워 표지

이국종 골든아워 책 표지

이국종 골든아워 책 표지

 2002년 외상외과에 발을 들여놓은지 17년의 기록이다. 1,2권으로 돼 있다. 부제는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오전 기자에게 책 발간 소식을 전했다. 시계를 보니 오전 6시 38분이었다. 지난 주말에도 집에 가지 않고 밤을 샌 듯 했다.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는 다발성 중증외상외과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의사 가운과 모자를 한 번도 벗지 않았다.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는 다발성 중증외상외과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의사 가운과 모자를 한 번도 벗지 않았다.

-바쁜 시간에 책은 언제 쓰셨나요. 
"지난 번에 말씀드린 백서가 이번에 나오게 되었어요."
이 교수는 책을 백서라고 불렀다. 아마 중증외상센터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어서 그렇게 표현한 것 같았다. 
-대단하시네요. 
"아닙니다. 별 거 아닌데요 그래도 한 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서툰 글솜씨로 책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돼 부끄럽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인삿말을 잊지 않았다. 
 골든아워는 의료체계에 대한 진단을 축약한 용어다. 중증외상환자를 살리는 데 필요한 골든아워는 60분이다. 하지만 병원오는 환자의 평균 이송시간은 245분이다. 그는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내쳐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 교수는 스스로를 외상외과에 빠진 '정신 나간 의사'라고 표현한다. 그가 개인적인 얘기를 하는 걸 보지 못했다. 밥 시간도 잊고 외상센터 얘기만 한다. 이 교수는 책에서 "무엇보다 냉혹한 한국사회 현실에서 업(業)의 본질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각자가 선 자리를 어떡하든 개선해 보려 발버둥치다 깨져나가는 바보같은 사람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흔적"이라고 썼다.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센터장이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 내 아주홀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지역으로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고 헬기로 긴급 후송된 북한 병사에 관한 1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11.15/뉴스1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센터장이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 내 아주홀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지역으로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고 헬기로 긴급 후송된 북한 병사에 관한 1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11.15/뉴스1

 그는 지난달 기자와 통화에서 "지난해 11월 북한병사 오청성(25) 귀순 때 중증외상센터 대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 이후 제대로 굴러가는 게 별로 없다. 변한 게 없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런 고민이 곳곳에 담겨 있다.    
 "지금껏 선진국형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헛된 무지개를 좇아왔으나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나는 우리가 여태껏 해온 일들이 '똥물 속으로 빠져들어 가면서도 까치발로 서서 손으로는 끝까지 하늘을 가리킨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곧 잠겨버릴 것이고, 누가 무엇을 가리켰는지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팀이 만든 의무기록은 남는다."
 이 교수는 "나는 내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 몸은 무너져가고 있고, 피땀으로 구축한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도 얼마나 더 버틸지 알 수 없다. 선진국 수준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 쉰다. 그는 왼쪽 눈은 실명 상태에 가깝다. 오른쪽 어깨, 왼쪽 무릎에 이상이 있고, 고혈압·위장병 등으로 한 움큼의 약을 먹는데도 조절이 잘 안 된다. 
 이 교수는 소설가 김훈 작가의 열혈 팬이다. 2013년 이후 김 작가의 『칼의노래』500여권을 선물했다. 감사의 손편지와 함께. 이 교수는 이번에 "내가 읽은 불과 얼마 안 되는 책 중 늘 곁에 두고 살아온 김훈 선생의 『칼의노래』를 등뼈 삼아 글을 정리하려 애썼다"며 "김훈 선생이 그린 이순신은 내가 26년 전 해군에서 복무할 때 만난 이순신의 모습과 정확히 같았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다 죽음으로써 세상에서 해방되려고 한 이순신에게서 오늘을 살아가는 직장인의 모습을 봤다"며 "『칼의노래』처럼 묵직하게 그려내고 싶었으나 능력 밖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교수는 명예 해군 소령이다. 이를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연구실에 지휘봉을 걸어둔다. 
 그는 책에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린 얘기, 세월호 해역에서 쫓겨난 상황 등을 담았다. 환자를 제외한 등장인물은 실명이다. 그리고 60페이지에 걸쳐 그들을 일일이 소개한다. 책 앞부분에 '정경원에게'를 적었다. 이 교수와 외상외과라는 같은 배를 탄 동료 의사이자 제자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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