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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금리를 올린 다음에는 …

이상렬 경제 에디터

이상렬 경제 에디터

지금 청와대와 여당엔 금리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금리인상론자들이 넘쳐난다. 도무지 잡히지 않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여당 금리인상 밀어붙이기 보다
경기대책·취약계층 지원책부터 세워야

우선 청와대엔 김수현 사회수석이 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권자인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를 설계했다. 그는 참여정부 부동산정책 실패의 주 요인 중 하나로 ‘과잉 유동성’을 꼽는다. 돈이 너무 많이 풀린 게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2006년 11월 대통령사회정책비서관이었던 그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결정 회의를 앞두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를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당시 600조원 대였던 가계부채는 이제 1500조원까지 불어났다. 과잉 유동성 문제는 훨씬 심각해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금리인상 요구 대열에 공개적으로 가세했다. 이 총리는 지난달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의) 금리인하가 결국은 빚내서 집 사자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었고 가계부채의 증가를 가져온 역작용을 낳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의 답변은 김 수석의 인식과 다르지 않다. 여당의 정책 사령탑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회의석상에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대세적인 금리인상에 직면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집권 세력이 이빨 드러내듯 금리에 대한 속내를 공공연히 표명하는 것은 옳다고 할 수 없다. 정치권이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면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정치가 통화정책을 좌우해 경제를 망가뜨린 사례는 세계 곳곳에 차고 넘친다. 한은의 독립성 보장은 현 여당이 야당 시절 치열하게 주장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기가 막히는 상황이지만, 한은이 금리인상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정부 압박에 굴복했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인상 결정을 미루는 것은 곤란하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오히려 못 들은 셈 치고 결정하는 것이 정말 독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로의 조언은 한은 독립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금리인상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금리는 경제에 전 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오르면 장사가 안돼 한계선상에 있는 자영업자들과 이자 막기도 급급한 취약계층에게 직격탄이 된다.
 
금통위가 가장 최근 기준금리를 결정한 것은 8월 31일이다. 그 이틀 전 소상공인 3만명이 쏟아지는 폭우 속에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똑같은 국민”이라고 소리쳤다. 정부의 물정 모르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장사를 접어야 할 지경이라는 분노가 광장에 가득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소상공인들의 광화문 시위를 본 금통위원들로선 금리인상 결정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 해도 지금의 저금리를 마냥 유지할 수는 없다. 미국은 올 연말에 한번, 내년에 세 번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경우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3%선을 넘긴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5%. 금리가 높은 곳을 찾아가는 돈의 속성을 감안하면 벌어지는 한·미 간 금리 격차에 자금유출 우려가 없을 수 없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돈이 금리만 좇아간다면 왜 아르헨티나가 금리를 60%로 올리고도 외환위기를 겪느냐는 것이다. “금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경제의 펀더멘탈이고, 외국인들은 한국 경제를 믿고 투자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해도 눈덩이처럼 가계부채가 불어나는 경제, 그 가계부채 문제가 시한폭탄처럼 여겨지는 나라에 외국인들이 언제까지나 돈을 묻어둘 것이란 기대는 순진하다. 게다가 지금의 금리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금리를 어느 정도까지는 올려놓아야 다시 위기가 왔을 때 금리인하 카드를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금리를 아무리 올려봤자 수십억원 하는 강남 아파트를 자기 돈으로 쇼핑하는 자산가들은 끄떡없다. 오히려 현찰 부자들에겐 금리인상이 재산을 불리는 또 한번의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집값 폭등을 지켜보다 무리하게 은행 빚을 내서 집을 산 중산층,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2금융권에서 고리 급전을 빌린 서민들은 금리인상의 고통을 피해갈 수 없다. 춤추는 아파트값을 잡는다 해도 가뜩이나 부진한 민간 소비는 더욱 오그라들 가능성이 커진다. 한은이 아파트값 급등과 비대해진 가계부채를 보면서도 금리인상을 주저하는 것은 이런 염려 때문일 것이다.
 
사려깊은 정책당국자라면 금리인상이 경제에 가져올 후폭풍 대책과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책부터 세워야 한다. 그다음에 금리인상 필요성을 얘기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최저임금 인상 행진처럼 일단 올려놓고 보자는 식이어선 안된다. 그것이 불황 속에 금리인상의 태풍을 마주해야 하는 국민들에 대한 도리다.
 
이상렬 경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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