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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그림찾기] 바스키아의 달나라

권근영 JTBC 스포츠문화부 기자

권근영 JTBC 스포츠문화부 기자

검은 오일 스틱으로 거칠게 휘갈겨 그렸습니다. 해골의 머리에 얹은 왕관은 긁어내 버려 겨우 자취만 남았습니다. 단숨에 그렸을 것 같은 그림,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가 22세에 그린 ‘무제’(사진)입니다. 뒷골목 낙서를 그대로 미술관에 옮겨 놓은 듯 도발적입니다. 그림을 그리던 1982년, 바스키아는 미국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엽니다. 거리의 낙서예술가로 활동하다가 제대로 된 그림 도구를 장만한 게 그보다 2년 전이었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감성으로 침체된 미술계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습니다. 그해 바스키아는 최고의 현대미술제로 꼽히는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 최연소 작가로 초대됐고, 이듬해에는 뉴욕 휘트니 비엔날레에도 참가했습니다. 제목도 없는 이 그림은 성공의 로켓을 탄 듯한 바로 그 시절, 도약의 연료가 됐습니다.
 
82년 이후엔 여러 소장가들의 집에 숨어 있던 이 그림은 지난해 5월 다시 세간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1억 1050만 달러(약 1244억원)에 팔렸습니다. 바스키아 작품의 경매 최고가 기록입니다. 추정가의 2배 가까운 금액을 내고 그림을 차지한 이는 42세 일본인, 일본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업체 ‘스타트 투데이’의 창업자 마에자와 유사쿠(前澤友作)였습니다.
 
장 미셸 바스키아, 무제, 1982, 183.2x173㎝.

장 미셸 바스키아, 무제, 1982, 183.2x173㎝.

마에자와는 지난달 17일 또 한 번 언론에 오르내렸습니다. 이번엔 인류 최초의 달 관광객으로서입니다.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와 함께 한 기자회견은 유튜브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습니다. 혼자 가는 여행도 아닙니다. 1인당 수십 억원은 될 달 여행 탑승권을 전부 사들여, 화가·음악가·영화감독 등을 초청하겠답니다. 바스키아의 그림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회견에 나타난 마에자와는 “바스키아가 우주에 가 달을 가까이에서 봤다면 어땠을까 상상했다”고 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리고 6년 뒤 바스키아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28세. 해골 그림은 60년 같은 6년을 살며 재능을 빠르게 소진했던 젊은 예술가의 초상으로 남았습니다. 이제는 고졸의 자수성가한 IT 사업가의 뮤즈로 계속 호명됩니다. 어쩌면 예술도, 사업도, 달나라 여행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꿈인지 모르겠습니다.
 
권근영 JTBC 스포츠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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