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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부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은경 내셔널팀 기자

최은경 내셔널팀 기자

“맛집 발견했는데 같이 가자.”
 
“주말인데 뭐하니.”
 
연인이나 ‘절친’에게 왔다면 무척 반가울 메시지들이다. 그런데 보낸 이가 직속 상사라면, 더구나 퇴근 후 업무에서 해방된 시간에 보내왔다면 반색할 이가 얼마나 될까.
 
울산지방경찰청이 1일 ‘사적 연락 방지법’이라는 이름의 이색 조치를 내놨다. 퇴근 후 이성 하급자에게 사적인 연락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치에 따르면 한 부서에서 근무하는 상사나 선배가 업무시간 후 실습생을 포함한 이성 하급 직원에게 업무와 무관한 내용을 전화·문자·SNS 등으로 전달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일대일 연락의 경우에만 적용되고 3인 이상이 소통하는 공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울산청은 “부서 상급자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아 ‘한 부서’라고 정했지만 이런 규정이 생긴 이상 다른 부서 선배가 이성 후배에게 업무와 무관한 내용으로 괴롭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방지법 추진은 지난 8월 발족한 울산청 내 젊은 실무진의 모임 ‘블루보드’ 회의에서 직원 사생활 보호 제안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울산청의 한 여성 경찰은 “원치 않는 사적 연락을 계속 받으면서도 딱히 성희롱이 아닌 데다 상급자라 말 못하는 직원들이 있다”며 “자신이 뭘 잘못하는지 모르는 상급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이 ‘방지법’이지 어겨도 벌칙이나 징계가 없는 내부 규정일 뿐이다. 의식 개혁을 위한 일종의 문화 운동인 셈이다. 규정을 만들기에 앞서 남녀 편 가르기나 여성 후배 기피 현상을 심화시키지는 않을까 일부의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적 연락이 이성 후배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더 강해 도입이 결정됐다.
 
퇴근 시간 이후 사적인 연락을 피해야 하는 것은 상식의 영역에 속한다. 그런데도 이런 규정이, 더구나 젊은 직원들의 모임에서 나왔다는 건 그만큼 상식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조치가 과하다고 생각되는 이들을 위해 ‘사적 연락 방지법’ 제4조를 소개한다. ‘친절함 오해 금지’ 규정이다. 1항, “상급자는 이성 하급자의 친절함이나 만족스러운 리액션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예의에 기인한 것임을 항상 인지하고, 호감의 표시로 오해하지 않아야 한다.” 2항, “상급자는 가끔 ‘그들은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떠올리며 자신이 착각 속에 살고 있지 않은지 경계한다.”
 
최은경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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