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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심장 쫄깃한 느낌 그대로 룸에서 즐기는 롤러코스터

일상으로 들어온 VR
중년의 직장인이 서울 잠실동의 VR룸에서 VR컨트롤러로 화살을 쏘는 ‘엘븐 어쌔신’ 게임을 즐기고 있다.

중년의 직장인이 서울 잠실동의 VR룸에서 VR컨트롤러로 화살을 쏘는 ‘엘븐 어쌔신’ 게임을 즐기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탄 채 중국 상하이 초고층 빌딩을 휘감으며 질주하고, 코앞까지 다가온 좀비에게 총을 쏘고, 공중에 떠다니는 수박·레몬·포도를 긴 칼로 반 토막 내고…. 특수 안경을 끼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바로 가상현실(VR)이다. 기존엔 VR기기를 별도로 구입해야 VR을 체험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구입 부담 없이 VR게임을 즐기는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현실에 더 깊이 파고든 VR의 세계가 펼쳐진다. 
 

가상현실 게임 공간 속속 등장
체험 티켓, 기기 판매량 증가세
스마트폰으로 쉽게 즐길 수도

# 초고층 건물의 엘리베이터에 올라 80층 버튼을 누른다. 문이 열리자 외나무다리가 건물 밖으로 길게 놓여 있고 그 끝에 케이크가 올려져 있다. 과연 저 케이크 한 조각을 떠먹을 수 있을까. 케이크를 향해 조심조심 발을 내딛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고 후들거린다. 천천히 앉아 케이크를 집어 들자 눈앞이 하얘지며 끝없이 추락한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지난달 17일 서울 잠실의 한 VR룸에서 기자가 체험한 ‘리치스 플랭크 익스피리언스’라는 고소공포증 체험 게임의 한 장면이다.
 
중년층도 사로잡는 게임의 매력
달려오는 적을 죽이는 ‘시리어스 샘’을 기자가 체험해봤다.

달려오는 적을 죽이는 ‘시리어스 샘’을 기자가 체험해봤다.

이처럼 현실 같은 VR을 게임으로 즐기는 공간이 최근 ‘VR룸’ ‘VR카페’ ‘VR체험존’ 등등의 이름으로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에 따르면 VR룸은 지난해부터 ‘기타 서비스’ 또는 ‘오락’ 업종으로 서울·경기·대전·울산·제주 등지에서 활발하게 문을 열고 있다. 프라이빗한 룸에서 1~2명이 전용 기기로 VR게임을 즐기는 형태다. VR룸의 인기는 이용권 구매율 데이터에서 엿볼 수 있다. 모바일 쇼핑몰 티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26일까지 VR체험존 티켓, VR기기 구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40% 늘었다. 김상희 티몬 O2O사업본부장은 “2030 젊은 층뿐 아니라 4050 중년층에서도 VR룸 이용권 구매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VR룸 이용권을 구입해 체험해본 뒤 재미를 느끼면 VR기기를 사는 단계로 이어지는 경향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VR룸에서 VR을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놀이기구에 탑승해 VR 안경인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고 즐기는 형태다. 놀이기구용 인기 게임 콘텐트는 번지점프·카레이싱·롤러코스터 등이 있다. 김시호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교수는 “VR 놀이기구엔 중력가속도(물체에 가해진 중력에 의한 가속도) 기술이 접목돼 실제로 롤러코스터를 탈 때의 짜릿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중력가속도 기술이 적용된 VR 놀이기구는 한 대당 3000만원을 호가해 일반인이 구입하기엔 쉽지 않다. VR룸이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다. VR룸에서 VR을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은 사용자가 VR컨트롤러를 쥐고 게임을 주도하는 형태다. VR컨트롤러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갈린다.
 
초고층에서 외나무다리를 건너 케이크를 집는 ‘리치스 플랭크 익스피리언스’를 기자가 체험해봤다.

초고층에서 외나무다리를 건너 케이크를 집는 ‘리치스 플랭크 익스피리언스’를 기자가 체험해봤다.

이 같은 VR룸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트렌드다. 김 교수는 “최근 세계적으로 VR은 의사의 수술 연습용 같은 산업용이 대세이지만 이례적으로 국내에선 일반인용 VR이 대세”라며 “1980년대 당구장, 90년대 PC방 및 노래방, 2000년대 스크린골프 등 실내에서 잘 어울려 노는 한국인의 놀이문화가 VR게임과 접목돼 VR룸을 탄생시켰다”고 분석했다.
 
개인이 VR게임을 집에서 즐기려면 유료로 구입해 설치해야 하는 부담감과 번거로움이 있다. 미국의 게임 제작사 밸브코퍼레이션의 ‘스팀’이 대표적인 게임 다운로드 사이트다. 반면 VR카페에선 1인당 VR게임을 30개가량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고객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 화장한 여성을 배려해 1회용 안대는 기본이고 파우더룸까지 구비한 곳도 많다.
 
커피나 캔음료·맥주도 판매한다. 이 같은 편의시설이 갖춰진 VR룸의 이용요금은 성인 2명에 시간당 평균 2만~3만5000원 선. 주말만 되면 남편과 함께 신촌의 VR룸을 찾는 직장인 박은혜(36·서울 연희동)씨는 “한 번에 한 시간씩 이용해 총 3만원을 지출한다”며 “멀리 야외로 나가지 않고도 카레이싱·래프팅·클라이밍 같은 익사이팅 스포츠를 실제 느낌과 비슷하게 체험할 수 있어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 20곳에 VR룸 프랜차이즈 ‘배드브이알’을 개점한 엄정현 대표는 “게임 종류마다 VR 작동법이 다르고 첫 게임에선 작동법을 익히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있다”며 “일단 한번 작동법에 익숙해지면 다음번 게임 때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 VR룸을 다시 찾는다”고 설명했다. VR을 큰 화면에서 여럿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고객의 재방문율을 높인다.
 
구글·페이스북·유튜브서도 인기 
VR서비스를 스마트폰에서도 누릴 수 있다. 현재 구글의 ‘데이드림’, 페이스북의 ‘페이스북 스페이스’, 유튜브의 ‘가상현실’ 등은 현재 일반인이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VR서비스다. 이슬기 페이스북 코리아 대외정책부장은 “페이스북 스페이스는 사용자가 만나 어울릴 수 있는 가상의 공간으로 현재 미국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였다”고 밝혔다.
 
교육에도 VR이 활용된다. 천재교육은 김홍도·신윤복의 조선 후기 풍속화 7편으로 구성한 VR 콘텐트 ‘미술로 보는 한국 역사, 문화 체험 VR’로 지난해 하반기(2학기) 전국 8개 초등학교에서 ‘찾아가는 VR 교실’을 진행했다. 미술관에 걸린 김홍도·신윤복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설정으로 김홍도의 ‘서당’에 들어가면 붓글씨를, 김홍도의 ‘활쏘기’에 들어가면 활쏘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일부 VR룸에선 초등학생 자녀를 동반한 부모를 위해 아이가 여러 가지 직업을 체험하고, 획을 그으며 한자를 체득할 수 있는 교육용 게임도 구비했다.
 
하지만 VR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김 교수는 “현재의 HMD에 사용되는 VR기술이 사용자의 피로도(어지럼증)를 더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VR게임을 체험한 뒤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멀미약을 구비한 VR룸도 있다. 이를 위해선 사용자의 동선을 HMD에서 빠르게 구현하는 기술력이 개발돼야 한다. HMD가 휴대하기엔 불편할 정도로 크다는 점도 VR기술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김 교수는 “현재 상용화된 VR게임 콘텐트 대다수가 해외판이라는 점은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인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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