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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이 갈길 "해외 매장 늘리기보다 브랜드부터 닦아야"

런던 컬렉션에 진출한 푸시버튼. 사각을 모티브로 삼은 컬렉션에서는 정반대의 실루엣을 한 옷에 조합시킨 의상들이 등장했다.

런던 컬렉션에 진출한 푸시버튼. 사각을 모티브로 삼은 컬렉션에서는 정반대의 실루엣을 한 옷에 조합시킨 의상들이 등장했다.

 “서울보다 훨씬 큰 무대에 선다는 건 엄청난 중압감이었다. 쇼에 집착하면서 수없이 낙서를 그려댔고, 반복되는 사각형에서 나를 발견했다. 사면초가라는 말처럼, 쇼라는 사각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디자이너 말이다.”
박승건 디자이너의 푸시버튼(pushBUTTON)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런던패션위크에서 2019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은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 영국패션협회가 지난 5월 체결한 패션산업 국제화 양해각서(MOU) 교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것으로, 푸시버튼은 한국 여성복 디자이너 최초로 선정돼 패션쇼를 열었다.
푸시버튼의 박승건 디자이너

푸시버튼의 박승건 디자이너

쇼 직후 만난 그는 해외 첫 컬렉션이라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성복 브랜드’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였다. “서울패션위크 데뷔 무대보다 더 막막했다. 그때야 뭣 모르기도 하고 무서울 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시장의 흐름이나 반응을 무시할 수가 없지 않나. 그러니 판도라 상자를 여는 기분이랄까, 답도 없는 수학 문제를 푼다고 해야 할까.”  
컬렉션에서는 각진 어깨의 파워 숄더가 연이어 등장했다.

컬렉션에서는 각진 어깨의 파워 숄더가 연이어 등장했다.

해답은 의외의 지점에서 풀렸다. 컬렉션은 낙서에서 영감을 얻어 ‘사각의 실루엣’으로 진행됐다. 오버 사이즈의 어깨가 각진 파워 숄더가 연이어 등장했다. 또 재킷·셔츠 등의 실루엣이 자유자재로 변형된다거나, 바지의 양쪽 길이를 달리해 쇼트 팬츠와 롱 팬츠가 한 옷에서 선보이는 비대칭 의상으로 독특함을 자랑했다.
해외 무대에서 다시 신인이 된 그는 “한마디로 만감이 교차한 컬렉션”이라고 소회했다. “런던이라고 주눅 들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막상 쇼가 끝나자마자 백스테이지 와서 엉엉 울었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스태프들도 각자 나처럼 울고 있더라. 또 외국 모델들 열댓 명이 와서는 안아 주며 ‘네 쇼에 서게 돼 행복했다’고 하는데, 그때야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감이 생겼다.”  
한 외국 기자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그는 한국인 뿐 아니라 일본·중국·히스패닉 등 다채로운 인종의 모델을 세운 점을 언급하며 ‘다양성을 내세운 쇼가 흥미롭고 쿨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실제 푸시버튼은 쇼를 앞두고 신인 모델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열었고, 선발된 차수민·김다영은 해외 무대에 데뷔하는 행운을 누렸다.  
“나를 몰랐던 사람이 디자이너가 의도한 바를 그대로 알아봐 주니 희열이 느껴지더라. 푸시버튼이 해외에서도 분명 통하는 게 있다는 걸 증명해 주는 거니까.”  
푸시버튼의 런웨이에는 다양한 인종의 모델들이 등장했다.

푸시버튼의 런웨이에는 다양한 인종의 모델들이 등장했다.

이번 런던 컬렉션으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뭘까. 여기에 그는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니 쇼를 하면서도 과감해지기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 하지만 런던이라는 큰 판에서는 진짜 푸시버튼의 내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봤다. “예전 서울패션위크에 왔던 해외 바이어들이 쇼를 보고 상업적이라고 했던 말을 이제서야 이해했다. 더 독특하고 더 재미난 옷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시장이 있었던 거다.”  
미니스커트와 쇼트 팬츠를 결합한 의상.

미니스커트와 쇼트 팬츠를 결합한 의상.

그는 또 이번 무대가 해외 진출을 내실 있게 다지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했다. ‘패션 한류’라 하면서 몇 개 나라, 몇 개 매장에서 팔린다 같은 수치 중심이 아니라 브랜드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핵심 플랫폼에 푸시버튼이 존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미 푸시버튼은 네타포르테, 브라운스, 루이자비아로마를 비롯한 55곳의 세계 스톡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런웨이에 서는 모델 최소라처럼, 케이팝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처럼, 푸시버튼도 빈수레가 아닌 꽉 찬 수레가 되고 싶다.” 
글(런던)=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서울디자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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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