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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잡는 의류관리기, 편하긴 한데 값이 좀…

최근 유행하는 용어 중에 '욕망 가전'이라는 말이 있다. 일상에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꼭 하나 갖고 싶은 가전제품'이란 의미다. 대표적인 게 바로 의류관리기다. 
세탁 과정 없이도 옷을 깨끗하게 만드는 의류관리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진은 스팀을 쏘여 옷을 살균하고 주름을 펴주는 과정. [사진 LG전자 트롬 스타일러]

세탁 과정 없이도 옷을 깨끗하게 만드는 의류관리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진은 스팀을 쏘여 옷을 살균하고 주름을 펴주는 과정. [사진 LG전자 트롬 스타일러]

의류관리기란 옷을 세탁하지 않고도 깔끔하게 ‘정화’시키는 가전제품이다. 냉장고처럼 생긴 상자 안에 옷을 걸어두면 자동으로 먼지와 냄새를 제거하고 구김도 어느 정도 펴준다. 2011년 LG전자가 ‘세상에 없던 제품’임을 내세우며 선보인 '트롬 스타일러'가 시작이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세탁기 연구실장으로 있던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부인이 조언했던 ‘욕실에 뜨거운 물을 틀어 김을 채운 뒤 옷을 걸어두면 깔끔해진다’는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후 9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제품화에 성공했지만 출시 초기엔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과연 옷이 깨끗해질까'란 의심의 눈초리가 더 컸다. 처음 보는 가전이고 초창기 스타일러는 200만원대의 고가였다. 생소한 가전제품에 그만한 돈을 지불하기엔 부담이 컸다.   
LG전자 트롬 스타일러의 외관과 원리 이미지. 먼저 무빙 행어 시스템으로 옷을 흔들어 먼지와 오염물질을 아래로 떨어뜨린다. 옷을 탁탁 털어 먼지를 제거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다음으로는 뜨겁고 강력한 스팀을 쏘여 살균 작용과 함께 주름을 편다.

LG전자 트롬 스타일러의 외관과 원리 이미지. 먼저 무빙 행어 시스템으로 옷을 흔들어 먼지와 오염물질을 아래로 떨어뜨린다. 옷을 탁탁 털어 먼지를 제거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다음으로는 뜨겁고 강력한 스팀을 쏘여 살균 작용과 함께 주름을 편다.

전환점은 2015년부터다. 접근을 어려워하는 시장 반응을 본 LG전자가 부피를 30% 정도 줄이고 가격대도 100만원대 중반으로 낮춘 2세대 제품을 내놓았다. 류재철 LG전자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 부사장은 “2세대 제품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슬림 스타일러는 출시된 지 2년 만에 국내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넘겼다. 2017년 국내 의류관리기 시장 규모는 업계 추산 15만대. 업계에선 올해 말까지 지난해의 2배 규모인 30만대, 2020년엔 50만대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에어 드레서의 외관과 원리. 스타일러와 달리 옷걸이를 통해 옷의 안과 밖에 모두 바람을 쏘여 먼지 등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먼지는 벽에 장착된 필터에 달라 붙는다. 다음 단계의 스팀 과정(살균+주름 펴기)은 유사하다.

삼성전자 에어 드레서의 외관과 원리. 스타일러와 달리 옷걸이를 통해 옷의 안과 밖에 모두 바람을 쏘여 먼지 등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먼지는 벽에 장착된 필터에 달라 붙는다. 다음 단계의 스팀 과정(살균+주름 펴기)은 유사하다.

소비자의 관심은 판매량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의 의류 관리기 판매는 매년 놀라운 성장률을 보여주며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의류관리기 판매는 전년 대비 245%, 2017년엔 331%가 늘더니, 올해는 8월까지 판매 실적만 543%로 껑충 뛰었다. 특히 올해는 오랫동안 LG전자의 독주를 지켜만 보던 굵직한 기업들이 의류관리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5월엔 코웨이가 렌털 전용 ‘사계절 의류청정기’를 출시했고, 8월 말엔 삼성전자가 의류 청정기라는 컨셉트를 내세운 '에어 드레서'를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의류관리기에 대한 소비자 조사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의류관리기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뭘까. 지난달 20일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를 사용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20~50대 남녀 436명에게 직접 물어봤다.    

현재 의류관리기를 사용하고 있거나 구매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은 응답자의 58.3%(254명)였다. '사고 싶지만 가격이나 공간 때문에 구매 계획이 없다'고 말한 사람은 28.9%, '필요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2.8%였다. 
사용자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불만족'이라고 답한 사람이 11%에 그친 반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만족한다' 또는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구매 이유는 4가지로 요약됐다. 우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냄새 제거'(33.5%)를 이유로 꼽았다. 지난달 의류관리기를 산 30대 직장인 백주원씨는 "하루 종일 온갖 냄새가 양복에 다 밴다. 그렇다고 한 번 입고 세탁하긴 아깝고 탈취제로는 해결이 안 돼 큰맘 먹고 구매했다"고 말했다. 워킹맘 김민주(40)씨는 "겨우내 온 가족이 매일 입던 롱패딩 관리로 고민했는데 지인으로부터 '의류관리기가 겨울옷 냄새 빼는 데 딱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생겼다”며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였지만 점점 쓰는 사람이 많아지고 또 평이 좋아 올해는 겨울이 오기 전 꼭 사려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잦은 세탁을 피하기 위해'(30.3%)로 나타났다. 옷을 깨끗하게 입고 싶지만 세탁이 부담스러운 경우, 의류 손상을 막기 위해 세탁 횟수를 줄이면서도 깨끗한 상태로 옷을 관리하기 위한 경우 모두 해당된다. 직장인 김민정(40)씨가 의류관리기를 사용하며 "매우 만족한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평소에도 외출 후 옷을 그대로 옷장에 넣지 않는다. 하루 정도 바람을 쏘이거나 욕실에서 김을 쏘여 냄새나 먼지를 제거한다. 김씨는 "이 과정을 의류관리기가 한 번에 자동으로 해주니 편리하다"고 말했다. 
나머지 구매 이유로는 '미세먼지'(24%)와 '고가의 프리미엄 의류를 관리하기 위해'(12.2%)가 있다. 패션잡지 '루엘'의 박정희 패션 에디터는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엔 반드시 외출 후 재킷은 물론이고 셔츠까지 의류관리기에 돌린다. 건강을 위해 손을 씻고 세안을 하듯 옷도 깨끗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반대로 의류관리기를 구매할 계획이 없는 사람은 ‘비싼 가격’(46.2%)을 가장 많은 이유로 들었다. 

같은 이유로 최근엔 고급형 다리미나 스팀다리미, 제습제, 탈취제, 옷걸이 등이 의류관리기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아예 의류관리기의 스팀 분사 기술을 옷걸이에 넣은 5만~6만원대 옷걸이형 의류관리기도 2030세대 1인 가구에서 인기를 끈다. 홍대 인근에 거주 중인 김지연(32)씨는 "기존 의류관리기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게 큰 문제"라며 "쉽게 옷 냄새를 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옷걸이형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각 업체
 
※의류관리기 시장과 소비 트렌드에 관한 이야기는 중앙일보 팟캐스트 'J팟'(소비트렌드 쇼-오늘도 사러 갑니다)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주소 https://news.joins.com/Jpod/Channe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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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