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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집값 잡으려면 수요 많은 곳에 공급하라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가장 강력한 대책이라는 9·13 대책이 나왔다. 투기 수요 근절을 위해 세금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위주의 수요 억제책이었다. 일주일 뒤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수요 억제책 일색에서 공급 대책을 내놓은 점은 정책 기조의 전환이라 환영할 만하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수도권 공공택지 확보를 통해 30만호를 공급하고, 신혼희망타운 10만호도 사업 단축을 통해 올해부터 분양에 착수하며,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 정도 물량이면 시장 불안을 잠재울 정도는 될 것이다.
 
그러나 당장에는 큰 효과가 없을 전망이다. 1차로 발표된 신규 택지 물량이 서울에는 1만호에 그쳐, 300만호가 넘는 서울의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다. 택지 확보도 지자체와의 협의가 중요하기에 정부가 목표로 한 시기에 공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일부 지자체는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해 난항이 예상된다.
 
그런데도 정부의 택지 공급 발표에 주목하는 것은 신규 주택의 절반 정도가 공공택지에서 공급되기 때문이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아무리 효율적으로 진행한다 해도 실제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물량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재개발하였음에도 집값이 폭등한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폭등세는 200만호 건설과 이후 계속되는 택지 공급으로 진정되었기에 신규 택지 확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택지를 공급하면 입주 시점까지 부동산 가격은 불안한 양상을 나타낸다. 신도시 발표를 개발 호재로 인식해 주변 땅값이 폭등하고, 개발 과정에서 풀려난 토지 보상금으로 땅값이 더 오르게 되나, 결국 입주 시점을 기점으로 집값은 하향 안정세를 보인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으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시론 10/01

시론 10/01

정부가 향후 택지를 확보하면서 주의할 점도 많다. 일부 신도시처럼 서울 집값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지역에 대규모로 개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실제 서울 강남과의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집값이 안정될 것이므로 수요가 많은 곳에 공급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 경험을 소중히 살려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해당 도시 주민들이 우려하고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경청해야 한다. 주택 위주의 개발로 인해 교통난이 더 심각해졌다는 점에 대해 반성하고, 대규모 임대 주택 건설에 따른 주민 우려도 해소해야 한다. 대대적 대중 교통망과 간선 교통 공급이 수반되는 종합적 교통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주택 이외 업무시설과 편의시설도 동시 공급해 지나친 서울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이번 대책을 계기로 단순히 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이 아니라, 수도권 공간을 재편해 효율성과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
 
정부에서 내놓은 두 번째 공급 대책인 신혼희망타운 조기 공급도 수치 달성에 치우치면 곤란하다. 신혼부부들은 주거지 선택에 있어 입지를 중시하는데 지금 발표된 것들을 보면 외곽 지역이 많아 큰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다. 물량 위주 공급보다는 실제 이들이 원하는 입지에 더 많이 공급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마지막 공급 대책은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이다. 용적률 상향과 인센티브 확대로 임대 주택 공급을 늘리는 내용인데, 실제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 두고 봐야 할 듯하다. 현재 서울시 도시 계획 인허가 체계가 워낙 느리게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에 사사건건 충돌한 점을 고려하면 실효성도 의심스럽다.
 
그리고 필지별 개발 혹은 소규모 정비 사업 위주의 공급이어서 그 물량도 시장 안정에는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개발 후 주차장 및 인프라 부족, 환경의 질 저하 등이 예상되므로 조심해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차라리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해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환경의 질을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대량으로 도심에서 공급하는 방안으로 재개발·재건축만한 방식을 찾기 힘들다.
 
전반적으로 이번 대책이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단기적 실효성은 떨어질지라도 중장기적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향이 옳다고 해서 성공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실패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철저하게 지역 주민과 같이 만들어나가야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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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