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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영의 일본 속으로] 나이 장벽 깨자 업계 1위로 … 일본은 지금 정년 파괴 중

세이부 신용금고 아라이 지점장(66·오른쪽)이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아라이 지점장은 정년 나이가 지난 후에도 현역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세이부 신용금고 아라이 지점장(66·오른쪽)이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아라이 지점장은 정년 나이가 지난 후에도 현역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일본 도쿄도 나카노(中野)구의 세이부(西武) 신용금고 사기노미야 지점을 맡고 있는 아라이 마사나리(荒井昌成) 지점장은 올해 예순 여섯이다. 남들은 이미 정년퇴직을 했을 나이지만 그는 도쿄 시내 지점의 지점장을 두 곳이나 맡고 있다. 정년을 반년 정도 앞두고 회사로부터 “‘현역 코스’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나이 아닌 능력 정년 … 70대 사원도
기업 80%가 65세까지 ‘계속고용’
"하루 3시간 OK” 유연 근무 도입
급여 수준 유지는 풀어야 할 숙제

‘현역 코스’는 세이부 신용금고에만 있는 제도로, 60세 이후에도 현역 때와 같은 조건으로 일하는 제도다. 35년 넘게 영업, 지점 관리, 신 점포 개발 업무 등을 해온 그를 회사로서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전체 직원 1200여 명 가운데 아라이 지점장처럼 ‘현역 코스’로 일하는 직원은 26명이다.
 
세이부 신용금고엔 ‘3예스(YES) 1노(NO)’ 원칙이 있다. 실력 있고, 건강하고, 일할 의지가 있는 직원은 나이를 묻지 않고 고용한다는 원칙이다. 2011년부터 60세 정년 제도도 과감하게 버렸다. 70세 경력사원도 채용했다.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도 바꿔 나갔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전통적인 금융업에서 벗어나 컨설팅업을 확대했다.
 
처음엔 인사적체나 인건비 증가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업계 만년 2위였던 세이부 신용금고는 정년 폐지 4년 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17년 기준 영업이익은 80억 9500만 엔(약 812억 원)으로 2위 업체를 거의 2배 차로 따돌렸다. 오치아이 간지(落合寛司) 세이부신용금고 이사장은 “60세 이상 직원 층이 두터워지면서 견고한 조직이 됐고, 좋은 업무 성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일본에서 고령화와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의 정년을 파괴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존 정년을 끌어올리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정년을 폐지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종업원 31명 이상 기업 15만 6113개 가운데 80.3%가 60세 정년 이후에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65세까지 재고용하는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7.1%는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했고, 2.6%는 정년 제도를 아예 폐지했다.
 
2006년에서 2017년 사이 60~64세 인구의 취업률은 52.6%에서 66.2%로 뛰어올랐고, 65~69세 취업률은 34.6%에서 44.3%로 증가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최근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몇 살이 되든 고령자가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계속고용제도’의 나이를 현행 65세에서 70세까지 끌어올리고, 동시에 공적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70세 이후, 최대 75세까지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꿀 방침이다. 일하는 고령자들에게 인센티브를 확대해, 일손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정년 파괴’의 핵심은 ‘유연근무제’다. ‘9 to 6’식의 정형화된 근무 형태로는 고령자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인 산와전기제작소는 60세 이상 직원의 비율이 20%는 넘는다. 이 회사는 직원들의 건강 상태나 체력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인사팀에서 월급과 연금수령액의 합계가 최대가 되도록 근무시간 컨설팅도 해준다. 하야시 다케히로(林武宏) 사장은 “근무시간과 급여액은 각자 직원이 결정하기 나름”이라면서 “엔지니어의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다. 하루 단 3시간이라도 직원들 의지가 있으면 회사는 다 받아들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호텔 업체인 도요코인은 전체 종업원의 24%가 60세 이상의 고령자다. 역시 근무 장소와 내용, 시간을 본인 희망대로 조정해주고 있다. 79세인 A씨는 하루 4시간 30분씩 월 10~15일만 일하고 6만 6000엔(약 66만 원)을 받고, 68세 B씨의 경우 하루 6시간 45분씩 주 5일을 근무하고 월 13만3000엔(약 132만 원)을 받는 식이다.
 
일하는 고령자가 늘고 있지만, 임금 격차 해소는 풀어야 할 숙제다. 대부분은 60세 이후엔 비정규직, 촉탁 계약 등으로 고용되다보니 급여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 2012년 도쿄도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근로자의 45.9%가 정년 직전 급여의 50~70%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법원에서 “고령자의 고용조건은 연속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일본 대법원은 후쿠오카현 기타규슈시의 한 식품회사에서 40년 간 근무해온 직원이 “회사가 60세 이후 재고용을 조건으로 월급의 25%를 깎은 것은 부당하다”고 낸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글·사진=윤설영 도쿄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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