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가장 위험한 남자’ 살비니, 극우 규합 유럽의회 장악 노린다

유럽 극우 포퓰리즘 득세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최근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로 지목한 이탈리아 극우 포퓰리즘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유럽의회(EP)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인가. 반이민·반이슬람·보호무역주의 등을 내세우는 극우 포퓰리즘주의자들이 유럽의회(EP)에서 세력 확장 기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입법과 예산을 담당하는 유럽의회는 7개월쯤 뒤인 내년 5월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로이터 통신이 내년 선거에서 극우파가 유럽의회 의석을 상당히 늘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극우파 득세의 우려가 날로 증폭되고 있다.

이탈리아 연정 이끄는 극우 ‘동맹’
프랑스 ‘국민전선’ 르펜과 교감

중·동유럽 빈민층 반EU 정서 활용
‘반이민’ 공동 정책으로 세력 결집

내년 유럽의회 선거 제3당 가능성
예산·입법 관련 발언권 높아질 듯

 
 
“EU 탈퇴” 주장하는 정당 약진 예고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오스트리아 부총리,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하랄트 빌림스키 오스트리아 유럽의회 의원(왼쪽부터)이 지난 14일 빈에서 만나고 있다.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 정치인들은 최근 반이민·반EU를 공통 고리로 세력을 결집 중이다. [EPA=연합뉴스]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오스트리아 부총리,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하랄트 빌림스키 오스트리아 유럽의회 의원(왼쪽부터)이 지난 14일 빈에서 만나고 있다.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 정치인들은 최근 반이민·반EU를 공통 고리로 세력을 결집 중이다. [EPA=연합뉴스]

현재 유럽의회는 모두 750명의 유럽의원(MEP)으로 이뤄졌다. 유럽의원들은 자국의 정당과는 별개로 정치 성향에 따라 모두 7개의 유럽의회 교섭단체를 구성한다. 현재 중도우파인 유럽인민당(EPP)이 219석, 중도좌파인 사회민주진보동맹(S&D)이 189석,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유럽자유민주동맹(ALDE)이 68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 3개 정파가 유럽의회에서 집권세력을 형성한다. 이들의 의석을 합치면 476석으로 과반수를 차지한다.
 
나머지 교섭단체들이 유럽의회의 야당이다. 이들의 정치 성향은 다양하다. 보수주의에 경제적 자유주의 성향을 가미한 ‘유럽 보수와 개혁(ECR)’이 73석, 친환경 녹색정치를 지향하는 ‘유럽녹색당/자유동맹(Greens-EFA)’이 52석, 급진좌파 성향의 유럽연합좌파-북유럽 녹색좌파(GUE/NG)가 51석의 의석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야당 가운데 2개 정파는 극우 포퓰리즘 성향으로 분류된다. 유럽회의주의(EU에 반대해 탈퇴하자는 주장)를 강조하는 ‘자유와 직접 민주주의의 유럽(EFDD)’이 43석, 반이민과 반EU 성향이 강한 ‘국가와 자유의 유럽(ENF)’이 35석을 각각 차지한다.
 
로이터는 이달 13일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의 최근 투표 결과와 신뢰도 높은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유럽의회 내 교섭단체 별로 내년 선거 결과를 예측했다. 그 결과 영국 독립당(UKIP)과 이탈리아 반체제 정당인 ‘5성운동’ 등으로 이뤄진 EFDD가 현재의 43석에서 58석으로 의석을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EFDD는아이러니컬하게도 자국에서는 EU탈퇴를 주장하는 세력인데 유럽의회 내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ENF는 현재 35석에서 62석으로 의석을 크게 늘릴 것으로 전망됐다. ENF는 마리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과 헤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네덜란드의 반이민·반이슬람 포퓰리즘 정당인 자유당(PW) 등으로 구성된 유럽의회 내 정파다.
 
로이터의 예측대로라면 유럽의회 내 이들 극우 2개 정파의 의석은 현재 78석에서 120석으로 증가하게 된다. 유럽의회는 현재 751개 의석을 내년 선거에선 705개로 줄일 예정이라 양 극우 교섭단체가 유럽의회에서 차지하는 의석 비율은 현재 10.5%에서 16.9%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2014년 선거에서 처음으로 유럽의회에 진출한 극우세력의 의석 비율이 내년 선거 이후 현재보다 80%정도 증가하는 셈이다.
 
그나마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과 기사당 연합(CDU/CSU)이 속한 중도우파 ‘유럽인민당(EPP)’은  중도좌파 ‘유럽사회·진보 동맹’을 누르고 유럽의회 내 최대 정파 위치를 계속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유럽의회 의원 정원 감소 등으로 의석은 현재 219석에서 186석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유럽의회에서 각각 제1당과 제2당의 위치는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우 포퓰리즘 정파가 힘을 합칠 경우 군소정당의 지위에서 벗어나 전통의 정당인 좌파와 우파에 이어 유럽의회의 제3당이 되는 시대가 오게 된다. 유럽의 정치적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EU 분담금 부담 커진 국가들 불만 높아져
 
지난 1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열린 장클로드 융커 유럽위원회 집행위원장 연설. 극우 포퓰리즘 세력은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린다. [EPA=연합뉴스]

지난 1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열린 장클로드 융커 유럽위원회 집행위원장 연설. 극우 포퓰리즘 세력은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린다. [EPA=연합뉴스]

유럽의회에서 극우파 약진이 예상되는 바탕에는 올해 이탈리아 연립정권의 일원이 된 극우 포퓰리즘 정당 ‘동맹(LN, 북부동맹에서 올해 이름을 바꿈)’의 인기 상승이 깔려 있다. EU탈퇴는 물론 부유한 북부 지역의 독립까지 주장했던 살비니 대표가 이끄는 ‘동맹’은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선 고작 5석을 확보했을 뿐이다. 그나마 소속 유럽의원들이 EFDD와 ENF로 나뉘어 활동 중이어서 존재감이 더더욱 미미했다. 하지만 ‘동맹’은 올해 이탈리아 총선에서 하원 630석 중 125석, 상원 315석 중 58석을 차지했으며 광역지자체 단체장 20명 중 4명, 지역의회 의원 897명 중 115명을 각각 확보했다. 이를 통해 ‘5성운동’ 등과 손잡고 지난 6월 발족한 이탈리아 연립정부를 주도하고 있다. 지금 분위기라면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약진이 예상된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에 따르면 ‘동맹’의 살비니 대표는 ‘애국파’로 불리는 유럽 극우파 세력을 연대해 유럽의회에서 발언권을 강화할 계획이다. 살비니는 ‘반(反)이민’을 공동 정책으로 내세울 경우 지금까지 사분오열했던 극우파들의 세력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프랑스 FN의 르펜 대표도 살비니에 호응해 극우 세력 결집을 부르짖고 있다. 이들이 세력을 모을 경우 유럽이 ‘친이민’과 ‘반이민’으로 정책적 분열이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살비니와 르펜은 극우파의 글로벌 동맹으로 유럽의회 장악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셈이다.
 
이들이 유럽의회 장악에 힘을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럽의회가 EU의 방대한 예산을 확정하고 승인하는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EU는 독특하게도 7년치 중기 예산을 결정한 다음 이를 매년 나눠 집행한다. 살비니와 르펜은 차기 7년간 EU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상당수 국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유럽 각국, 특히 경제사정이 어려운 중·동유럽에서 납세자와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빈민층의 불만이 가중하면서 EU에 반대하는 유럽회의주의자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대중의 불만을 극우 정치의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살비니와 르펜의 노림수로 보인다.
 
실제로 EU의 예산안을 보면 극우의 노림수를 짐작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5월 확정된 EU의 2021~2027년 예산 초안은 모두 1조2790억 유로(약 1650조원)다. 2014~2020년 회기의 예산 1조 유로보다 약 28%가 늘어났다. 대테러 예산을 비롯한 안보와 보안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 끊임없이 증가하는 난민 대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청년 일자리 대책 등에도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 처지다. 브렉시트(영국의 EU 이탈)로 한 해 약 120억 유로의 세입이 줄어들 예정임에도 집행할 예산을 더욱 늘었다. 이로 인해 경제 규모가 작고 사정이 좋지 않은 중·동유럽 국가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경제 강국이 증가한 예산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도 중·동유럽 국가들도 분담금을 지금까지보다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가뜩이나 극우파가 득세하고 있는 중·동유럽 EU 회원국 사이에서 반EU 정서가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유럽의회 장악이 갈수록 우려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독일·헝가리도 민족주의 목청 커져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실제로 유럽에서 포퓰리즘 세력은 갈수록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이달 9일 실시된 스웨덴 총선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17.6%를 얻어 하원 349석 가운데 63석을 차지했다. 2014년 총선에서 얻은 12.9%보다 지지율이 5%포인트쯤 올랐다. 2015년 대규모 난민 유입 사태 이후 처음 실시한 총선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난민 문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경제 중심 매체인 레제코에 따르면 좌우 포퓰리즘 정당이 국내정치를 좌우할 정도로 세력을 확대한 나라는 유럽에서 이미 흔하다. 헝가리에선 보수정당 ‘피데스(청년민주동맹)’를 이끄는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갈수록 반이민과 자급자족 등을 외치며 극우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피데스는 2014년 총선에서 44.9%를 득표했다.  영국의 영국독립당((UKIP)은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27.5%의 득표율로 73석의 의석 중 22석을 확보해 전국 단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5년 총선에선 12.6%의 득표율을 얻었다. 무엇보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51.9%의 찬성으로 승리해 영국을 온통 뒤흔들어놨다. 올해 총선에서 32%를 득표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 ‘5성운동’, EU탈퇴와 반이민, 독일민족주의를 강조하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 세력은 유럽의회 장악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착착 움직이고 있다. 유럽은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