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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아진 평양의 밤...흉물같던 105층 류경호텔 LED 불빛장식

“호텔 엘리베이터가 빨라졌더라고, 호텔 전등이 깜빡이지도 않고….”

 
지난 18~20일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의 전언이다. 10여년 만에 평양을 찾은 최 전 총장은 숙소였던 고려호텔의 전력 사정을 눈여겨봤다. 그는 “과거에는 고려호텔이 정전되거나, 전력 공급이 일정치 않아 백열등이 깜빡깜빡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이번에는 전기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정상회담에 대비해 다른 지역으로 가는 전력 공급을 줄이고, 행사장 일대에 전력을 집중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을 다녀온 방문자들은 이전보다 평양의 밤이 밝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유소년 축구 대회 참관차 평양을 방문했던 민간단체 인사도 “이전에는 북한의 야경은 암흑이나 다름없었는데 이번엔 가로등이 새벽까지 켜져 있었다”며 “방문했던 식당 테이블에서 양초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지난 5일 밤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을 기념하는 9·9절을 앞두고 평양 류경호텔이 조명을 밝혔다. 105층인 이 호텔은 3000개의 객실과 7개의 회전식 레스토랑이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5일 밤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을 기념하는 9·9절을 앞두고 평양 류경호텔이 조명을 밝혔다. 105층인 이 호텔은 3000개의 객실과 7개의 회전식 레스토랑이 있다. [AFP=연합뉴스]

 
2000년대 중반까지 평양ㆍ개성ㆍ금강산 등 남측 방문객이 찾는 북한 지역의 식당 테이블 위에는 양초가 준비돼 있었다. 갑작스레 전기가 끊기는 경우에 대비해서다. 정전되면 종업원들은 능숙하게 양초를 켰다. 2000년대 후반에는 양초 대신 충전식 비상등이 식당 벽에 설치되는 경우도 등장했다. 그런데 최근엔 양초가 사라지고 평양에선 어렴풋하게나마 밤에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골조공사를 진행하다 1990년부터 공사가 중단돼 흉물로 방치됐던 류경호텔(105층)은 2000년대 중반 외부 유리 마감공사를 한 데 이어 올해엔 외부에 LED장식으로 불빛을 밝혔다. 탈북자 A씨는 “외부인들에게 흉물로 비쳐졌던 류경호텔을 북한 당국은 미국 대북제재의 상징이라고 주민들에게 선전했다”며 “평양에 전력공급이 개선되면서 평양의 밤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2003년 8월 평양의 야경(왼쪽)과 2006년 1월 평양 야경(오른쪽)의 모습. 평양=정용수 기자

2003년 8월 평양의 야경(왼쪽)과 2006년 1월 평양 야경(오른쪽)의 모습. 평양=정용수 기자

 
평양 등에서 전기 공급이 개선된 이유는 북한이 발전 시설을 확충했기 때문이다. 내각의 경제 분야에서 일했던 탈북자 B는 “김정은 시대에 들어선 후 발전소 건설에 주력했다”며 “희천 1ㆍ2호 발전소, 청천강 계단식발전소, 백두산 영웅 청년 1ㆍ2호 발전소, 안변청년발전소(이상 수력발전소)를 새로 건설해 가동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1943년 완공된 수풍발전소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허천강 발전소의 설비를 보수하고, 컴퓨터 통제 장치를 도입하는 등 기존 발전소도 개보수해 발전 효율을 높였다”고 알렸다. 
 
지난 6일 촬영한 105층짜리 평양 류경호텔의 야경. 정권수립 기념일(9.9절)을 기념해 야경쇼를 선보이는 등 과거보다 전력 사정이 나아졌다. [AP=연합뉴스]

지난 6일 촬영한 105층짜리 평양 류경호텔의 야경. 정권수립 기념일(9.9절)을 기념해 야경쇼를 선보이는 등 과거보다 전력 사정이 나아졌다. [AP=연합뉴스]

탈북자 C씨는 “중국의 기술 지원과 원조로 과거 중유를 이용했던 설비를 석탄이나 갈탄을 사용토록 보수한 곳도 있다”며 “외화 부족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따른 중유 수급 중단에 대한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평양 출신의 탈북자 D씨는 “군수공업에 집중했던 전력 일부를 평양 등 도시로 돌려 전기 사정이 나아졌다”며 “평양에선 중국산 태양광 집열판 장착도 장려하고 있고, 백열등보다 전력 소모가 적은 ‘꼼빡등’(컴팩트등) 보급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8월 촬영한 나진ㆍ선봉 지역의 전봇대 사진 [사진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8월 촬영한 나진ㆍ선봉 지역의 전봇대 사진 [사진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평양 외 일부 지역에서도 전력 사정이 개선된 정황이 등장했다. 지난달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방문단으로 나진ㆍ선봉 지역을 찾았던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밤에 네온사인이 빛나고 있어서 북측 관계자에게 전력 개선 배경을 물었다”며 “그간 가동이 중단됐던 선봉 지역의 중유발전소 터빈을 석탄용으로 바꿨고, 석탄 생산량도 늘어 가동률이 높아졌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야경쇼를 선보이고 있는 평양 류경호텔의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4월 야경쇼를 선보이고 있는 평양 류경호텔의 모습. [AFP=연합뉴스]

 
평양 등 일부 지역의 전력 사정이 개선된 것은 북한이 산업용, 민수용 전력 공급에 과거보다는 더 신경을 쓰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평양의 밤은 한반도 남쪽과 비교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당국은 북한의 발전소를 270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단 이들 발전소가 100% 가동 중인지는 불투명하다. 또 북한은 송배전 시설이 노후해 전력 생산을 늘려도 손실이 여전히 크다. 수력발전소 의존도가 60%를 넘어 시기 별로 전력 생산량의 편차가 크다는 한계도 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전력생산량은 2016년 239억kWh(한국은 5404억kWh)로 고난의 행군 직전인 1990년대 초반 수준으로 회복한 추세”라며 “그러나 전력과 관련한 시설들이 노후해 전력난 해소는 아직은 먼 얘기”라고 지적했다.
 
◆ 특별취재팀=정용수·권유진·김지아 기자 nkys@joongang.co.kr  
◆ 도움말 주신 분=김보미·김일기·이상근·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사(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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