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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여성들의 고충 아시나요"…페이스북이 선택한 커뮤니티 '스여일삶'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스여일삶)'은 여성 사업가와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여성들이 교류하는 온·오프라인 모임이다. 지난해 11월에 페이스북에 만들어진 이 커뮤니티의 1300여명 회원은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각종 고민을 나누고 업계 동향 등 여러 정보를 교환한다. 생긴 지 1년도 채 안 된 온라인 커뮤니티지만 다양한 활동 덕분에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선 이미 널리 알려졌다.
 
'스여일삶'은 27일 미국 페이스북 본사가 선정한 우수 커뮤니티 100여곳에 한국 커뮤니티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1년간 '페이스북 커뮤니티 리더십 프로그램(FCLP)'의 일환이다. 페이스북 본사가 커뮤니티 5곳엔 각각 100만 달러, 나머지엔 각각 5만 달러(약 5500만원)와 각종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스여일삶'을 만든 김지영(29) 씨는 5만 달러를 지원받고, 다음 달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로 가서 이번에 선발된 100여명의 커뮤니티 리더들과 함께 커뮤니티 운영과 관련한 리더십 교육을 받는다.
 
커뮤니티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스여일삶)이 지난 4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공동 주최한 컨퍼런스 모습. 회원수 1300명이 넘는 '스여일삶'은 국내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고민과 문제 등을 나누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로 27일 페이스북 본사의 '페이스북 커뮤니티 리더십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사진 스여일삶]

커뮤니티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스여일삶)이 지난 4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공동 주최한 컨퍼런스 모습. 회원수 1300명이 넘는 '스여일삶'은 국내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고민과 문제 등을 나누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로 27일 페이스북 본사의 '페이스북 커뮤니티 리더십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사진 스여일삶]

 
"스타트업 여성들의 압박감·스트레스 해결하고 싶어" 
김지영 씨는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 등 일반 회사에선 당연히 있는 출산·육아 등 관련 제도들이 스타트업에선 전혀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받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해결하고 싶어 '스여일삶'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2016년부터 스타트업 업계에 몸담으며 여성 스타트업 인들의 고충을 들으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고 한다. 그는 현재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스타트업 '플래너리'에서 커뮤니티 플래너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부업으로 스타트업 선배 창업가와 스타트업에 이제 막 뛰어든 신생 창업가와의 만남을 글로 쓰는 일을 했다. 그런데 선배 창업가로 나오는 시니어 중에서 여성은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국내에 10년 차 이상의 여성 스타트업 인들은 없는 걸까' 궁금해졌다. 나처럼 스타트업 업계에서 10년 이상 일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은데 말이다. 내 페이스북에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하는 콘텐트를 만들면 어떨 것 같냐'고 지인들에게 의사를 물었더니 '좋아요' 클릭 수가 순식간에 100개가 넘었다. 일대일로 만나는 것보다 커뮤니티를 만들어 여성들도 모으고 인터뷰도 하기 위해서 '스여일삶'을 만들었다."
커뮤니티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스여일삶)'을 만든 김지영 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들이 여성 직원들을 배려하면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많이 시도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스여일삶]

커뮤니티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스여일삶)'을 만든 김지영 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들이 여성 직원들을 배려하면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많이 시도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스여일삶]

 
50명, 100명 알음알음 커뮤니티로 모이던 회원들은 이제 1300명을 돌파했다. 스타트업 업계에 종사한다는 여성들이 앞장서서 가입하면서 커뮤니티는 점차 커지는 중이다. 
 
'스여일삶' 운영은 처음 커뮤니티를 만든 김지영 씨 외에 커뮤니티, 오프라인 모임 관리를 돕는 운영진 5명이 함께 맡고 있다. 다들 스타트업에 일하면서 부업으로 운영진을 자원했다. 스타트업 여성들의 고민을 주로 다루지만 남자 회원들도 받는다. "여성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라고 남성들이 더 많이 알았으면 하기 때문이란다.  
 
당연한 제도도 갖추고 있지 못한 회사 많아
'스여일삶'은 한 달에 한 번씩 점심 식사자리를 마련해 회원들을 모아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 4월에는 스타트업 단체들과 손잡고 업계 동향을 주고받거나 문제점을 토론하는 행사도 열었다. 회원들은 온라인으로 도움이 될 만한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를 독려한다.
 
 "개발자 위주로 꾸려진 스타트업에선 직원 10명 중 여성 직원이 1명인 경우도 있다. 스타트업에 일하면서 출산 휴가를 쓸 수 있는지, 일과 육아를 겸할 수 있을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많은 회사가 매뉴얼 자체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10년, 20년씩 일한 사람이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회사에서 함께 공감해주는 사람이 없고 제대로 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많은 여성이 외롭다고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 개인이 느끼는 압박감은 일반 대기업들보다 몇배는 더 크다. '스여일삶' 모임에 나온 회원들은 자신의 고민을 얘기하면서 감정이 북받쳐 많이 운다. 10명 남짓했던 점심 번개 모임은 점차 커지고 있다." 김씨가 전하는 스타트업계 여성들의 삶이다.
커뮤니티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스여일삶)는 회원들과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면서 업계 동향과 문제점 등에 대해 토론한다. [사진 스여일삶]

커뮤니티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스여일삶)는 회원들과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면서 업계 동향과 문제점 등에 대해 토론한다. [사진 스여일삶]

 
스타트업 업계는 신생 기업들이 많고 대부분 직원 수가 적은 소규모 기업들이다. 직원들을 위한 복지·인사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들도 많다. 특히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테크 스타트업에서는 여성들의 비중이 극히 작아 출산·육아 문제 때문에 일을 관두는 경우가 일반 기업들보다 훨씬 더 많다. 비슷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모일 수 있는 협회나 단체도 많지 않았던 참에 '스여일삶'이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온·오프라인 모임서 여성들 고민 나누고 해결책 제시 
"나만 하더라도 이전 회사에서 나 빼고 모든 구성원이 미혼이었다. 결혼하고 출산을 하더라도 일을 계속 하고 싶은데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회사에 없으니 내 역할과 환경이 변할 때 고민을 나눌 곳이 없었다. 여성 직원 수가 적은 회사라고 해서 '우리는 여성 직원이 별로 없으니 그런 제도 없어도 된다' 이러면 안 되지 않나. 일찌감치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어떻게 해야 좋은 제도를 만들 수 있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김지영 씨는 스타트업이 여성 직원들을 배려하면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많이 시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스여일삶) 로고. [사진 스여일삶]

페이스북 커뮤니티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스여일삶) 로고. [사진 스여일삶]

"스타트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의식, 사명감을 갖고 기존에 없던 답을 찾아내는 일을 하는 곳이다. 또 그런데 가장 최적화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잘 살려 기존 대기업들은 미처 도입하지 못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 원격 근무, 재택근무, 시간제 근무 제도 등은 큰 기업, 공장들보다 스타트업에 더 최적화됐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
 
국내서 유일하게 선정돼 1년간 페이스북 지원받아 
이번 '페이스북 커뮤니티 리더십 프로그램'에 선정된 김 씨는 앞으로 1년간 5만 달러와 교육 지원 등 페이스북 본사의 각종 재정·운영 지원을 받는다.  
 
"국내에도 이미 10만명, 100만명이 넘는 커뮤니티가 많다. '스여일삶'은 생긴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과 좋은 의도 등을 좋게 평가받은 것 같다."
 
'스여일삶' 외에도 페이스북은 ▶인도네시아 미혼모를 위한 커뮤니티 ▶아프리카 전통 음식을 알리기 위한 커뮤니티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이 함께 산행하는 커뮤니티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커뮤니티 100여곳을 선정했다.  
 
김 씨는 "'스여일삶' 활동을 온·오프라인으로 더욱 확대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며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찾아 더 훌륭한 여성들이 스타트업 업계에 들어올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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