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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창자의 주인은 나 아닌 유익균, 왜?

기자
윤경재 사진 윤경재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18) 
청매실. [중앙포토]

청매실. [중앙포토]



어는점, 녹는점
 
내 속이 허하다고
장에 좋다는 청매 한 자루
상처 다듬고
쪽글 붙여 보내왔네
 
따뜻한 정이 숨 쉬는 달항아리
푹푹 삭도록 설탕에 듬뿍 절구고
매듭 없는 노끈 구해다가
입 동여매어
오늘과 더불어 우정 쪽지 붙였네
 
-어는점과 녹는점은 늘 같은 온도야
자네도 마찬가지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향할는지
내 몸의 방향이
빛과 그림자를 가르는데
육십 년 묵은 내장이라도
임자 잘 만나면
처음처럼 쑥쑥 쏟아낼 텐데
달고 쓰고 짜고 시고 매워도
 
*우정: ‘일부러’의 방언
 
[해설] 창자의 주인은 나 아닌 유익균
사람 몸에서 소화기관인 창자는 음식물이 지나가는 통로로서 일정한 공간을 이루고 있다. 그러면 창자의 내부공간은 몸속인가 아니면 우리 몸의 바깥인가. 따지고 보면 우리 몸의 바깥이 맞다.
 
그럼 그 공간은 누구의 것인가. 또 그 공간은 무엇에 의해 완성되는가. 이 물음의 답에 대한 실마리로서 건축가 승효상의 말을 인용해보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건축은 건축가가 완성하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삶에 의해 완성된다.” 
 
승효상이 설계한 풍납동 성당. 노아의 방주를 상징하는 배 모양의 내부. 뱃머리 쪽에 제대를 놓았으며 천장에서 태양의 빛이 십자가를 비추게 하였다. 건물 벽을 따라 자연채광을 하여 비움과 소통의 정신을 살렸다. [사진 윤경재]

승효상이 설계한 풍납동 성당. 노아의 방주를 상징하는 배 모양의 내부. 뱃머리 쪽에 제대를 놓았으며 천장에서 태양의 빛이 십자가를 비추게 하였다. 건물 벽을 따라 자연채광을 하여 비움과 소통의 정신을 살렸다. [사진 윤경재]

 
이 말은 어떤 건축물이 아무리 아름답고 훌륭해도 그 공간이 사람이 사는 데 적합하지 않고 불편하다면 건축으로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건축물의 내부 공간은 실제 거주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유롭고 편의로우며, 영적으로 안정을 누리고 성장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공간을 창조하고 지은 사람보다 그 공간에 자리 잡고 삶을 영위하는 거주자가 더 우선한다는 뜻이다.
 
공간은 머묾과 비움과 소통이 있어야 비로소 공간의 역할이 완성된다. 나는 그것을 호흡이라는 단어로 이해한다. 우리가 호흡할 때 잠시 멈추고 한번은 내쉬고 한번은 들이쉰다. 비움과 소통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 바로 호흡이다. 인간 삶에서 호흡이 상징하는 건 생명이며 진리이며 사랑이다.
 
생물학적으로 호흡은 산소의 교류이다. 섭취한 음식물을 산화해 열을 내고 그 에너지로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게 산소이다.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는 호흡이 잘 이루어져야 건강하다. 장이 허하다고 하는 건 창자에서 원활한 머묾, 비움과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걸 말한다.
 
창자의 구조를 살펴보면 직선이 아니라 미로처럼 구불구불하다. 인사동이나 북촌길처럼 좁은 골목길이 미로로 이루어져 있다. 미로 같은 골목길은 단순히 지나다니는 길이 아니다. 집 밖의 공간을 주민들이 공유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골목길은 통행로 이전에 아이들이 왁자지껄 노는 놀이터가 되고, 늙은이들이 모이는 경로당도 되며, 아낙네들이 모여 일하는 일터가 된다. 평상이라도 하나 가져다 놓으면 언덕 아래 경치를 내려다보며 하루를 열고 마감하는 모두의 휴식공간이 된다. 누구만의 공간이 아니다.
 
크로아티아 스플릿의 골목길. 돌로 지은 건물 사이에 돌이 촘촘히 박힌 로마 시대의 옛길. [사진 윤경재]

크로아티아 스플릿의 골목길. 돌로 지은 건물 사이에 돌이 촘촘히 박힌 로마 시대의 옛길. [사진 윤경재]

 
창자가 구불구불한 이유 
창자는 구불구불해야 음식물이 오래 머물러 소화 흡수하는 데에 여유가 생긴다. 적은 양으로도 높은 효율이 난다. 큰창자에는 많은 균이 살고 있다. 그중 대부분은 몸에 좋은 유익균이다. 
 
유익균은 음식물의 부패를 막아준다. 소화되기 어려운 섬유소를 잘라주어 마지막까지 영양분과 수분흡수를 도와준다. 그러나 유해균은 조금만 성해도 장내 부패를 일으켜 독소로 작용한다. 장운동을 마비시켜 바로 설사하게 하거나 만성 변비를 일으킨다. 또 독소는 알레르기를 유발해 피부발진이나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승효상의 말을 고려하면 어쩌면 창자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장에 거주하는 유익균이라고 할 수 있다. 유익균이 싫어하는 환경은 억제하고,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 하겠다. 유익균은 온도가 찬 걸 싫어한다. 부패가 일어나는 것, 부족한 영양과 산소 부족을 싫어한다. 자극적이고 화학성분이 많은 걸 꺼린다. 인공 감미료를 못마땅해하고 산소를 잘 공급하는 발효식품을 반긴다.
 
매실은 성질이 따뜻하고 독을 잘 제거한다. 거기에 발효까지 더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래서 예로부터 매실청을 만들어 설사와 같은 만성 대장질환 치료에 애용했다. 한마디로 유익균을 장에 넣어주는 방법이다.
 
매실은 유익균 활동을 도와주는 과일
매실은 성질이 따뜻하고 독을 잘 제거한다. 예로부터 매실청을 만들어 설사와 같은 만성 대장질환 치료에 애용했다. [중앙포토]

매실은 성질이 따뜻하고 독을 잘 제거한다. 예로부터 매실청을 만들어 설사와 같은 만성 대장질환 치료에 애용했다. [중앙포토]

 
요즘 들어 과민대장 증후군, 크론병이나 염증성 장 질환이 부쩍 늘었다. 장내 온도가 낮아 불균형하고 유익균이 부족해서 생겼다고 여겨진다. 거기에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과 같은 예민한 성격, 불규칙한 식사가 장내 산소 호흡을 악화시켜 병이 생겼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누구라서 특별히 더 나쁜 환경에 노출되는 게 아니다.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 비슷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각자가 그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평소 습관과 생활태도에 달렸다는 것이다.
 
조금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나 아래는 어느 ‘장애우를 생각하는 카페’에 올라 있는 글 중에서 감명 깊이 읽었던 글이다.
 
“제 아이는 자폐아입니다. 장애아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인지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힘들 겁니다. 온 세상이 다 끝난 것 같은 아픔, 자폐아를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 세상에 대한 미움, 백번을 가르쳐도 알아듣지 못하는 답답함 등 정말 장애아를 가진 가정이 행복하게 살기란 불가능하게 보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애 엄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내를 만들어 주는 일이었습니다. 그 후 아내의 행복이 제 인생의 목표가 되었고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부부는 그 아이가 하느님의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거의 매일 서로에게 묻습니다. 행복하냐고. 우리는 서로 매일 말합니다. 행복하다고. 우리 집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집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 아이를 통해 온 가족이 더 행복해지는 것뿐입니다.”
 
물이 어는 온도와 녹는 온도는 똑같이 0도이다. 다만 계속되는 그 방향성이 어떠냐에 따라 얼음이 되기도 하고 흐르는 생명수가 되기도 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윤경재 한의원 원장 whata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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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