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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편 약점은 상대편의 본질이 아니다

김환영의 책과 사람 (20)국가의 자격: 이래야 나라다》 정규재  


 
상대편의 약점은 상대편의 본질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헬조선’ 아니다
우울증 치료만 해도 자살률 낮아져
시장경제 세계화로 세계도 한국도, 소득이 평평해지고 있다
 

정치에 거의 미쳐있는 한국인
부분을 전체로 주장하면 대화 불가능
거짓말은 금물, 자기 검증된 팩트로 토론해야  
 

소득주도성장은 ‘분배를 통한 성장’
분배에 부정적 ‘공짜’ 이미지 있어서
말만 살짝 바꿨지만, 역시 거짓말
 

우파 정부도 오류에 빠져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  
이명박 정부 동반성장은 오류
 

 
요약에는 힘이 있다. 인용에도 힘이 있다. 힘의 문제를 떠나, 자신과 타인의 말과 글을 요약하고 인용하지 않고서는 언어생활을 할 수 없다.  
 

‘맥락을 벗어난 인용(contextomy)'이나 어떤 저서를 악의적으로 요약하는 것과 같은, 부적절한 요약과 인용은 자칫 ‘폭력적인 거짓말’이 될 수도 있다. 멀쩡한 사람을 이상한 사람, 상종 못 할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게 요약이고 인용이다.  
 
국가의 자격

국가의 자격

 
『국가의 자격: 이래야 나라다』정규재 지음, 제이커뮤니케이션, 2018
 
대표적인 우파 논객인 정규재 대표(정규재 TV & 팬앤드마이크)가 최근 출간한 《국가의 자격: 이래야 나라다》(부제는 ‘자유민주시민의 필독서’)에는 이런 말들이 나온다.  

 

- “지금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인민민주주의로 가려는 위기를 맞고 있다.”
- “누가 권력자가 되어도 무방할 정도로 국가 권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작아져야 한다.”
- “좋은 민주주의는 뜨거운 민주주의가 아니라 합리적 무관심에 기초한 민주주의다.”
- “북한은 1인 전횡의 독재체제이며 반인륜적이고 반문명적인 집단으로 마땅히 해체되어야 하며 핍박받고 굶주리는 주민들은 구출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그 체제를 인정하고 정당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 “세계 유례없는 대기업과 재벌규제, 골목상권보호, 동반성장정책, 중소기업 고유업종지정, 전통 시장육성, 경제민주화의 본질 등이 바로 좋은 일자리를 다 파괴하고 있다.”
 

정규재 대표의 이런 발언에 대해 ‘속 시원하다’며 무릎 치며 공감하는 국민·유권자·독자도 많을 것이다. 반대로 분노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또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정규재 대표가 주장하는 바의 장단점이나 아쉬움을 따져보는 중도파도 있을 것이다. 《국가의 자격》이나 이 인터뷰를 읽고 절망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요, 보수·우파의 생각이 진보·좌파와 의외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적어도 대화와 담론을 개시하기 위해 필요한 공통분모가 있다고 느끼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정규재 논객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장·논설실장·주필 등 30여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정 대표를인터뷰했다. 다음이 그 요지다.  
 

정규재 논객

정규재 논객

 

- 이 책은 어떤 책인가.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영역을 포괄적으로 진단하고 또 처방도···
“처방은 없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저의 소회··· 또 사실 뭐 이런 이야기는 좀 우스꽝스럽지만··· 오류가 지배하는 시대가 있다. 예를 들어서 종교적 관점에 따라서는, 중세 전체를 오류의 시대, 암흑의 시대로 진단할 수도 있다. 중세가 끝나고 마녀사냥 시기를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포스트모던 관점에서 보면, 소위 계몽적 질서 자체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또는 포스트모던 자체가 그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왜곡된 지식, 뒤틀린 지식 또는 일종의 반주류적 또는 비주류적, 악의 지식··· 이런 것들이 지배하는 시대일 가능성이 좀 있다.  
이번 책은 그런 측면을 지적하고 설명을 시도하는 책이다. 여러 분야에 걸쳐서, 우리가 흔히 오해하고 있는 것들··· 예컨대 ‘헬조선 세계관’ ‘반시장주의 세계관’ ‘복지국가 담론’이 어느 지점에서부터 빗나가기 시작하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한 책이다.”
 

포스트모던적인 '지식의 무정부성'에 빠지지 말아야  
 
- 어느 시대나 진리와 오류가 공존한다. 소위 ‘내로남불’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내게 진리인 게 상대편에는 거짓이고 오류다. 우리나라 좌파·진보, 우파·보수 캠프는 상대편을 오류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악의 세력’으로 보고 있다. 서로 일종의 햇볕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서로 좀 따뜻하게 대해주면 뭔가 생산적인 게 나오지 않을까.  
“지금 현재는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보수 정부를 싸잡아서 ‘적폐’로 몰아버리면 화해가 불가능하다. 상대편 약점들을 마치 상대방의 본질인 것처럼 주장하게 되면, 화해가 불가능해진다.  
‘지적 담론’이라든지 ‘반성적 담론’이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좌우를 막론하고, 말하자면 팩트에 대한, 사실에 대한 진단의 기본적 조건들이 있다. 그야말로 과학적 방법론에 의해 긍정되고 증명되는 진리치에 대해서는 공통의 주장들이 있어야 한다.  
자칫 과도하게 지식의 무정부성을 주장하게 되면 (지식의 무정부성의 본질은, 거슬러 올라가면 포스트모더니즘적 담론에도 그런 속성이 깊이 내재해 있다고 봐야 한다), 또 무분별하게 검증이라는 절차를 무력화시키게 되면, 공동의 대화를 위한 기초가 무너지게 된다.  
그런 지금 상황에 와있다. 저는 정치적으로는 한국인들이 ‘거의 정치에 미쳐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데, 정치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게 되면 서로가 적대세력으로 금방 바뀌어 버리게 된다. 서로가 상대편이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하거나 부분을 자꾸 전체로 주장하게 되면 대화가 불가능해진다.”  
 

- 잘못된 팩트 사례로는 어떤 게 있는가.  
“헬조선 담론이 있다. 헬조선을 이야기하는 여러 항목이 있다. 예를 들어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저는 OECD 국가와 한국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보지만, 준거(reference)는 된다고 본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에 최고다’라는 지적이 있다. 이것이 헬조선을 증명하는 것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 자살률이 세계 최고다. 그런데 항우울제 처방은 세계 최저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약을 안 먹는다. 약을 못 먹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저 사람 정신병원 다닌다’는 말이 나오면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 때문이다. 항우울증 처방을 조금만 높이면 자살률은 확 떨어진다. 지옥이어서 자살률이 높은 것처럼 막 선전해 놨는데 사실은 약을 안 먹어서 그렇다. 우울증 처방을 조금 늘리면 금방 해결되는 문제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영원히 우울증적 헬조선이 된다.  
소득 불평등을 따져보자. 예를 들어 인구 5000만명 이상 되는 대규모 국가 중에 한국보다 소득이 평등한 나라는 독일 정도밖에 없다. 일본·미국·영국·터키·러시아·중국 등 인구 5000만명 이상 되는 그럴듯한 나라 중에 지니 계수가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독일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정말 불행한 나라인 것처럼 늘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지니 계수가 어느 나라보다 높고 어느 나라보다높고 하는데··· 쭉 세보면, 그 나라들 대부분이 인구 천만 명 내지 2000만명도 안 되는 유럽의 선진 소국들이다.  
한국이 헬조선이라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그 주장을 검증할 수 있을 만한 툴(tool)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도구에 대해서 만큼은 인정을 해줘야 얘기가 된다. 만일 그것을 인정하기 싫다고 그러면, 이야기가 안 되는 것이다.”  
 

- 모든 토론이나 담론은 팩트를 기반으로 해야 하지만, 팩트만으로 이야기해도 사실 문제점이 있다. 좌파·우파, 보수·진보가 사회 현상과 관련된 1만 가지 10만 가지의 팩트 중에서 주로 자기에게 유리한 팩트를 뽑아 이야기한다. 또 상대편에게 불리한 팩트를 붙들고 늘어진다. 팩트는 담론과 토론, 협상에 기본적으로 필요하지만, 팩트중심주의에는 함정도 있는 것 같다.  
“아니 함정도 있는데···.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자기검증은 된 팩트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 거짓말을 가지고 싸우거나 그럴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수만 가지 사실 중에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수집하는 방법이 있고, 상대방에게 불리한 정보만 수집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제 이야기는 그게 아니다. 누가 10가지 주장을 하게 되면 그 주장의 근거는 자기 충실성은있어야 한다는 것,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헬조선이라고 주장하려면, 팩트를 가져와 보라는 것이다. 실제로 검증해보면 대부분 거짓말이다. 가짜 통계에 의존해 있거나, 인과관계가 잘못됐거나, 상관관계가 굉장히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인과관계가 없는 주장을 하고 있거나 하는 이런 경우가 대단히 많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지난 보수 정부 9년 동안 빈부 격차 상당히 완화되고 좋아졌다”
 

- 대표적인 거짓 주장에는 또 어떤 게 있는가.  
“예를 들어서 자본주의를 공격하는 말 중에 대표적인 거짓말은, ‘자본주의를 하면 할수록 불평등이 확대된다’는 주장이다. 거짓말 정도가 아니라 새빨간 거짓말이다. 또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에 대한민국의 빈부격차는 상당히 완화되고 좋아졌다.  
자본주의의 역사를 200여년 정도로 보더라고 200년 동안 세계 중산층은 꾸준히 늘어났다. 세계는 굉장히 평등해 지고 있다. 어떤 통계로도 그렇다. 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그 국가들에서 중산층들이 아주 두껍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인 중국과 인도에서 거의 매년 4000만명의 중산층이 새로 늘어나고 있다.
특정 국가는 불행해지고 있는지 모른다. 예를 들면 경제 정책이 실패했거나, 이상한 정권이나 무지한, 부패한 정권이 등장한 경우다. 특정 국가들은 여전히 문제가 많이 있지만, 지구 전체로 놓고 볼 때는 세계는 굉장히 평평해지고 있다.  
얼마 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연설하면서 지난 정부에서 불평등이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그건 거짓말이다. 어떤 통계, 어떤 지표로 보더라도 지난 9년 동안 소득이 굉장히 평평해졌다. 그런 것을 틀리게 이야기하면 곤란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착각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그런 거짓말이 계속 되풀이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속고 있지만, 명백한 거짓말이다.”  
 
- 세계화로 많은, 특히 많은 제3세계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고 더 오래 살게 된 것은 좋은 점이다. 나쁜 점은 소위 경제 양극화다. 예컨대 미국의 하위 20% 경제 빈곤층은 25년 전보다 소득이 줄었다고 한다. 또 인구의 1%, 10%가 수십 년 전보다 차지하는 몫이 크다. 약간 다른 맥락인 것 같기는 하지만···  
“다른 맥락 아니다. 세계화 때문에 미국이나 한국 같은 경우에 거대 기업들이 출현하고 범세계적으로(globally)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 출현한다. 세계적으로 소득을 올리는 사람과 국지(local)에서 소득을 올리는 사람의 차이는 벌어지게 돼 있다.
반복하자면, 글로벌 차원에서 세계 전체는 지금도 평평해지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그렇다. 우리가 통계를 볼 때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미국은 지니 계수가 4.3, 4.5 이렇게 된다. 우리나라는 3 초반이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빈부격차가 훨씬 나쁘다. 그러면 미국은 나쁜 나라냐. 천만의 말씀이다. 누구나 미국 가기를 지금도 원하고 있다. 미국에 이민 가려고 전 세계 가난한 국가 사람들이 지금도 줄을 서 있다. 왜 그러느냐.  
미국에 훨씬 좋은 일자리 기회(job opportunity)가 있다. 미국에 가서 가난하더라도 제3세계 가난한 나라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이 된다. 그래서 미국에 가기를 원하는 거다. 지금 이야기하는 미국 하위 소득자들 대부분은 끊임없이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이다. 끊임없이 그 가난한 계층들을 메우고 들어오는 것이다.  
미국에서 10년이면, (미국 내부에) 호주 같은 나라가 하나씩 생긴다. 그 아랫단 부분에서 국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공급된다. 그것을 가지고 미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새로 생겨난 것처럼 이야기하면 곤란하다. 그 사람들은 더 열악한 처지에서 미국에 와서 처지가 개선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횡단면적으로 잘라서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소득은 여전히 낮더라’라고 이야기하면 곤란한 거짓말이다.  
지금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 경제가 굉장히 좋지 않은가. 실업률이 거의 4%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은 실업률이 5% 정도가 자연적이라고 흔히 보는데 지금 4%가 안 된다. 이 트럼프 호황에서 장사가 제일 안되는 업종은 총기 판매업이다. 트럼프는 총기 지지자다. 그런데 왜 총기판매가 줄어들었을까.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말하자면 흑인들도 웬만하면 직업이 있다. 이제는 자기 밥벌이가 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모두 가난한 것처럼 표현된다.
예를 들어서 이런 거다. 5명으로 구성된 사회가 있다. 네 명이 지금 직업을 갖고 있다. 100만원, 200만원, 300만원, 400만원을 받는다. 그러면 상위 소득자와 하위 소득자의 격차는 4배다. 그런데 한 명이 새로 취업했다. 새로 취업했기 때문에 당연히 소득이 낮은 쪽에 취업한다. 이 사람은 50만원을 받게 된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상황은 개선됐다. 그렇지 않은가. 직장이 없던 마지막 한 명이 이제 직장을 갖게 되었으니까.  
 

왜 분노해야 하는가

왜 분노해야 하는가

『왜 분노해야 하는가: 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 장하성 지음, 헤이북스, 2015

 
그런데 이 사람이 50만원, 제일 많이 받는 사람은 400만원이니 소득 차가 8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 사회가 불평등해진 사회라고 주장하고 싶은가. 말하자면 이런 문제가 존재한다.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왜 분노해야 하는가: 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에서 잘못 오류를 범한 게 바로 그런 것들이다. 좌파들은 이 하위소득자와 상위근로소득자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고 성토한다. ‘성장할수록 더 나빠진다’ ‘이런 성장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실업자가 취업자가 된 것이다. 상황이 훨씬 개선된 것이다. 통계해석을 엉터리로 놓고 세상은 지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한다. 가짜 그림, 가짜 귀신을 만들어 놓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과 똑같다. 그런 오류는 바로잡아야 한다. 제 책은 그런 오류를 잡자는 이야기다.” 
 

표 얻기 위한 가짜 슬로건, 오류의 슬로건의 유혹 경계해야  
 

- 현 정부가 성장을 안 하자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경제는 성장도 필요하고 분배도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성장 중심으로 가다 보니까 이제 분배도 필요한 상황이 됐다는 뜻 아닌가. 혁신성장이니, 소득주도성장이니 이 정부에서도 성장 이야기는 계속하고 있다. 또한 반대로, 우리나라 보수·우파 정부가 성장만 강조한 것도 아니다. 보수·우파 정부는 분배와 관련된 정책도 많이 폈다.  
“그런데 우리나라 우파 정부도 조직적으로 오류에 빠져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내세우지 않았던가. 그것도 오류에 빠졌던 거다. 이명박 정부가 동반성장을 내세우지 않았나. 그것도 잘못한 것이다. 일반 국민이 오해가 많은데 (오해를 바꾸려 하지 않고), 일반 국민과 타협해 표를 얻으려다 보니까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내세운 것이다. 동반성장·경제민주화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구호다. 가짜 슬로건, 오류의 슬로건을 내걸었다.  
분배를 통한 성장이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거짓말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은 ‘분배를 통한 성장’이다. ‘분배를 통한 성장’이라는 주장을 살짝 말을 바꾼 게 소득주도성장이다. 분배는 공짜로 먹는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분배를 통한 성장은 거짓말이다. 왜 그게 거짓말이냐면··· 분배라는 것은 그 정의가 ‘생산성과 관계없는 소득의 이전’이다. 말하자면, 일을 안 해도 돈은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일과 관계없이, 좀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생산성과 그 급여가 괴리되면 괴리될수록 분배가 되는 것이다. 생산성과 분리된 소득은 생산성을 낮추게 된다. 어떤 자산이 있는데, 그 자산 중에서 생산성과 관계없는 소득이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전체 생산은 줄어들게 된다. 그것은 논리적인 것이다. 이것은 논리적인 문제이기에 검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분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성장은 떨어지는 것이니, 분배를 통한 성장이라는 것은 거짓말이다. 거의 모든 분배 국가들은 성장률이 떨어지게 돼 있다. 그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 이번에 나온 책에 “지금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인민민주주의로 가려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나와 있다. 입장을 달리하는 분들은 ‘이거야말로 거짓말 아니냐’고 생각할 것 같다. 이 표현을 쓴 이유나 논거가 있는지.  
“이유나 논거가 아니다. 히틀러를 자유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없다. 스탈린을 자유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없고. 모택동을 자유민주주의라 부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라고, 자유민주주의가 더 강화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부를 수 있는 어떤 증거도 없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민주주의 교육을 좀 잘못 받아서 집회·시위로 지탱되는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경향성이 있다. 집회·시위는 민주주의의 어떤 최종적 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선거로 이뤄지는 것을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이다. 법치, 권력의 균형, 제한된 권력, 선거민주주의를 묶어서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라고 부른다. 광장에서 데모하고 언론이 여론몰이하고 정치가들이 광장에 뛰어나오고 집회·시위를 해서 권력을 무너뜨리는··· 이런 거는 전형적인 의미의 자유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그거는 대중주의 또는 대중 독재적 구조이고, 광장 민주주의지 그것을 선거와 법정을 핵심 연결 고리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질서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진보세력 또는 좌익 세력들은 그것을 활성화된 민주주의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 (미국 정치학계를 비롯해) '참여적 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라는 표현도 쓴다.
“참여라는 말도 웃기는 말이다. 국민은 누구나 참여하고 있다. 누구나 선거를 하고 누구나 투표를 한다. 세금을 낸다. 자기들만 참여하면 참여인가. 아니다. 가만히 있는 국민도 다 참여하고 있다. 행동하는 소수의 참여만을 참여라고 주장하면 곤란하다. 행동하는 소수가 2개, 3개의 투표권을 가진 것과 똑같은 결과를, 활성화된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면 곤란하다. 국민은 누구나 다 한 표인데. 어떤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단결된 소수가 광장에 나와서 2개, 3개의 투표권을 행사해서는 곤란하다. 그게 대중독재다. 대중민주주의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이다.  
말하자면 그게 모택동의 문화대혁명 같은 거고 히틀러·스탈린의 대중동원이다. 그런 민주주의로 갈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이 가고 있는 것을, 말하자면 촛불시위나 촛불 혁명이라고 이름 붙여놓은 촛불 광풍을··· 저는 촛불 광풍이라는 것이 광우병 광풍의 확대재생산이라고 본다.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거짓말에 의한 광풍이다.  
예를 들어서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붙여졌던, 지금 재판에서 논의되는 우스꽝스러운 기소내용 말고, 그 당시 언론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언론에서 여론으로 탄핵했을 때 나왔던 문제들을 한번 지적해보라. 그 문제 중에 단 한 건 사실에 입각한 것이 있으면 제가 인정을 한다. 있는가.  
세월호 7시간 동안 롯데호텔에 가서 정윤회 데리고 연애했는가. 정유라가 박근혜의 딸이었는가. 아니다. 다 거짓말이다. PC가지고 연설문을 고쳤는가. PC가지고 연설문 고친 적 없다. 그것은 JTBC에서 얼마 전에 인정했다. 우리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뭐가 남아 있는가. 아무것도 없다. 전부 허구로 만들어진 것들에 의해서 정치변동이 일어났다. 그것을 우리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의한 국민의 권리행사였다’라고 한다면 곤란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 헌법 같은 경우에는 국민이 주권자라고 우리와 똑같이 돼 있다. 그런데 그 주권은 선거로 행사되는 것이라고 돼 있다. 광장의 폭력적인 시위로 주권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 사과는 사과, 배는 배와 비교를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히틀러·모택동·스탈린에 비유하는 것은 좀···
“한국 민주주의가 그런 식으로 변질하고 있다. 그 길로 점점 더 다가서고 있다. 말하자면 아시아적 사회주의다. 아시아 지역이 후진 지역이었기 때문에 갖고 있던 그런 세계관··· 우리 정부가 강하게 그런 성격을 갖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고 ‘민주주의’라고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 자유민주주의라는 개념으로 돌아가자. 예컨대 미국 언론의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라고 하기도 하지만, 그냥 민주주의라고 한다. 미국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일종의 학술용어다.  
“서구 사회는 소위 민주주의의 도정을, 쭉 시민혁명 과정을 통해 거쳤다. 우리가 아는 소위 서구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의 레일(rail) 위에 놓여 있다. 그래서 ‘자유’라는 말이 굳이 없어도 민주주의 하면 당연히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에 소위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민주주의로 전환한 국가 중에 자유민주주의의 정상적 노정으로 갔던 국가는 놀랍게도 거의 없다. 대게 샛길로 빠졌다. 그 정통에 있다고 하는 독일조차도 히틀러주의라고 하는 샛길로 빠졌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고 심지어 소련공산당은 아예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공산주의로 치달았다. 중국도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썼지만, 그거는 굉장히 후진적 형태의 전제주의적 혹은 권위주의적 공산주의 체제였다.
그것에 대한 경계 의식이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고집하는 속에 들어 있다. 그런 것에 대한 경계 때문에 굳이 한국에서는, 우리가 그런 민주주의를 바라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앞에 ‘자유’라는 말을 붙여놓고 있다. 그런 것을 경계하자는, 원초적 뜻이 포함돼 있다.”
 
-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떼고 그냥 민주주의라고 하자는 흐름이 있다. 그게 인민민주주의로 가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유럽에서 잘 사는 나라들은 대부분 사회민주주의적인 전통과 정책이 강한 나라들이니까 우리도 그 흐름을 좀 긍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자유’를 떼어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남북통일을 하기 위해서 북한 사람들과 타협도 하고 대화도 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자유’가 좀 부담이 될 수 있으니 그냥 수식어 없는 민주주의로 하자. 그런 뜻이 담긴 것은 아닐까.  
“자유민주주의가 부담된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거나 반대하거나 그런 체제를 타도하고 싶은 사람이다. 북한과 정치적인 협상을 해야 하므로, ‘중간 지점에 적당한 어떤 타협점이 있지 않겠느냐’하는 거는 ‘살인자는 감옥에 집어넣어야 하는데, 그자와 적당히 적당히 타협하자’는 것과 똑같은 주장이다. 김정은 체제와 타협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이 그런 역사적 퇴행을 할 수는 없다.”  
 
- 협상에 의한 북한 핵무기 해결이나 통일은 결국 불가능하다고 봐도 되는가.  
“저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연방제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김정은 체제와 연방제를 한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말은 연방제라고 선언했을지 모르지만, 특히 북한 국민의 생활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남쪽 국민은 특혜를 누리기 때문에 북한에 여행도 갈 수 있을지 모른다. 정해진 지역에 돈 내고. 그런데 북한 주민들에게 그런 자유가 있을까. 북한 주민들에게 거주이전의 자유, 사적 소유권이 주어질까. 그런데 그게 무슨 통일인가. 이것은 무슨 정신적인 희망고문에 불과한 것이다. 북한체제에서 무엇이 달라질까. 우리가 통일이라고 할 때 전제되고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융합(chemistry)이다. 뭐가 융합되는가.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가 주어질까. 아니다. 그런데 그것을 통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그야말로 김정은 체제를 온전 시켜주거나 북한의 현재 체제를 인정해 주는 그런 일종의 기만극에 불과하다. 이렇게 봐야 한다.”  
 

- 우리나라 역대 정부들이, 좌파·진보뿐만 아니라 보수·우파 정부에서 북한과 수많은 대화를 시도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부 등 우파 정부에서 시도한 남북대화 또한 국민을 속인 것인가. 
“국민을 속인 게 아니다. 국가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기에··· 북한은 논리적으로 말하자면 공산주의적 통일 노선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어떻든 행정 주체이고 현실적 권력이기 때문에 어떻든 북한 정권과 대화하려고 시도했다. 어떻게 하면 북한 정권을 정상적인 보편적 길로 개혁·개방을 하고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그런 식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며 대화했다. 말하자면 현존하는 북한의 지배 권력이기 때문에 대화한 것이지 정당성을 인정하거나 그런 체제가 항구 지속한 체제라고 인정하기 때문에 대화한 것은 아니다.”  
 

- 사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도 보수 정부의 대북 정책과 비슷한 것 아닌가. 지금 말씀하신 바로 그런 이유로 남북 대화를 시도한 것은 아닌가.  
“글쎄다. 그게 어느 정도 같고 다르냐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이 필요하다. 그런데 예를 들어서 지금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정책과 관련해 접근하고 있는 방식은 명백하다. 북한 김정은 정권을 인정하고 북한 체제를 전적으로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지금 협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 핵에 대해서는 완전히 포기하거나 방기하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서 북한 ‘핵폐기’라는 단어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 다만 북한과의 경제협력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어서 그것은 가치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를 느끼는 것, 자유는 맛본 사람만 안다
 

- 어떤 분들은 자유한국당이 뭔가 잘못된 보수 정당이며, 사실은 민주당이 진짜 보수다. 민주·정의 양당제, 보혁 구도로 가고 자유한국당은 없어져야 하는 정당이라고 생각을 가진 분도 상당수다. 민주주의를 하는 모든 나라에서는 좌파·우파, 진보·보수 정당이 다 필요하다. 우리나라 보수는 재결집·부활·갱생이 가능할 것인가.  
“좌익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그 주장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보수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 대한민국은… 그런 생각을 가진 바보들, 독재주의자들이 매우 많다. 제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아시아적 후진국들이 많기에 캄보디아에서 킬링필드가 나고 중국에서 문화대혁명이 터지고 그래서 북한 같은 사회가 있는 것이다. 그 주장대로 하면 우리가 북한에 흡수 통일되면 끝이다. 그 주장의 종착점은 북한에 의해서 우리가 흡수 통일되고 자유 이런 거는 없고 그저 김정은 독재를 받아들이면 된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에 정당이 왜 필요한가.”  
 

- 대한민국이 북한에 흡수될 가능성도 꽤 있다고 보는 것인가.  
“아, 그 주장대로 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족적 대재난에 직면할 것이다. 북한이 그 길로 가지 않았는가. 그 길로 안 갔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지금 자유대한민국이 돼 있는 것이다. 그것일 뿐인데 강력하게 지금 그쪽 길로 가자고 주장하는 일부 세력들이 존재한다. 그게 아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강조하실 말씀이 있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를 느끼는 것이다. 자유라는 것은 맛본 사람만 안다. 알게 모르게, 지금 대한민국을 노예의 도덕이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국가가 무엇인가를 해주기를 요구하는 동안에는 우리는 국가의 노예가 된다. 개도 자기에게 밥을 주는 사람에게 꼬리를 친다. 인간은 자기 밥은 자기가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 자기의 밥을 국가에 의존하게 되면, 그것은 인간이 국가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 정신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거다. 개인의 가치, 또 자기가 얼마든지 자기의 삶을 자기 책임으로 영위해야 한다고 하는 자주 독립적인 개인이라고 하는 생각을, 좀 늘 가져야 한다는 점이 제 책의 요지이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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