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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국 “캠프 보니파스에 응급헬기 띄워도 북한 허락받나”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지난 19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뒤쪽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지난 19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뒤쪽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19일 평양 정상회담 때 발표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놓고 미국도 전적으로 동의하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방부가 한·미 군사당국간 충분히 협의했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휴전선 10km 이내 비행금지 논란
미, 후송 비행조차 북에 통보 불만

소식통 “미, 남북 군사합의 관련
한국이 충분한 설명 없었다 생각”

 
정부 소식통은 26일 “미국 정부 당국자가 비공식적으로 ‘캠프 보니파스에 환자가 생겨 더스트오프(긴급의료후송 헬기)를 띄울 때마다 북한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라고 물었다”고 말했다. 캠프 보니파스는 판문점 바로 아래에 위치한 군사기지다. 군사분계선(MDL)의 남쪽으로 2.4㎞ 떨어져 있다. 지난해 11월 판문점에서 벌어졌던 귀순 북한군에 대한 총격 사건 당시 총상을 입은 귀순자 오청성(25)씨가 미군 더스트오프 헬기에 실린 곳이 캠프 보니파스다. 이같은 반문은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때문이다. 
 
군사분야 합의서는 MDL 일대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그었다. 군사분야 합의서는 ‘회전익항공기(헬기)는 MDL부터 10㎞로 비행금지구역이 적용된다’고 명시했다. 국방부는 미군기도 비행금지구역의 제한을 받는다고 밝혔다. 단 군사분야 합의서엔 ‘산불 진화, 지ㆍ해상 조난 구조, 환자 후송 등 경우에는 상대측에 사전 통보하고 비행할 수 있도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따라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르면 미군 헬기는 캠프 보니파스에 이착륙할 수 없고, 응급 환자 수송을 위한 예외적인 경우라도 북한에 사전 통보해야 한다. 미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 통보하는 절차 자체에 대해서 불쾌해 했다는 게 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지금까지 캠프 보니파스와 같은 MDL 인접 지역으로의 비행 허가는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했다.
 
지난해 11월 13일 주한미군 더스트오프팀이 판문점에서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 오청성씨를 헬기로 캠프 보니파소에서 아주대병원으로 후송하고 있다. 더스트오프 대원(왼쪽 앞)과 아주대병원 의료진과 함께 응급실로 뛰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13일 주한미군 더스트오프팀이 판문점에서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 오청성씨를 헬기로 캠프 보니파소에서 아주대병원으로 후송하고 있다. 더스트오프 대원(왼쪽 앞)과 아주대병원 의료진과 함께 응급실로 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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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남북이 비행금지구역을 확정하고 발표했던 평양 정상회담 기간인 18~20일 주한미군의 정찰기인 RC-7은 서부전선의 MDL 가까운 상공에서 비행했다. 군 소식통은 “일상적인 정찰 활동”이라고 했지만, 비행 시점이 미묘하다는 얘기가 군 안팎에선 나온다.
 
남북이 각종 수치와 거리를 촘촘하게 집어넣은 군사분야 합의서를 내놨지만 막상 한반도 군사안보 체제의 또 다른 축인 유엔사도 100% 동의했는지는 불투명하다.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 체제인 만큼 유엔사 없는 남북 군사합의라면 향후 한ㆍ미 군사동맹의 이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르면 남북은 다음달 1일부터 비무장지대(DMZ)의 시범적 공동유해발굴지역인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의 지뢰와 폭발물 제거작업에 나선다. 11월 1일부터는 MDL 일대에서 적대행위 중지와 해소를 위한 합의사항들을 이행한다. MDL과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의 포사격과 훈련이 중단되고, MDL 일대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이 마련된다. 또 DMZ 내 경비초소(GP) 남북 각각 11곳의 시범적 철수는 12월 31일까지 끝내기로 했다. 향후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 서해 평화수역ㆍ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 등은 추가로 협의할 계획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를 방문해 JSA 비무장화 계획을 보고 받고 있다. 정 장관 오른쪽이 웨인 에어 유엔사 부사령관. [국방부]

정경두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를 방문해 JSA 비무장화 계획을 보고 받고 있다. 정 장관 오른쪽이 웨인 에어 유엔사 부사령관. [국방부]

미 육군의 정찰기 RC-7. 광학카메라와 통신감청 장비를 싣고 다닌다. 한반도에선 군사분계선(MDL) 바짝 붙어서 정찰비행을 한다. [사진 미 육군]

미 육군의 정찰기 RC-7. 광학카메라와 통신감청 장비를 싣고 다닌다. 한반도에선 군사분계선(MDL) 바짝 붙어서 정찰비행을 한다. [사진 미 육군]

하지만 이들 조치는 정전협정을 유지하고 존속하는 역할을 맡은 유엔사의 협조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하다. 예컨대 DMZ 안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하려면 유엔사로부터 DMZ 출입을 승인받아야 한다. 사실상 미국이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에 도장을 찍어야 현실화할 수 있다.
 
정부는 미국과 충분히 논의했다는 입장이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퇴임식 당일인 21일 오전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군사분야 합의서를 설명했다. 정경두 신임 국방부 장관이 24일 JSA 경비대대를 방문했을 때 웨인 에어 유엔사 부사령관은 “유엔사는 평양에서 이루어진 남북 간군사 분야 합의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국방부는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크리스토퍼 로건 국방부 대변인이 19일(현지시간) “군사분야 합의서 내용은 동맹인 한국과 함께 철저히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게 전부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이 군사분야 합의서를 지지했다면 ‘환영한다’고 표현했을 것”이라며 “한ㆍ미가 군사분야 합의서에 대한 정보와 인식을 충분히 공유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의 모습. 북한은 1991년 3월 25일 정전체제를 와해시키려는 목적에서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했다. [중앙포토]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의 모습. 북한은 1991년 3월 25일 정전체제를 와해시키려는 목적에서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했다. [중앙포토]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한국이 군사분야 합의서를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 같다”며 “군사분야 합의서가 북한의 비핵화 속도보다 빠른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은 한ㆍ미동맹을 고려해 군사분야 합의서를 공개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DMZ 출입 절차 등 유엔사의 승인 사항을 앞으로 깐깐하게 심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군 당국은 앞으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놓고 한국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군사분야 합의서는 군사공동위 설치를 명시했다. 남북 차관급 인사가 공동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군사공동위는 서해 평화수역과 북측 선박의 해주직항로 이용 등을 상의할 예정이다. 군사공동위에는 또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ㆍ무력증강, 다양한 형태의 봉쇄ㆍ차단ㆍ항행방해,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등도 의제로 오를 수 있다. 즉 미국을 뺀 채 남북이 군사 현안을 결정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차두현 북한대학교대학원 겸임교수는 “북한이 군사공동위를 통해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유엔사 산하의 군사정전위원회 역할을 의도적으로 축소할 수 있다”며 “북한이 유엔사 무력화와 한ㆍ미 동맹 분리를 노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근평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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