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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선] 안쓰러운 국회의 특활비 꼼수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참석해 우리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돈봉투를 주는 관행을 끊었다. 보통 국회 문체위원장이 국제대회에 나간 우리 대표 선수들을 격려할 때면 ‘사기 진작’ 명목으로 금일봉을 줘왔다. 매달 600만원씩 나오던 상임위 특활비에서 나가던 돈이다. 이 특활비가 최근 없어지면서 안 위원장은 그런 전례를 따르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는 문체위 관련 단체에서 행사가 열릴 때마다 위원장 명의로 보내던 화환도 끊었다. 문체위는 관련 단체가 유독 많아 한 달 나가는 꽃값이 300만원에 달했었다. 전부 특활비에서 지출됐었다. 안 위원장은 “섭섭한 분들도 있겠지만 이게 정상 아니냐”고 반문했다. 맞다.
 

눈먼 돈으로 체면 세워온 관행 끊기자 금단 현상 심각
투명한 돈 처리 앞장서야 정부 예산 남용 막을 힘 생겨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요즘 자신을 찾아오는 외국 대사나 무관 등 귀빈들에게 사비를 털어 마련한 전통 부채를 선물로 주고 있다. 특활비에서 나오던 ‘국방위 방문 기념 선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군부대 위문이다. 과거 국방위원장이 군부대를 찾으면 사단급은 500만원, 아래급 부대는 300만원 식으로 위문금을 줘왔다. 전부 특활비에서 지출된 돈이다. 이제는 그 돈을 줄 길도 없어졌다. 결국 안 위원장은 추석을 앞두고 방문한 군부대에 사비를 털어 위문금을 줬다.
 
이뿐 아니다. 상임위원장들은 자신의 상임위 여야 간사들에게 특활비에서 ‘용돈’을 줘왔다. 그래야 여야 상임위원들 간에 논의가 ‘원활’해진다는 게 국회의 불문율이었다는 것이다. 상임위 회의가 열릴 때마다 테이블에 놓이는 다과와 위원들의 식비, 위원실 직원들에게 주어져 온 격려금도 전부 특활비에서 나갔다. 특활비가 사라진 지금은 이런 관행도 된서리를 맞게 됐다.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국회의장도 죽을 맛이다. 당장 국회의원들이 외국에 나간다며 인사를 올 때마다 ‘장도금’이란 이름으로 1000달러가 든 봉투를 줘왔던 특권이 사라졌다. 또 국회의장이 외국 순방을 가면 해당 국가 우리 공관에 역시 ‘격려금’이란 명목으로 많게는 수천 달러씩 현금을 줘왔다. 공관 측이 의장단을 수행하느라 고생했으니 회식이나 하라는 취지로 유지돼온 관행이라 한다. 이 격려금도 사라지게 됐다.
 
국회의장도, 상임위원장들도 “특활비가 없어지니 죽을 지경”이라며 난리를 치자 국회 사무처가 ‘대안’을 냈다. 상임위원장들에겐 매달 기관 운영비로 100만원, 업무추진비로 200만원 해서 총 300만원, 즉 매달 특활비의 절반을 신규 지급하고, 국회의장단에는 ‘외교 등 기밀을 요하는 중요 업무’에 한해 일정한 액수의 특활비를 존속시키기로 한 것이다. 국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돈은 5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활비 폐지 운동에 앞장선 황주홍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의장의 특활비를 살리기 위해 상임위원장들에게도 특활비의 절반을 지급하는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안 받겠다”고 일갈했다.
 
‘외교’를 명분으로 특활비를 5억원 가량(추정) 살려놓은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국회 측은 “우리 국회의장이 IPU(국제의회연맹)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단을 만나 식사를 한다거나 제3국에서 남북 국회회담을 할 때 특활비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황주홍 위원장은 “우리 국회의장이 북한 인민회의 지도부에 밥을 샀다고 비난할 국민이 있겠는가? 또 국익에 관한 중대한 사안은 ‘특정 업무 추진 경비’로 처리하고 사후 신고하면 보안에도 문제가 없다. 이런 데도 굳이 눈먼 돈(특활비)을 쓰면 오해와 논란만 증폭될 것”이라 비판한다. 수긍이 간다. 국회 측은 특활비 존치를 놓고 이런 이유도 댔다고 한다. “국회의장이 해외에 나가면 외국 의장들이 묵는 고급 호텔, 이를테면 뉴욕 월도프 아스테리아 호텔 같은 데 묵어야 격이 맞지 않겠는가. 그런데 우리 국회 여비 규정엔 의장이 그보다 저렴한 호텔만 쓸 수 있다. 그 차액을 메우는데 특활비를 쓰는 게 불가피하다.”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렇게 의장의 체면을 살려 고급 호텔에 묵고 싶다면 여비 상한액을 올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언론에 알려져 국민의 비난을 들을까 걱정되니 내역이 드러나지 않는 특활비로 숙박비를 메우는 꼼수를 써온 거다.
 
국회는 억울해한다. 청와대는 내년도 특활비를 올해(182억원) 대비 한 푼도 깎지 않고 유지한 반면 국회는 특활비를 대부분 없애고 최소한의 수요액만 남겨뒀는데 비판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맞다. 박근혜 정부의 특활비 오남용에 거품을 물어온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내년도 특활비를 줄이지 않은 것은 확실히 문제다. 매서운 비판과 검증이 가해져야 한다.
 
그러나 유권자의 선택으로 먹고사는 국회는 행정부의 일탈을 핑계로 면죄부를 받을 생각을 해선 안 된다. 먼저 본인들이 눈먼 돈 처리 관행을 확실히 일소해야 정부의 깜깜이 예산 꼼수를 혁파할 힘이 생긴다. 정말 써야 할 비용이 있다면 정정당당하게 카드를 쓰고 내역을 공개하라. 국민도 이해해줄 것이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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