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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생체시계, 가을햇살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15일론 제대로 볼 수 없겠어. 두 달은 있어야지.”
 
23세 젊은이다운 호기로움이었다. 동굴 속 빙하를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선 가능한 한 오래 동굴에 머물겠다며 한 결정이었다. 또 이왕 동굴 생활을 하는 김에 인간에 내재했다는 24시간 주기의 생체시계(Circadian rhythm)가 태양광의 부재에도 작동하는지 검증하기로 했다. 지질학자이자 동굴학자였던 그가 시간심리학자까지 된 연유였다. 프랑스인 미셸 시프레다.
 
그는 1962년 7월 100여m 지하의 동굴에 텐트를 쳤다. 그와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유일한 끈은 전화기 한 대였다. 그는 잠자러 갈 때와 깰 때마다 수화기를 들었다. 그러곤 수화기 너머의 동료에게 그가 생각하는 날짜와 시간을 얘기했다. 깨어 있는 시간은 들쑥날쑥했다. 40시간일 때도, 6시간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점차 생체시계는 24시간에 수렴했다.
 
심리적 시계는 좀 달랐다. 마침내 동료들이 두 달 됐다고 알렸을 때 그 자신은 한 달 지났을 뿐 실험이 일찍 종결된 것이라고 여겼다.
 
그는 그 후로도 두 번 더 ‘동굴인’이 됐다. 72년과 99년이었다. 99년의 실험은 전년도 미국인 존 글렌이 77세의 나이에 최고령 우주인이 된 데 자극을 받아 이뤄졌다. 그의 나이 60세였다. 그런 시프레의 2008년 술회다.
 
“40여 년간 사로잡은 큰 의문이 바로 생체시계와 심리적 시계의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였다. 내내 어둠에 있을 때, 이를테면 전구만 있는 동굴 속에서 기억은 시간을 인식하지 못했다. 하루 이틀이 지난 후엔 하루 이틀 전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변화란 게 그저 깨고 잠들고였다. 그 외엔 그저 깜깜했다. 그저 긴 하루였다.”
 
심리적 시계는 정반대로 느리게 흐르기도 한다. 다른 연구자들에 의한 은행강도 장면 실험이 대표적 사례다. 피험자들에게 32초간의 영상을 보여줬는데 5분으로 여긴 이까지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의식함으로써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는 현상이다.
 
추석 연휴 끝에 일상으로 돌아왔다. 곧 다시 주말이니 일상의 리듬을 되찾기에 버거운 이가 적지 않겠다. 일부에겐 이틀간의 근무일이 마치 한 주, 혹은 그 이상으로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도 생체시계를 믿어 보자. 가능한 한 같은 시간대에 자고 일어나려는 노력도 해보고 말이다. 동굴 속에서도 통했는데, 청명한 가을 햇살 아래에서야 시계를 다시 맞추는 게 그리 어렵겠는가.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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