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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차 1%p까지 벌어지나

금리 정책은 ‘무딘 칼’이다. 가계와 자영업자, 기업까지 시장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시 통화정책 수단이다. 날렵하게 환부만 도려낼 수 없다 보니 함부로 휘둘렀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 정책에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두 번째 임기에 돌입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든 것일까. 이 무딘 칼을 휘둘러야 하는 시기를 저울질하는 한국은행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안팎의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서다.
 
한국은행이 당면한 난제 중 하나는 긴축 속도를 줄이지 않는 미국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25~26일(현지시간) 열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의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전망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올들어 세 번째 인상이다. Fed가 ‘제로 금리(0~0.25%)’ 시기를 지나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8번째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0~2.25%가 된다. 이미 역전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0.75%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긴축의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린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브레이크로 발을 옮길 가능성은 적다. 미국 경제는 순항 중이다.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분기대비 4.2%(연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Fed의 이중 책무인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은 이미 달성했다. 8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지수는 1년 전보다 2.0% 상승하며 물가가 목표치(2%)에 다다랐다. 8월 실업률은 18년 만의 최저치인 3.9%다. 8월 시간당 평균임금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올랐다.
 
파월이 긴축의 속도를 줄이지 않고 12월에도 금리를 인상할 완벽한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연내 금리를 동결하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는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2006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이 이런 시나리오를 막을 기회는 두 번뿐이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10월 18일과 11월 30일이다.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7월과 8월 금통위에서 등장하며 인상 쪽으로 핸들을 꺾을 깜박이는 켜뒀다.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2명은 매파(통화 긴축)의 발톱을 드러냈다. 근거는 가계부채 증가와 그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다. 미국과의 금리 차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도 금리 인상을 압박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미 금리 차가 0.25% 포인트 확대되면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자본이 최대 15조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내 경제 상황이다. 고용 쇼크와 소득 분배 악화 등을 감안하면 한은이 다음 달 발표하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2.9%)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자 증가수(18만명)도 낮춰잡을 가능성이 크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당초보다 0.3% 포인트 내렸다. 
 
경제 지표도 악화일로다. 지난달 3000명에 불과했던 취업자 증가수는 이번달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9월 수출 실적도 지난해의 기저 효과로 인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커지는 자영업자 부담, 서울과 지방으로 양극화하는 부동산 시장 등을 감안하면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진다. 지난 13일 이낙연 총리의 금리 인상 압박성 발언도 한은이 다음 달 금리 인상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부 금통위원의 매파 성향이 강화됐지만 부진한 고용과 하반기 성장률 둔화를 고려하면 10월과 11월의 금리 인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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