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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재단 해산 시사 … 붕 떠버린 10억 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커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 전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커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 전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 위안부 피해자 화해치유재단(이하 재단)에 대해 “정상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 결과물로 이듬해 7월 출범한 재단을 사실상 해산하겠다는 뜻을 일본 정부에 전달한 것이다.
 
재단은 지난해 12월 민간 이사진이 전원 사퇴하면서 유명무실화한 상태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 엔(약 99억8200만원)의 처리와 한·일 관계 향방이다. 재단은 이 10억 엔으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치유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해 왔다. 이를 통해 생존 피해자 34명과 사망자 58명의 유족들에게 총 44억원이 지급됐다. 결국 일본 정부 출연금의 절반 이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등 일각에선 10억 엔을 일본 정부에 반환하자고 주장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실상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가 간 외교적 합의를 정부가 먼저 나서서 파기한다면 한·일 관계를 넘어 국제적 외교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청와대 관계자도 25일 뉴욕에서 기자들을 만나 “10억 엔을 일본 정부에 반환하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여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장에는 10억 엔 반환은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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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엔 처리에 대해 전문가들은 “진퇴양난”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일 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부 제1차관은 “일본에 반환하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고립을 자처하는 것”이라며 “국가 간 합의를 국내 정치적 사정으로 사실상 파기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설사 반환한다 해도 일본 정부가 받을 리 없다”며 “한·일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며 폭탄 돌리기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일단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도 청와대 측과는 딴판이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은 뉴욕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이 (화해치유)재단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지만 이 자리에서 발언을 상세히 소개하진 않겠다”고만 말했다. 아베 총리가 먼저 언급했다고 청와대가 밝힌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니시무라 부장관은 “아베 총리가 (일본의) 기본적인 입장을 말했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뿐 아니라 일본 언론들도 26일자 석간까지는 두 정상의 발언을 그대로 소개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는 폭풍 전의 고요다. 양국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 측은 재단 해체를 위안부 합의 위반이나 사실상의 파기로 해석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특히 (연내로 예정된)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과 함께 이 문제가 마치 쌍끌이처럼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대법원에 계류된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은 최근 사법부 파동과 관련해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핵심은 이미 유명무실해진 화해치유재단이 아니라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이라며 “결과에 따라 일본은 앞으로 당분간 한국과는 외교적 합의를 일절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정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 등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철희 교수도 “현재 일본의 전략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까지는 침묵을 지키며 두고보겠다는 것”이라며 “외교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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