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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 9단 "복덩이 딸 얻은 뒤 일이 술술 풀려요”

득녀 후 기세가 좋아진 김지석 9단. ’세계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득녀 후 기세가 좋아진 김지석 9단. ’세계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한국 바둑 랭킹 3위 김지석(29) 9단은 지난 17일을 평생 잊지 못할 생애 최고의 날로 꼽았다. 그날 김 9단은 겹경사를 맞았다. 낮 12시쯤 딸이 태어난 데 이어 오후 5시쯤 제1기 용성전에서 우승한 것이다. 그것도 동갑내기 라이벌 강동윤 9단을 꺾고 용성전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3000만원.
 
경사는 이어졌다. 이틀 뒤인 19일 김 9단은 제8회 SG배 페어 바둑최강전 결승에서 오유진 6단과 짝을 이뤄 출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번에도 우승 상금은 3000만원이었다. 김지석 9단은 “딸이 태어난 이후로 운이 많이 따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석 9단의 최근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17일 이전까지 9월 성적은 2승6패에 그쳤다. 특히 중국의 롄샤오 9단에게 3연패(삼성화재배 32강전에서 2패, 중국 갑조리그에서 1패)를 당했다. 김지석 9단은 “출산과 관련해서 심적 동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계속 패배하니까 압박감을 느꼈다”며 “특히 롄샤오와의 승부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한번 꼬이니까 계속 잘 안 풀렸다.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딸의 탄생 이후 일이 술술 잘 풀렸다. 김 9단은 지난 17일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용성전 결승 최종국을 두기 위해 한국기원으로 향했다.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확인한 만큼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김 9단은 “그날은 특별한 날이었던 만큼 정말 이기고 싶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이기고 싶었던 승부는 없었다. 그런데 나는 원래 간절히 이기고 싶다고 생각하면 거의 승부를 그르치곤 했다. 이번엔 운 좋게 승리했는데 과거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 아기가 행운을 가져다준 거 같다”고 밝혔다.
 
아이가 가져다준 선물은 또 있다. 오랫동안 담배를 피웠던 김 9단의 아버지가 손녀를 위해 금연을 결심한 것이다. 김 9단은 “아버지가 담배를 끊으셔서 기쁘다. 딸이 가져다준 또 하나의 선물”이라며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한 편이셨는데 나는 딸에게 그렇게 못 할 거 같다”고 했다.
 
복덩이나 다름없는 딸에게 바둑을 가르칠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다. 그는 “아직 이르긴 하지만 일단 바둑을 가르칠 생각이 있다. 그래도 프로기사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겠다”면서 “만약 바둑에 가능성을 보이고, 본인이 좋아한다면 프로기사가 돼도 나쁘진 않을 거 같다. (SG배 페어 바둑최강전 파트너인) 오유진 6단 정도의 실력이 된다면 바랄 게 없겠다”고 밝혔다.
 
만 30세를 앞두고 승부사로서의 부담감은 어떨까. 김 9단은 “나이가 들면서 승부사로서 기회가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예전에는 패배하면 막연하게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조급함을 느낀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또 “내가 언제까지 승부사로서 활약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가장의 책임감을 느끼면서 올해 남은 세계 대회인 춘란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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