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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가속도 훈련 7G 넘으니 다 혼절···실핏줄도 터져

전투기 체험① 
전투기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 100억원 이상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기본적인 교육비를 비롯, 훈련에 드는 전투기의 연료비·탄약비·감가상각비·정비비 등을 모두 망라했을 때 베테랑 조종사 양성 비용은 F-16 120억원, CN-235(수송기) 150억원으로 추산된다.
 
막대한 비용인 만큼 신중하게 투입될 수밖에 없다. 거듭된 훈련과 검증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우수 인력에만 비로소 기회가 주어진다는 의미다. ‘왜 아무나 조종사가 될 수 없는지’ 사전 훈련과 실제 탑승을 통해 알아봤다.
 
“적응 훈련이 실제 비행보다 힘들 수도”
 
지난 4일 충북 청주 공군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 전투기를 타기에 앞서 이곳에서 항공생리훈련이라는 비행 적응 훈련을 거쳐야 한다. 민간인뿐 아니라 공군 조종사 역시 이곳에서 3년에 한 번 의무 훈련을 견뎌야 한다. 공군 관계자는 “(센터 훈련이) 실제 비행보다 더 힘들다는 조종사도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환경을 인위적으로 설정해 신체 한계를 극복하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짜놨기 때문이란다.
 
훈련은 비상탈출 훈련, 공간정위 상실(SD) 체험, 고공저압환경 훈련, 가속도 내성강화 훈련(G-테스트) 순으로 진행됐다. 이중 가장 힘든 건 단연 G-테스트였다. 전투기가 빠르게 상승하거나 좌우로 선회할 때 조종사가 받는 중력의 압력을 가정한 훈련이다. 이 압력이 커지면 피가 급격히 하체로 쏠려 혼절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훈련 장비에 탑승하기 전 호흡법을 새로 배웠다. 흉강내압을 크게 만들기 위해 숨을 들이마쉰 뒤 ‘윽’하는 소리를 내 성문(기관지의 양쪽 성대 사이에 있는 좁은 틈)을 폐쇄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심장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이후 ‘크’라는 소리를 내며 숨을 내뱉는다. 이 호흡법을 3초 간격으로 반복한다. 다리와 복부에 있는 힘껏 힘을 준 자세도 중요하다. 피를 머리로 올리는 작업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360도로 빙빙 도는 장비를 마주했다. 원심가속도에 따라 중력(G)이 조절되는 장비다. 훈련 통과 기준인 6G는 본인 체중의 6배 압력에 해당한다. 앞선 탑승자들은 대개 7G에 도달하면 혼절했다.  
 
중력가속도 훈련에서 혼절은 필수
 
전투기와 동일한 조종석에 앉아 조종간의 방아쇠를 누르고 몸쪽으로 끌어올렸다. 1.4G에서 시작해 10초당 1G씩 가속도가 상승하는 게 계기판에 보였다. 5G가 지나니 시야가 어두워졌다. 교신을 통해 “정신차려. 호흡법 제대로”라고 교관이 급박하게 외치는 소리가 아주 먼 곳에서 들리는 듯했다. 6G가 지나 정신을 잃기 시작할 느낌이 들 때 조종간을 내렸다. 6.4G를 기록한 시점이었다. 굳이 G-LOC(G-force induced Loss Of Consciousness)이라고 불리는 ‘블랙아웃’을 경험하고 싶진 않았다. 이날 7G 이상을 체험한 탑승자들은 10초 이상 의식을 잃기도 했다. 김귀량 기동생리훈련과장은 “조종사들은 이 훈련에서 9G를 버텨야 한다”며 “실제 비행에서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블랙아웃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그럭저럭 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장비에서 내려보니 다리와 팔이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높은 압력에 실핏줄이 터졌다.
 
SD 체험도 쉽지 않았다. 비행착각 상태에서 시력, 감각 등 인체 능력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닫게 하는 훈련이었다. 조종석을 재현한 시뮬레이션 기계에 앉으니 스크린에 비행 화면이 펼쳐졌다. 시뮬레이션 기계는 45도 기운 상태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좌우의 비행 장면을 보고 정면 계기판의 자세계(수평을 측정하는 계기)로 실제 감각과 평형 수치의 차이를 느껴보라고 했지만 이미 극심한 어지러움에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었다. 아무튼 선회를 상승으로, 바다를 하늘로 착각하는 등의 현상이 벌어져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추락 사고가 벌어진다고 했다. 결론은 인체 능력보다 계기판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4일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45도 기운 채 회전하는 훈련 장비를 타고 공간정위 상실(SD) 체험을 하는 모습

지난 4일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45도 기운 채 회전하는 훈련 장비를 타고 공간정위 상실(SD) 체험을 하는 모습

 
가혹한 환경이 동시다발적으로
 
고공저압환경 훈련에선 저압실에 들어가 가상의 고고도를 경험했다. 먼저 산소마스크를 쓰고 대기 상태를 거쳤다. 고고도에서 통증을 유발하는 혈중 질소를 없애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저압실의 공기가 서서히 빠져 2만5000피트(7620m) 고도 상태까지 올랐다. 히말라야 14좌와 비슷한 고도다. 실내 기압 상태를 나타내는 저압실 내 풍선이 부풀어 올랐고 온몸의 장기도 팽창하는 느낌이 들었다. 20명이 동시에 훈련을 받는 저압실에서 배가 묵직해졌다. 조종사들은 그래서 평소에 탄산음료를 잘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슬슬 호흡이 힘들어질 때쯤 교관의 지시에 따라 산소마스크를 제거했다. 그리고는 산수 문제가 적혀진 종이에 2분 동안 힘겹게 계산을 해나갔다. 저산소 상태에서 판단 능력의 저하를 알아보는 과정이었다. 두 자릿수 곱셈과 산소 부족의 이중고에 정신을 놓을 무렵 교관은 다시 산소마스크를 씌워졌고 저압실은 하강 상태에 들어갔다. 이번엔 고막이 문제였다. 여객기가 하강할 때 귀가 먹먹한 것과 차원이 달랐다. 고막의 통증이 머리로 퍼져나가자 교관은 코를 손으로 막고 숨을 세게 불어넣는 ‘발살바 호흡(Valsalva maneuver)’을 권했다. 이를 위해 산소마스크에는 코 부위에 손가락을 집어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개인차가 있어 훈련 이후에도 귀가 멍멍한 급성 중이염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지만, 다행히 발살바 호흡에 귀가 뚫렸다.  
 
위 훈련들에 비하면 비상탈출 훈련은 비교적 수월했다. 하네스(조종복과 좌석을 연결하는 조끼형 안전벨트)를 입고 조종석 모양의 훈련 장비에 올라타 다리 사이의 레버를 당기자 조종석이 5m 정도 스프링처럼 솟아올랐다. 솟구치는 속도의 압력이 순간 6G에 이를 만큼 급격해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비상시 이런 식으로 기체에서 벗어나면 낙하산이 펴지는 구조다.
 
강하근 비행환경적응훈련센터장은 “실전에서는 비행착각, 저산소증, 중력가속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며 “조종사들에게는 육체적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채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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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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