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중국에서 라면이 잘 팔리면 소비 시장이 위축된다?

요즘 중국 경제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라면(泡面)’과 ‘자차이(榨菜 중식당 밑반찬 짜사이)’다. 일반적으로 불황형 식품으로 통하는 라면과 자차이 매출 상승이 소비 다운그레이드를 의미하느냐, 반대로 소비 업그레이드에 따른 시장 세분화를 의미하는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라면 '불티'가 소비 다운그레이드 논란을 낳은 이유는 이러하다. 최근 3~4년간 꾸준히 둔화하던 중국의 라면 매출. 당시 각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소비 업그레이드, 배달앱 보급 등을 라면 소비가 줄어든 원인으로 꼽았다. 그런데 2018년 상반기 라면 매출과 라면업계 실적이 다시 늘어났으니, 중국 소비가 다운그레이드 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 것.  
 
중국 지식공유 플랫폼 즈후(知乎)의 칼럼니스트 루궈인허(路过银河)가 화얼제젠원(华尔街见闻)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라면, 자차이 매출과 소비 업그레이드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본다. 루궈인허는 기업 재무제표 업무를 10년간 해온 해당 분야 전문가다.
 
[출처 인민일보]

[출처 인민일보]

논란은 2018년 상반기 상장회사 중기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시작됐다. 라면, 자차이, 저가 백주(바이주) 기업의 매출과 이윤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어 두가지 완전히 상반되는 관점이 제기됐다. 하나는 이들 기업 매출 증가가 소비 다운그레이드를 뜻한다는 분석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소비 업그레이드를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소비 다운그레이드'를 주장하는 측의 이유는 간단했다. 생활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에 라면, 자차이, 저가 백주를 택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이 세개 업종의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다른 한편에서는 각 국의 경제 지표를 예로 들며 중국의 1인당 평균 소비능력이 사실은 그다지 높지 않다며, 이 3개 상품 매출 증가는 오히려 소비 능력이 증대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맞섰다.  
 
그렇다면, 이 세개 제품과 관련한 기업의 반기 보고서를 한 번 살펴보자.
푸링자차이(涪陵榨菜), 라오바이간주(老白干酒), 커밍몐예(克明面业)를 각각 자차이, 백주, 라면 3개 업종의 표본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은 업종이 상이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최근 몇년 반기보고서 상 매출 증가폭과 매출액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자차이, 백주, 라면 3개 기업의 반기 매출 및 순이익 추이. 단위는 만 위안 [출처 Wind]

자차이, 백주, 라면 3개 기업의 반기 매출 및 순이익 추이. 단위는 만 위안 [출처 Wind]

그렇다면 이 세개 업종 사이에 정말로 어떤 관련성이 있는 걸까.
 
더욱 신기한 점은, 3개 기업의 순이익이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2018년 상반기에 근래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커밍몐예의 매출 및 순이익 증가폭은 다소 완만했으나, 최근 몇 년간 중국 라면업계가 불황에 빠졌던 것을 고려하면 소폭 증가도 선방했다고 말할 수 있다. 2018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선 자차이 업체 푸링자차이(涪陵榨菜)를 살펴보자.
2018년 푸링자차이는 가격 인상 전략을 펼쳤다. 가격 인상 전 철저한 조사와 시범 테스트 과정을 거쳤고, 결과적으로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푸링자차이의 매출 및 순이익 증가는 '가격 인상' 덕분이며, 소비 업그레이드 혹은 다운그레이드 때문이 아니다.
 
푸링자차이 제품 [출처 써우후]

푸링자차이 제품 [출처 써우후]

수년간 푸링자차이의 핵심 소비자군 역시 달라졌다. 과거 푸링자차이는 간이 세서 밥과 함께 먹기에 적합했다. 그러나 지금 푸링의 제품은 간이 약해져 식당에서 밑반찬 혹은 량차이(凉菜 차게 먹는 요리)로 사용한다. 이제 푸링자차이의 주요 고객은 농민공이 아니라 일반 가정 혹은 식당이다.
 
푸링자차이는 10년 전에도 가격 인상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가장 큰 원인은 당시 자차이의 주 소비층이 저소득층이어서 가격 변화에 민감했기 때문이다. 가격을 올리자마자 수많은 고객이 떨어져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주 고객층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고, 가격 인상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번 푸링자차이 가격 인상의 성공은 푸링의 소비자군이 달라졌음을 방증한다.
 
라오바이간(老白干)은 중국 도시 헝수이(衡水)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백주업체 라오바이간이 나머지 두개 기업과 다른 점은 총이익률이다. 바이주업계는 총이익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예를 들면 구이저우 마오타이(귀주모태)는 90%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저가 백주 브랜드에 속하는 라오바이간은 총이익률이 그정도로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6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출처 라오바이간 홈페이지]

[출처 라오바이간 홈페이지]

2018년 상반기 라오바이간 순이익도 최근 몇년 대비 질적인 도약을 이뤄냈다. 단순히 지표만 살펴보면, 저가 백주업계의 봄날이 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보고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라오바이간의 실적 증가의 주된 요인은 펑롄주업(丰联酒业)를 인수했기 때문임이 드러난다. 기존 라오바이간의 백주 판매는 성(省) 내로 국한되었었지만, 레노버(联想) 산하 펑롄주업을 인수함으로서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 시장을 확장해나가는데 추진력을 얻었다.
 
라오바이간 매출이익률(파란색 꺾은선), 총이익률(빨간색 꺾은선), 단위는 % [출처 Wind]

라오바이간 매출이익률(파란색 꺾은선), 총이익률(빨간색 꺾은선), 단위는 % [출처 Wind]

올해 상반기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것은 저가 백주 브랜드에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마오타이, 우랑예(五粮液) 등 고급 백주 브랜드 역시 매출 실적이 좋았다. 따라서 저가 백주 브랜드의 매출 증가를 소비 다운그레이드와 관련 짓기는 어렵다.
 
커밍몐예(克明面业)는 2018년 제품 고급화를 통해 높은 매출과 이윤을 거둬들였다. 중국 대표 라면업체 캉스푸(康师傅), 퉁이(统一), 진마이랑(今麦郎) 등 기업의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라면업계 매출 상승의 주된 원인은 단순히 판매량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다. 제품 고급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제품 선택지를 준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커밍몐예 제품 중 매출 증가폭이 비교적 컸던 것은 '생면' 이었고, 캉스푸 등 유명 라면회사 역시 다양한 맛의 고급(고가) 라면이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고급 라면 제품들은 집에서 끓여 먹기 적합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초기 라면 시장의 소비 현상과는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커밍몐예 제품군 [출처 커밍몐예 홈페이지]

커밍몐예 제품군 [출처 커밍몐예 홈페이지]

과거 라면 매출 둔화의 원인을 분석할 때 메이퇀, 어러머 등 음식배달앱의 인기도 중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2018년 이후 보다 풍부한 맛과 다양한 스타일의 라면 제품들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2018년 상반기 중국의 소비는 업그레이드된 것일까, 아니면 다운그레이드 된 걸까.
 
몇 개 상장사의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볼 때, 매출과 이윤 증대의 직접적인 원인은 가격 인상과 고급 제품 판매량 증가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해 실은 산업 업그레이드에 따른 결과라는 얘기다. 매출 구조 측면에서, 이들 기업의 고급 제품 매출 증가는 결코 저가 자차이, 라면, 백주로 대체될 수 없다. 
 
라면, 자차이, 백주 업계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근본 원인은 보다 분명해졌다. 첫째는 기존 소비자군이 '가격 인상'에 따라 (피동적으로) 소비 수준이 업그레이드됐고, 둘째는 외식을 즐기던 소비자가 외식 빈도를 줄인 대신 고급 식품을 집에서 즐기는 쪽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라면 소비가 늘어난 것을 단순히 소비 다운그레이드나 경제 활동이 위축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차이나랩 홍성현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