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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는 사람이 왜 신문에 글 쓰나요?’ 묻는 분께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49)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에서 집을 지키는 '성주신' 역을 맡은 마동석(우). 성주신은 단순히 건물로서의 집뿐만 아니라 집안의 모든 운수를 관장하고 그 가정을 총체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가장을 상징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에서 집을 지키는 '성주신' 역을 맡은 마동석(우). 성주신은 단순히 건물로서의 집뿐만 아니라 집안의 모든 운수를 관장하고 그 가정을 총체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가장을 상징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어느 책에서 본 기억나는 이야기이다.
 
모든 집에는 일곱 신이 붙어서 산다. 처음 집을 짓거나 이사를 오면 이 일곱 신이 후닥닥 달려와 저마다 담당할 구역을 정한다. 제일 먼저 도착한 신부터 가장 고급스럽고 비싸 보이는 응접실을 차지하고 다음으로 현관, 거실, 침실을 네 번째 신까지 차례로 차지한다.
 
다섯 번째 신은 물을 다루는 세 곳 가운데서 고민하다가 부엌 신을 뜻하는 ‘조왕’이라는 말도 탐나니 그곳을 주관하는 신이 된다. 여섯 번째로 도착한 신은 더러움을 씻어서 흘려보낸다는 의미로 욕실을 담당하고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신은 화장실밖에 남지 않아 하는 수 없이 그곳을 맡는다.
 
그런데 일곱 신은 왜 이렇게 시차를 두고 도착했을까? 저마다 들고 가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는 맨손으로 달려오고 둘째는 자그마한 종이봉투에 선물을, 셋째는 파우치같이 생긴 가방에 선물을, 넷째는 작은 배낭에 선물을 채워오고, 다섯째는 조금 더 큰 배낭에, 여섯 번째는 큰 가방에 더 큰 선물을, 일곱 번째는 전문산악인이 들고 다닐 만한 큰 배낭에 무언가를 묵직하게 제각각 들고 오니 시간대가 모두 다른 것이다.
 
특히 일곱 번째 신은 다른 신들보다 마음이 착하고 따뜻해서 제일 큰 배낭을 짊어지고 온다. 걷기는커녕 한 걸음도 떼기 힘들지만 비지땀을 뻘뻘 흘리면서 새집에 사는 사람을 부유하게 해주기 위한 사명감에 힘들게 도착해 마지막으로 남은 화장실을 차지하게 된다. 그래서 가장 더러운 곳인 화장실 청소를 즐거이 하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복을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우리 주위에는 청소를 일로 하는 사람이 많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국회의원은 한 연설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의 헌신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우리가 즐거이 바라보는 무대의 주인공을 빛내기 위해 뒤에서 일하는 스태프의 노고도 이와 같을 것이다. 특히 가장 꺼리는 화장실을 청소하시는 분들은 모두가 복을 많이 받고 있고 또 받을 분들이다.
 
우리 주위에는 청소를 일로 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가장 꺼리는 화장실을 청소하시는 분들은 모두가 복을 많이 받고 있고 또 받을 분들이다. [중앙포토]

우리 주위에는 청소를 일로 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가장 꺼리는 화장실을 청소하시는 분들은 모두가 복을 많이 받고 있고 또 받을 분들이다. [중앙포토]

 
나도 청소하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 그 일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일하니 온갖 복이 줄줄 따라 들어온다. 그 복이 재물과 명예는 아니더라도 이 험한 세상 속에서 내 가족, 내 형제, 나를 잘 아는 지인들의 안녕과 평안함이면 가장 큰 복이라 생각한다.
 
‘유명인사도 아니고 등단한 사람도 아니고 도서관 청소하는 사람인데 왜 유명 신문에 글을 쓰나요?’라는 댓글이 내 글에 붙은 적이 있다. ‘청소하는 사람인데’라는 대목에서 ‘웃픈’ 마음이 되어 기억에 남았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언젠가 겨울날 TV를 보던 남편이 거기에 나오는 어느 곳을 꼭 가보고 싶다기에 단단히 무장하고 길을 나섰다. 떠나기 전 마지막 일 년을 그렇게 무전여행을 자주 다녔다. 몸이 안 좋은 남편의 간성혼수를 예방하기 위해 약을 먹지만 가끔 실수할 때가 있어 패드도 하고 나섰는데 그만 설사를 한 것이다.
 
설사는 사람의 명예와 직위를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늘 그랬듯이 근처 빌딩의 남자 화장실에 같이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처리하는 과정에 화장지를 많이 넣어 물이 막혀 버렸다. 변기에 물이 넘쳐 흘러 화장실이 똥물이 되어 버렸다.
 
그때 화장실 청소하는 아줌마도 아닌 빌딩을 관리한다는 나이 지긋한 여자가 나타났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한바탕 소란이 일어날 것 같아 긴장해 나는 그만 얼어붙었다. 그 사람이 말하길 청소하는 사람은 주말이라 안 나오고 대신 본인이 지키는 중이라고 했다.
 
남편은 팬티만 입은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모멸감에 표정이 일그러졌고 나는 어차피 벌어진 일이라 걱정하지 말라며 다독였다. 그러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란 말이 어울릴 만큼 어찌할 바 몰라 이런저런 변명을 하며 허둥대고 있으려니 그 여자가 말했다.
 
내가 일하는 곳은 500년 역사를 말해주는 고택이지만 내부 화장실은 호텔보다 더 깨끗하다. 나는 이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면 오가는 손님에게 복을 나누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좋다. [사진 송미옥]

내가 일하는 곳은 500년 역사를 말해주는 고택이지만 내부 화장실은 호텔보다 더 깨끗하다. 나는 이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면 오가는 손님에게 복을 나누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좋다. [사진 송미옥]

  
“아저씨, 다른 건 몰라도 설사는 대통령도 조절 못 하는 거라우…. 호호. 청소는 내가 전문가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옷 잘 챙겨 입고 여행이나 잘 끝내고 들어가세요. 그리고 아줌마도 언젠가는 복 받을 거야. 힘들어도 사는 동안 잘해 드려요.”
 
그러면서 당신도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오랜 시간 병간호했기에 내 심정을 잘 안다며 위로했다. 그때 그분은 대통령보다 더 높게 보였다. 남편이 나오면서 말했다. “내 죽거든 꼭 은혜를 갚아라.” 무엇을 받은 건 없지만 마음으로 받은 그 따뜻한 말은 오랫동안 내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사랑으로 다가왔다.
 
그러다가 내가 드디어 우연한 기회에 청소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느낌으로 남편이 보낸 직장인 것 같았다. 언젠가 아침에 출근하니 숙박 손님이 밤새 배탈이 나서 고생했다고 한다. 이불이랑 화장실이 버려져 있었다. 부인이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전에 들었던 따뜻한 음성을 그대로 담아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고 내가 청소 전문가라고 웃으며 말했다. 가실 때 그 부인은 슬그머니 내 손을 잡으며 무언의 감사와 함께 캔 커피 하나를 주고 갔다. 나는 요즘 화장실을 청소하며 내방하는 손님이 주는 마음의 복을 많이 받는다.
 
쓰레기를 치우든 그 무엇을 처리하든 가장 낮은 곳에서 보이지 않게 일하는 사람을 대우하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낮고 천한 일은 없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일 뿐 하는 일이 떳떳하고 재밌으면 똥을 져 날라도 향기롭다. 복이 넘치는 사람을 알아보고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유명신문사에도 감사를 드린다.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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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