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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서 못할 것 없어, 이공계라는 경계 얽매이지 않아”

김지윤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와 제자 송현서 연구원 
김지윤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우)와 제자 송현서 연구원은 2016년 12월부터 함께 소프트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소프트 로봇은 생물을 모사해 부드럽게 움직이는 로봇이다. [사진 UNIST]

김지윤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우)와 제자 송현서 연구원은 2016년 12월부터 함께 소프트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소프트 로봇은 생물을 모사해 부드럽게 움직이는 로봇이다. [사진 UNIST]

‘로봇’과 ‘여성’이었다.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가. 이공계 유리천장이 얼마나 높은지도 궁금했다. 김지윤(31)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 조교수는 “여성 과학자로서 역할을 늘 고민하지만 경력을 쌓는 초기 단계라 아직 생각을 정립하지 못했다”며 느끼는 그대로를 말했다. 김 교수는 2016년 8월부터 UNIST에서 소프트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일 울산 울주군 UNIST 교수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 로봇과 그것을 연구하는 여성에 관해 물었다. 인터뷰에는 김 교수의 제자인 UNIST 신소재공학부 대학원생 송현서(23) 연구원이 함께했다. 
 
소프트 로봇이 뭔가.
김: 사람이 근육을 이완·수축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로봇이다. 유연하면서 특성을 바꿀 수 있는 소재, 다양한 소재를 결합하는 구조, 사람과 상호작용 방식 등을 연구한다. 이런 핵심 기술을 개발하면 최종 로봇의 형태는 디자인하는 대로 나올 수 있다. 이 분야에서 흔히 문어를 예로 든다. 뼈가 없는데도 몸의 형태를 바꾸면서 가파른 곳에 가거나 빠르게 움직이고 헤엄친다. 최근 이런 로봇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소재의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김지윤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 [사진 UNIST]

김지윤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 [사진 UNIST]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김: 흔히 알고 있는 하드 로봇이 정해진 환경에서 굉장히 정밀하고 강한 힘을 낸다면 소프트 로봇은 정해지지 않은 환경에서 뛰어난 기능을 발휘한다. 재난 상황에서 인명을 찾으러 가거나 탐사할 때 그렇다. 옷처럼 사람이 입어 신체를 강화하거나 사람 몸 속에 들어가 근육·뇌 등을 자극할 수도 있다. 생명체의 형태나 작동 방식을 모사하기 때문에 사람과 상호작용에 매우 유용하다. 
 
송: 예를 들어 로봇이 딸기를 수확한다면 하드 로봇은 일일이 힘을 제어해야 해 딸기를 정밀하게 잡기 어렵지만 소프트 로봇은 복잡한 과정 없이 소재가 적응해 쉽게 집어 옮길 수 있다. 
 
지금까지 연구 성과는. 
김: 아직 초기 단계라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중이다. 물리적 특성이 변화하는 소재, 다양한 소재를 결합할 수 있는 로봇 구조 등을 개발하고 있다. 늦어도 내년에는 논문 등으로 성과를 알릴 수 있을 것 같다. 
송현서 UNIST 신소재공학부 연구원. [사진 UNIST]

송현서 UNIST 신소재공학부 연구원. [사진 UNIST]

김 교수는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 1기 출신으로 서울대 전기공학부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쳐 UNIST에 자리 잡았다. 송 연구원은 2014년 UNIST 이공계열에 입학해 지난 9월 대학원(신소재공학부) 과정을 시작했다. 김 교수와는 2016년 12월부터 연구를 함께 했다.
 
로봇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나.
김: 대학원 때 고분자 소재를 활용한 미세 구동기, NIH에서 세포 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바이오 소재를 연구하며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분야다. 상상한 것을 만들어내면서 사회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 
 
송: 초등학생 때 꿈은 수학자였다. 초등 6학년부터 중3까지 영재센터에 다녔다. 경시대회나 발명대회에 자주 나가다 보니 과학에도 흥미가 생겼다. 고교 때 전국 학생 발명대회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수상해 척추교정 의자 관련 실용신안 특허를 받기도 했다. UNIST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지만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분야를 연구하고 싶어 소프트 로봇을 택했다.
지난 5월 과학 소통 경진대회인 '2018 페임랩코리아'에서 '문어 같은 로봇'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송현서 연구원. [사진 UNIST]

지난 5월 과학 소통 경진대회인 '2018 페임랩코리아'에서 '문어 같은 로봇'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송현서 연구원. [사진 UNIST]

연구할 때 여성이라서 더 힘든 점이 있나. 
김: 대학 때 여성이 워낙 적긴 했다. 전기공학부 정원이 150명이라면 5명 정도였다. 지금은 많이 늘었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지만 여학생들과 얘기해보면 조언을 구할 멘토가 부족한 것 같다. 가령 결혼·출산을 하면서 연구를 어떻게 병행할지 같은 문제다. 나 역시 여성 교수들과 고충을 나누지만 여전히 고민하는 단계다. 
 
송: 현재 연구실은 교수님, 박사 연구원 모두 여성인 데다 대학원생 여성 동료도 있어 힘든 것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남초 연구실에 있는 친구는 군대식 문화 때문에 힘들어하더라. 교수님 성향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여학생을 아예 안 받는 교수도 있다. 동료 언니들이 결혼해 유학을 갔는데 남편만 학위를 따고 본인은 집에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막연히 고민이 되긴 한다. 결혼 안 한다는 언니들도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와 닿진 않는다. 
 
결혼·출산 고민을 많이 하나.
김: 운이 좋다면 좋은 건데 남편 역시 학계에 있어 서로 경력을 존중해준다. 남편은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고 1년에 2번 정도 만난다. 서로 배려하고 용인하니까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출산은 좀 더 고민이 된다. 나는 안정된 직장이 있어 나은 편이다.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감이 크나.
김: 지금은 작지만 직장 없이 공부하는 시기였다면 확실히 여러 문제를 고민했을 것 같다.  
김지윤 교수와 송현서 연구원은 사람과 기계의 상호작용에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사진 UNIST]

김지윤 교수와 송현서 연구원은 사람과 기계의 상호작용에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사진 UNIST]

이공계에 여성이 더 많아야 한다고 보나.
김: 사회가 반반으로 구성돼 있지 않나. 그러니까 이런 작은 연구 그룹 역시 가능하면 두 성별이 섞여서 함께 하는 게 낫다고 본다. 로봇 역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맞다. 결국 기술은 사람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데 사람은 굉장히 다양하지 않나. 중요한 것은 누구든 원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고 원하는 사람에게 장벽이 없어야 한다. 
 
여성 과학자를 기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김: 이공계라는 경계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나 역시 어릴 때는 글쓰기 등 문과 성향이라 알려진 일에 관심이 많았다. 기술 개발 역시 하나의 창조작업이라 생각한다. 예술가가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할 수도 있다. 여자아이가 인형을 좋아한다? 인형도 어떻게 보면 로봇이다. 이렇게 심리적 경계를 없애는 게 좋다. 
 
송: 영재원 수학반에 나와 친구 딱 둘뿐이었다. 불편함이 될 수 있는 배려보다는 그런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김 교수는 “이 인터뷰 역시 오롯이 연구 성과가 아니라 내가 여성이고, 여성이 하지 않을 것 같은 로봇을 연구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 아닌가”라며 “당연히 여성 연구자가 아닌 로봇 연구자로 평가받고 싶지만 소수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은 융합 연구이기 때문에 넓게는 예술·건축까지 다 포함한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들과 자연스럽게 협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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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