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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다큐 찍은 英 방송인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 주머니 손 넣었다 재촬영"

영국 코미디언이자 베테랑 방송인인 마이클 페일린이 북한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다. [영국 채널5 화면]

영국 코미디언이자 베테랑 방송인인 마이클 페일린이 북한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다. [영국 채널5 화면]

 코미디 영화 '몬티 파이튼'의 주연인 영국 베테랑 방송인 마이클 페일린(75)이 북한을 방문해 주민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그는 평양에서 북한 김일성 전 주석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동상을 촬영하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다시 촬영해야 했다고 밝혔다. 북한 관리들이 “무례하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라고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영국 채널5에서 2부작으로 소개되는 이 다큐멘터리는 북한 측과 2년간 교섭한 끝에 촬영 허가를 얻었다. 페일린은 북한에서 13일 동안 머물며 평양에서부터 백두산까지 돌아봤다. 그가 북한에 머물던 시기에 판문점에서 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영국 코미디언이자 작가, 방송인 등으로 활동하는 마이클 페일린이 폴란드에서 열린 팬미팅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 코미디언이자 작가, 방송인 등으로 활동하는 마이클 페일린이 폴란드에서 열린 팬미팅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라디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페일린은 “두 북한 전 지도자의 동상 앞에서 지켜야 할 여러 규칙이 있었다"며 “두 동상은 반드시 전체 모습이 담겨야 했기 때문에 멀리서 촬영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동상을 찍은 후 북한 관리들이 ‘안 된다'며 다시 촬영하라고 했는데, 내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던 게 무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페일린에 따르면 촬영을 관리하던 북측 관계자들은 동상 인근에서 쓰레기나 조끼 차림의 주민들이 영상에 담기지 않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30년 이상 전 세계를 여행한 베테랑이지만 페일린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북한을 방문한 것이 “매우 조심스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무렵 페일린은 북한행을 최종 결심했다. 이번에 촬영한 ‘마이클 페일린 인 노스 코리아'(Michael Palin in North Korea)는 북한 관광 알선 여행사인 고려투어를 운영하는 영국인 닉 보너의 도움을 받았다. 
4월 27일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북측 땅을 밟는 장면을 깜짝 연출한 모습 [판문점=공동취재단]

4월 27일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북측 땅을 밟는 장면을 깜짝 연출한 모습 [판문점=공동취재단]

 
 다큐멘터리의 보조 제작자이기도 한 보너는 북한에 들어가기 전 여행자들에게 어떤 행동이 공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에 대해 조언해 왔다. 보너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옷차림이 나쁘거나 무신경한 행동을 하더라도 용인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대신 북한 가이드가 여행자들의 행동 때문에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일린은 중국에서 북한으로 열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기차에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머문 기간 동안 (한반도에서) 악수와 화해가 있었지만,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뭔가를 말할 수도 있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을 발사하기라도 했다면 우리가 오랫동안 빠져나오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페일린은 “하지만 북한에 도착한 후 걱정이 사라졌고, 매우 잘 보살핌을 받았다"며 “처음 차갑게 느껴졌던 북측 관계자들도 생각했던 것처럼 로봇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방송된 다큐멘터리 1회는 평양 주민의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 27일 방송될 2회는 가난한 지방을 돌아보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방문한 마이클 페일린 [영국 채널5 화면]

북한을 방문한 마이클 페일린 [영국 채널5 화면]

 
 페일린은 “내가 예상했던 것은 어둡고 엄격하며 자유가 없는 억압의 장소였다”며 “흥미로우면서도 위협적인 경험이 될 것이라고 느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는 규칙을 어기지 않았고, 정치나 무기 문제를 논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페일린은 “내가 여러 나라를 촬영할 때 다른 점을 느끼는 것은 큰 정책이나 성명 등이 아니라 그곳 사람들이 움직이고 말하고 먹는 방식"이라며 “우리를 관찰하던 북측 관계자들은 내가 본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었고 그러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북한에서 간 장소들의 문이 닫혀있다고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가 빛을 비췄다는 생각이 들어 놀랍다"고 말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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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