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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진행하는 로봇, 스마트폰 속 묘지…초고령사회 일본에 등장한 新 장례 문화

“관자재보살행심반야바라밀다시(觀自在菩薩行深般若波羅密多時)~”

 
로봇이 고개를 끄덕이며 분향소 앞에서 반야심경을 외운다. 지난해 8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장례박람회 ‘ENDEX 2017’에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던 ‘로봇 스님’이다.  
불경을 외우며 장례를 진행하는 로봇 스님. [사진 닛세이에코]

불경을 외우며 장례를 진행하는 로봇 스님. [사진 닛세이에코]

일본에서는 장례식 때 스님이 독경을 하며 의식을 집전하는 게 일반적이다. 스님에게 장례를 맡기는데 드는 평균 비용은 약 24만 엔(240만 원). 이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이 로봇은 유골함을 제단에 올리고 불경을 외우는 등 기본적인 장례 진행이 가능하다.  
 
지난 해 9월부터 일반인에게도 대여를 하고 있으며 이용료는 5만엔(약 50만원) 정도. 로봇 스님을 만든 ‘닛세이에코’는 개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고인과 아무 인연도 없는 스님이 읽어주는 불경이 과연 죽은 이의 영혼에 가 닿을까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로봇 스님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죠. 또 혼자 살던 생활보호대상자 노인이 사망하면 복지 기관에서 장례를 치러주게 되는데, 그럴 때도 로봇 스님이 그들의 마지막을 배웅할 수 있을 겁니다.”
 
내 장례는 내가 준비…‘초(超)솔로사회’의 장례식 
 
고령 인구의 증가, 특히 홀로 사는 노인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일본에서 이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새로운 장례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AERA)가 최근 보도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일본 총가구 수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34.5%에 달한다. 2035년에는 15세 이상 일본인의 절반이 독신 생활자가 될 것이란 추계도 있다. 초고령사회에 이어 ‘초(超)솔로사회’가 된 일본에서 장례는 중요한 사회적 고민거리가 됐다. 
 
70대 일본인 남성 A씨는 요즘 본인의 장례식을 직접 준비 중이다. 아직 건강에 큰 문제는 없지만, 얼마 전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온 후 ‘나에겐 상주를 맡아 장례를 진행해 줄 사람이 없구나’ 깨달았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에 이혼하고 전 부인, 딸과는 40년 간 거의 연락 없이 살았다. “친구들 10여 명만 불러 조용하게 가고 싶다”는 그는 한 상조회사의 ‘생전 계약 서비스’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작은 장례식을 계약했다.
업체 홈페이지

업체 홈페이지

최저 14만 엔(약 140만 원)부터 이용할 수 있는 ‘작은 장례식(小さな葬式)’ 플랜을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는 상조회사 ‘유니크에스토’는 생전 계약 서비스의 인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홀로 죽음을 맞는 사람도 많은 시대고, 독신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장례식에 누구를 부를까, 어떤 형식으로 치러야 할까 고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직 건강할 때 침착하게 장례를 준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생전 계약 서비스는 꼭 필요하죠.”
 
살아있는 사람이 ‘상주 없이 혹은 상주를 지정’ ‘스님 없이 혹은 스님이 진행’ 등의 구체적인 장례 방식을 고르면, 본인 사망 후 화장에서 납골까지 전 장례 과정을 회사가 대행해 준다. 단, 계약자의 사망 사실을 상조회사에 알려줄 한 사람의 가족이나 지인은 필요하다. 
 
생전에 비용을 지불한 고객들의 불안을 막기 위해 업체는 신탁회사나 변호사와 연계해 계약 내용과 입금한 돈을 엄중하게 관리하는 신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IT 기술 활용…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간 묘지 
AR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 속 가상 묘지를 보여주는 '스마보'. [사진 료신세키자이 홈페이지]

AR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 속 가상 묘지를 보여주는 '스마보'. [사진 료신세키자이 홈페이지]

매년 제사를 지내줄 사람도 없으니 자신이나 가족의 묘를 아예 이 세상에 남기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이들을 위해 일본에서는 실제 토지가 아닌 스마트폰 안에 증강현실(AR ) 기술을 활용해 묘지를 조성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비석제작회사 ‘료신세키자이(良心石材)’가 시작한 이 서비스의 이름은 ‘스마보(スマ墓)’. 서비스 내용은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GO)’를 떠올리게 한다. 이용자들은 프로그램을 다운 받은 후 고인이 좋아했던 장소나 유골을 뿌린 장소 등을 GPS에 등록하면 된다. 이후 그 장소를 찾아가 어플리케이션을 켜면 고인의 사진이나 동영상이 배경 위로 흘러나오며 죽은 이와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한 달에 500엔(약 5000원) 정도로 이용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경제적인 사정으로 당장 묘를 만들 수 없거나, 일시적으로 묘지를 확보할 때까지 고인을 다른 방식으로 추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호응을 받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고인의 DNA를 보관…미래엔 대화도 가능? 
 
미래 과학 기술 발전을 기대하며 등장한 서비스도 있다. 올해 7월 종합장례업체 ‘메모리얼아트 오노야(大野屋)’가 선보인 ‘DNA퍼스널서비스’다. 
 
화장하면 영원히 사라지는 고인의 DNA를 시신의 구강 점막이나 모발 등으로부터 채취한다. 이후 민간 기관에서 감정을 받아 DNA 데이터 정보를 특수 카드에 담아 액자에 넣어 준다. 
고인의 DNA 정보를 담아 제작한 액자. [사진 메모리얼아트 오노야 홈페이지]

고인의 DNA 정보를 담아 제작한 액자. [사진 메모리얼아트 오노야 홈페이지]

생명의 설계도인 DNA 정보를 보관함으로써 고인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서비스는 미래 생명과학 기술에 대한 기대도 담고 있다.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고인의 DNA정보를 기반으로 이전 모습을 홀로그램으로 재현하거나, DNA로부터 분류된 목소리 정보를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해 죽은 이와 대화를 하는 일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사회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죽은 이를 공경하고 기리는 행위에도 변화가 찾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낯선 시도를 ‘불경한 것’으로 여기기 쉬운 장례 분야에서 이처럼 새로운 움직임들이 어떻게 받아 들여질 지 주목된다고 아에라는 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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