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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년의 숫자로 읽는 경제] 명절마다 이런 사람 꼭 있다, 주식하다 망한 삼촌들 공통점

 
지난해 9월 불투명한 회계 문제로 주식 시장에서 퇴출당한 중국원양자원은 상장폐지 전부터 말이 많았던 곳입니다. 이 회사는 2009년 5월 국내 증시에 상장할 때만 해도 '성장 유망주'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우럭바리 등 1㎏당 4만~12만원에 달하는 값비싼 어류를 잡아 중국 내 고급 식당에 공급하겠다는 사업 모델이 투자 매력으로 주목받은 것이죠. 

한국 경제가 성장할수록 한우 소비량이 늘듯, 중국 경제 성장과 우럭바리 소비량도 정비례할 것이란 나름대로 '합리적인' 전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조금만 봤더라면, 상장폐지로 주식이 휴짓조각이 되는 불행은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중국원양자원은 이미 2014년부터 상장 폐지 직전까지 영업이익을 낸 적도 없고, 현금흐름표 상의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마이너스이기 일쑤였습니다. 고급 어류를 팔아 현금을 벌기는커녕 계속 '적자 경영'을 면치 못했던 겁니다.
 
추석 연휴, 고향에 친척들이 모이면 꼭 중국원양자원과 같은 '허튼' 기업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삼촌이 한 명씩은 등장합니다. 완전히 일반화하긴 힘들지만, 이들 삼촌 대부분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과도한 자기 확신입니다. 둘째는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지도 않을뿐더러, 볼 줄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전세 계약을 할 땐 등기부 등본을 열람해 집주인에게 잡힌 부채와 근저당을 꼼꼼히 확인합니다. 하지만 기업 재무제표는 일일이 살펴보고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금감원이 제시한 기업 재무제표 체크 포인트, 내용은?   
금융감독원도 이런 모습이 답답했는지, 최근 개미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회계 꿀팁'을 정리해서 알려줬습니다. 그중 중요한 것만 간추려 설명해 드릴까 합니다.
 
사람들은 기업이 어디서 돈을 끌어와 어떤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기록한 '재무상태표'와 돈은 얼마나 버는지를 정리한 '손익계산서'는 그나마 자주 살펴보는 편입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정보가 담긴 현금흐름표와 재무제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담긴 '재무제표 주석'은 지나쳐 버리기 쉽습니다.
 
매출액이 꼬박꼬박 늘어나는 것 같아도 거래처가 부실해 외상 대금을 갚지 못하면, 매출은 현금화되지 않고 손실로 뒤바뀌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손익계산서만 볼 게 아니라 오직 현금이 오고 간 것을 기준으로 작성된 '현금흐름표'를 함께 봐야 합니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크게 영업·투자·재무 활동 현금흐름 등 세 가지로 나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그야말로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현금이 어떻게 오고 가는 지를 보여줍니다. 투자 활동 현금흐름은 기계·토지 등 생산수단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재무 활동 현금흐름은 대출을 받거나 갚을 때, 자본 투자를 받거나 배당을 하는 등 재무 상황에 따른 현금의 변화를 보여주게 됩니다. 
가령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영업 활동에서 18조 738억원 플러스, 투자 활동에서 8조8709억원 마이너스, 재무 활동에서 7조9847억원 마이너스 현금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사를 잘해 현금이 들어왔고, 새로운 시설 투자를 위해 현금이 나갔으며, 대출을 갚거나 주주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현금이 나가는 이런 모습은 안정적인 기업의 전형적인 형태이지요.
 
이익 흑자인데, 영업 현금흐름 나쁘면 '허위 매출' 의심해야 
반면 영업이익은 흑자인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거액의 마이너스 흐름을 보일 때는, '허위 매출'로 투자자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2014년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 대출로 시끄러웠던 '일그러진 히든 챔피언' 모뉴엘이 전형적인 이런 형태의 재무제표를 공시한 적이 있습니다. 또 현금흐름이 무조건 플러스라고 좋은 건 아닙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많이 들어올수록 좋지만, 투자 활동 현금흐름마저 플러스라면 기계나 토지 등 생산수단을 내다 팔아 현금이 들어오는 회사로 사업을 접고 있는 기업일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파산 직전의 한진해운 현금흐름표에서 이런 흐름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J사는 손익계산서에는 영업이익이 130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현금흐름표에 나타난 영업 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700억원으로 현금 유동성 위험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료 : 금융감독원]

J사는 손익계산서에는 영업이익이 130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현금흐름표에 나타난 영업 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700억원으로 현금 유동성 위험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료 : 금융감독원]

 
현금흐름표 못지않게 중요한 정보가 많이 담긴 것이 '재무제표 주석'입니다. 재무제표는 사람의 건강진단서에 비유할 수 있는데요.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수치로 표시한 게 재무제표라면, 건강 상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기록한 것이 재무제표 주석이라고 볼 수 있지요.
 
특수관계자 거래·우발부채·신종자본증권…'주석' 통해 살펴보자 
금감원은 주석에 담긴 내용 중에서도 특히 특수관계자 거래 규모를 살펴보라고 조언합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 죄다 부모나 친척과 거래하며 돈을 벌고 있다면, 경영 능력을 인정받기 어렵겠지요. 회계에서 특수관계자란, 모회사나 종속·관계회사 등 회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회사 등을 의미합니다. 이런 기업과 거래가 많은 곳은 '일감 몰아주기' 등이 잦은 기업이라 볼 수 있지요.
 
또 재무상태표의 부채 항목에는 기록되지 않는 '우발부채(또는 우발채무)'도 경우에 따라 손실로 돌변할 수 있는 항목들이니 중요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멀쩡히 회사에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친구 빚보증을 잘못 서서 한순간에 파산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기업에 보증을 제공했거나 거액의 소송이 걸렸을 때, 사정에 따라 그 기업에 얼마나 손실이 생길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가 주석에 담겨 있습니다.
 
'내 돈'인 자본으로 기록돼 있지만, '남의 돈'인 부채의 성격이 짙은 신종자본증권(일명 영구채)도 주석을 통해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순수한 자본이 '근육', 부채가 '지방'이라면, 신종자본증권은 돈을 빌릴 땐 '근육'이었지만, 갚을 땐 '근육'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겪습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신종자본증권을 갚으면 근육량이 확 줄고, 체지방이 많이 늘어나게 되지요. 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기업들은 만기 때 이를 갚지 않으면, 이자율이 크게 오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이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갚을 가능성이 크지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어려움에 부닥쳤던 조선·해운·철강·중공업 등 중후장대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주로 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습니다. 이들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주주라면 언제 신종자본증권의 만기가 오는지를 주석을 통해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R사는 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을 발행해 5년 전 부채비율을 낮췄지만, 금리가 오르기 전 이를 모두 갚으면서 자본 규모가 크게 줄었다. [자료 : 금융감독원]

R사는 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을 발행해 5년 전 부채비율을 낮췄지만, 금리가 오르기 전 이를 모두 갚으면서 자본 규모가 크게 줄었다. [자료 :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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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엔 재무제표 쓸모없어?…정확한 무형자산 측정법 필요
자본시장 일각에선 현대 회계의 재무제표 작성 방식이 제조업 중심의 '2차 산업혁명'에 머물러 있다며 '재무제표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특허나 아이디어, 콘텐트 경쟁력 등 무형자산이 많은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아주 일리가 없는 주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점은 무형자산에 대한 더욱 정확한 측정 방식을 개발해 풀어야 할 숙제이지, 재무제표 자체의 쓸모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되지 않고, 관리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을" 테니까요.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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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