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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자만 일해?" 명절증후군 유발자 '추석' 폐지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명절폐지' 청원.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명절폐지' 청원.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모처럼 진짜 연휴를 즐기게 됐어요.”
주부 김유진(47)씨는 명절에 꼭 두통약을 챙긴다. 해마다 추석 전날 시댁에 도착해 온종일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시댁 식구들 삼시 세끼를 준비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올해는 그런 걱정을 덜게 됐다. 김씨는 “대입 수시 면접을 앞둔 딸이 추석 연휴를 활용해 서울에 있는 면접전문 학원 수업을 듣기로 했다”며 “딸과 함께 서울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낼 생각이다. 시댁 식구들에게 죄송하지만, 솔직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 사는 직장인 이모(36)씨는 명절마다 아내에게 미안한 감정이 든다. 이씨는 “음식 준비는 주로 어머니가 하시지만 설거지나 청소, 차례상 준비는 아내가 도맡아 한다”며 “명절 음식은 여자가 준비해야 한다는 집안 분위기 때문에 쉽사리 나설 수 없어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부부싸움. [사진 pixabay]

부부싸움. [사진 pixabay]

핵가족 시대에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가정이 많다. 그래서 “여성들이 더 많은 일을 하는 명절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본격적인 추석 연휴에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명절을 폐지해달라”는 취지의 파격적인 청원이 잇따라 올라와 있다. 현대 사회에서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의미가 퇴색됐다는 이유다. “음식을 먹고 치우기를 반복하는 게 과연 전통문화냐”고 지적도 있다. 
 
한 청원인은 “명절만 되면 이혼율이 폭증하고, 장시간 운전 해야 하는 남성들과 제사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여성들도 힘들어한다”며 “조상께 예를 갖추고 친지들과 함께할 수 있는 순기능도 있지만, 명절 준비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더 많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처럼 간략하게 명절을 보내자”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실제 지난해 법원행정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설날과 추석 연휴 전후로 하루 평균 577건의 이혼신청서가 접수됐다. 명절 아닌 평상시 하루 평균 이혼 신청이 298건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다.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자신을 19살 학생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본래 추석은 추수를 끝내기 전에 조상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고, 일가친척이 모여 함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전통을 말한다”며 “하지만 요즘은 몇십만원씩 장을 봐가며 (여자들이)시댁에 가서 고생하고, 음식을 차리고 치우고를 반복하시는 식으로 퇴색했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인은 추석을 폐지해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최근 시민들로부터 1275건의 의견을 받아 명절에 경험하는 성차별 언어와 남녀가 꼽은 ‘성차별 행동’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추석 명절에 겪는 대표적인 성차별 사례로는 남녀 모두 ’여성만 하게 되는 가사노동‘을 꼽았다. 전체 의견 중 53.3%를 차지했다.
여성이 꼽은 다섯 가지 성차별 사례는 ▶여성만 하는 가사분담(57.1%) ▶결혼 간섭(8.9%) ▶‘여자가, 남자가’ 발언(7.9%) ▶남녀 분리 식사(6.5%) ▶외모 평가(4.7%) 순이다. 
명절 제사상. [사진 pixabay]

명절 제사상. [사진 pixabay]

 
남성도 여성에게 쏠리는 가사 분담과 '함께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문제로 지적했다. 남성이 꼽은 성차별 사례는 ▶여성만 하는 가사분담(43.5%) ▶'여자가, 남자가' 발언(14.4%) ▶남성에게 쏠리는 각종 부담(13.3%) ▶결혼 간섭(6.1%) ▶제사 문화(4.7%)였다. 특히 남성은 집, 연봉 등 남성에게 쏠리는 금전 부담과 힘쓰는 일, 운전, 벌초 등의 명절 노동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음식 준비, 차례, 성묘로 이어지는 획일적인 명절 문화에서는 여성들의 가사 부담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차례를 간소화하고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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