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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해질까봐 해외 컬렉션 일부러 안 봐”

네타포르테 지원 ‘더 뱅가드’에 선정된 핸드백 브랜드 ‘구드’의 구지혜 디자이너
정사각형의 납작한 모양이 특징인 럭키백(아래)

정사각형의 납작한 모양이 특징인 럭키백(아래)

최근 세계 최대 글로벌 쇼핑 사이트인 네타포르테(www.net-a-porter.com)가 전세계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젝트 ‘더 뱅가드(THE VANGUARD)’를 시작했다. 과거 ‘백화점에 들어갔다’는 말이 신생 브랜드의 보증 수표가 된 것처럼, 이 프로젝트에 선발되면 ‘네타포르테가 점찍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후광을 누릴 법하다. 판매·홍보 및 멘토링 등 전방위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닥터 백’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밀크백

‘닥터 백’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밀크백

7일 프로그램 발표와 동시에 첫 행운의 주인공 4팀이 발표됐다. 반갑게도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이름이 보였다. 구지혜(38) 디자이너가 2016년 론칭한 핸드백 브랜드 ‘구드(gu_de)’다. 국내에서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가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주목받은 셈인데, 그 특별함은 과연 무엇일까. 17일(현지시간) 런던 패션위크 쇼룸에 참가한 그를 중앙SUNDAY S매거진이 만났다.  
 
스코틀랜드어로 ‘굿’ 뜻하는 구드
비정형의 메탈핸들을 달아 동그란 백과 균형을 맞춘 서클백

비정형의 메탈핸들을 달아 동그란 백과 균형을 맞춘 서클백

“일부러 물어물어 찾아오는 분들이 꽤 많아요.” 구씨의 목소리가 상기된 표정과 함께 한 톤 높게 들렸다. 메인 패션쇼장 건물의 한 층 아래, 게다가 거의 구석에 자리한 부스임에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단다. “누가 쓱 와서 ‘난 어디 어디 바이어다’ 할 때마다 깜짝 놀라요. 패션계 큰 손이라는 해외 백화점·편집숍 담당들이거든요.”  
 
해외 패션 인플루언서가 직접 구매한 구드 백을 메고 온 모습에는 감격스럽기까지 했다고 했다. 그와 대화하는 중에도 제품 사진을 찍어가는 방문객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이름 덕까지 봤다. “구드는 ‘좋은(good)’을 뜻하는 스코틀랜드어에요. 아무래도 런던이다보니 영국 바이어들이 더 관심을 갖고 호의를 보였죠.”  
 
‘뱅가드’에 뽑히면서 브랜드의 상황은 ‘비포 앤 애프터’가 확실하다. 요새는 하루 열 통씩 이메일로 입점 문의가 들어오는데다, 대상 국가도 이탈리아·미국·중국 등 제각각이다. 보그·인스타일 같은 세계적 패션잡지 사이트에 소개 기사가 실린다. 그의 말마따나 “무서울 정도”의 수직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굵은 체인 스트랩과 짝지은 밀크백

굵은 체인 스트랩과 짝지은 밀크백

정작 그는 론칭 2년 만에 여기까지 올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한다. 구호·르베이지 등 국내 대표 브랜드의 가방·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일했던 2015년, 건강이 나빠지면서 일을 관뒀다. 자유로운 몸으로 미국·유럽을 돌자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빈티지 제품이었다. 특히 1970년대 빈티지 스타일이 시선을 붙들었다. 의사들의 왕진 가방 같은 닥터백이 그랬다. 너무 여성스럽지도 남성스럽지도 않은 디자인의 변주, 거기에 고전적 실루엣을 지닌 것이 매력적이었다. “클래식한 형태지만 젊은 감각을 갖춘 핸드백을 만들어보겠다”는 아이디어가 머리 속을 채웠다.  
 
이탈리아산 소가죽에 악어 가죽처럼 보일 스탬프를 찍었다. 또 검정 일색을 벗어나 빨강·아이보리 색으로 발랄한 이미지를 꾀했다. 자그마한 원형 손가방에 비정형 금속 손잡이를 단다거나, 핸드백 여밈 부분을 나무 틀로 짜서 각진 모양을 잡아주면서도 경쾌한 느낌을 주었다. “해외 컬렉션은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회사에서 일할 때도 참고를 하다보면 늘 비슷해지기 일쑤였으니까요. 나만의 디자인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름도 직관적이면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모델명을 만들었다. 옆모양이 마치 우유갑 같다고 해서 ‘밀크백’, 샘플 품평회에서 운좋게 살아남았다 하여 ‘럭키백’으로 붙이는 식이다.  
 
속도내기보다 절제 스타일 고수할 터
서로 다른 색깔의 서클백 두 개를 겹쳐 드는 스타일링

서로 다른 색깔의 서클백 두 개를 겹쳐 드는 스타일링

처음엔 알아봐주는 사람에게만 공급하는 주문제작형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공방처럼 작은 사무실을 얻었다. 한데 상황이 다르게 돌아갔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제품을 보고 얼마 안 돼 비이커·W컨셉트 등 국내 대표 온오프 편집숍에서 입점요청 연락이 온 것.  
 
올해 4월 네타 포르테에 들어간 것도 비슷했다. 그 곳의 패션 디렉터인 리사 에이킨이 지난해 인스타그램을 보다 ‘구드’를 발견했다. “서울패션위크를 보러 왔던 리사가 런던으로 출국하기 몇 시간 전에 극적으로 만나 미팅을 했어요. 그때 그러더라고요. 이 정도 품질을 이 정도 가격대(20만~60만원)로 만든다니 대단하고요.”  
이탈리아산 소가죽에 악어가죽 스탬프를 찍었다.

이탈리아산 소가죽에 악어가죽 스탬프를 찍었다.

 
‘이 정도 품질’은 어찌보면 사소한 한 끗 차이다. 가령 체인이 연결된 핸드백 스트랩을 만들 때, 체인 이음새를 매끈하게 만드는 것이다. 체인 하나하나를 뜨거운 물에 잠깐 담궜다 빼면서 경계를 없애는 작업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너무 비싸다, 오래 못 버티고 품질을 낮출 거다, 라고들 했는데, 세계 시장을 읽는 바이어 눈에는 달랐던 거죠.” 실제 지난 시즌 인기를 끈 밀키백의 경우, 국내보다 해외에서 20만원 더 비싸게 팔고 있지만, 매출 그래프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구드’가 주목 받으면서 뿌듯한 일도 있다. 함께 손잡고 일하는 공장 장인들의 자부심이 한껏 높아졌다는 것. 처음에는 깐깐한 요구에 손사래를 치던 이들도 구드가 해외에까지 팔린다는 소식에 “한국 손맛을 보여주자”면서 아예 공장 세팅 자체를 구드 중심으로 바꿨단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중국 공장들의 러브콜이 있지만, 이런 이유로 그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고집하기로 했다.  
런던패션위크 디자이너 쇼룸에 참석한 구지혜 디자이너

런던패션위크 디자이너 쇼룸에 참석한 구지혜 디자이너

 
이제 막 속도를 내고 달려나가야 할 지금, 그는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여러가지를 시도해 볼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절제’를 이야기했다. “너무 많은 디자인을 하지 말라는 리사의 조언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셀린느 스타일도 좋고, 발렌시아가 스타일도 예뻐 보이고 . 근데 그걸 다 욕심내다 보면 정작 내 색깔은 어디에도 없을 거잖아요. 지금이 바로 덧셈보다 뺄셈이 필요한 때죠.”  
 
런던 글·사진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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